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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부 세제개편안-한국경제 구조개혁-저부담 저복지에서 고부담 고복지로박근혜정부 세제개편안-한국경제 구조개혁-저부담 저복지에서 고부담 고복지로

Posted at 2013. 8. 27. 01:13 | Posted in 경제학/경제성장, 생산성, 혁신


※ 박정희정권의 노동자 임금인상 억제 정책


'한국의 경제성장 - 미국의 지원 + 박정희정권의 규율정책' 라는 글에서 박정희정권의 규율행사discipline에 대해 다루었다. 박정희정권은 수출지향산업화 과정에서 대기업에 엄격한 규율을 부과하였고, 그 결과 정치와 경제의 유착관계가 경제성장이라는 생산적인 결과물로 이어질 수 있었다. 그런데 박정희정권은 기업에게만 엄격한 규율을 부과했을까? 아니다. 박정희정권은 대기업노동에 대해서도 규율을 부과했다. 바로, 공급측면 성장을 위해 노동자의 임금인상을 억제한 것이다.


양재진의 <산업화 시기 박정희 정부의 수출 진흥 전략: 수출 진흥과 규율의 정치경제학>(2012) 에 따르면. "박정희정권은 통치기간 내내 임금상승 억제를 위해 강도 높은 노동통제(22)[각주:1]"를 실시했다. 기업의 "초과이윤이 대기업 근로자의 임금인상으로 이어져 투자재원이 소모되고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저하시킬 것을 우려(22)" 한 것이다. 실제로 '회사규모별 관리직과 생산직 노동자들의 소득 추이'를 살펴보면, "재벌이 크게 성장한 1970년대 내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는 오히려 줄어드는 모습(22)"을 확인할 수 있다. 


    



※ 수출지향산업화 달성을 위해 형성된 저부담 조세체제 


흥미로운건 박정희정권의 '노동자의 임금인상 억제'가 2013년 현재까지도 한국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게 무슨 말일까? 박정희정권의 노동통제로 인해 2013년 현재 노동자들의 임금이 낮다는 말일까? 그것이 아니다.


  <출처 : 안종석. 2013.7.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에 대한 제언>. 『한국조세재정연구원』. 10-11


첨부한 윗 그래프를 보면, 2011년 한국의 조세부담률[각주:2]이 1972년도에 비해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게다가 OECD 평균에 비해 한국의 조세부담률과 국민부담률 자체가 낮다. 즉, 박정희정권은 노동자들에게 임금인상 억제의 반대급부로 "낮은 세금부담"을 제공한 것이다. 


양재진은 <한국 복지국가의 저부담 조세체제의 기원과 복지 증세에 관한 연구>(2013) 논문을 통해 "한국은 산업화 시기 수출지향 산업화 과정에서,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동비용을 통제했고, 이를 위해 소득세는 낮추고 사회보험료 부담은 최소화하는 정책을 구사했다.(4)" 라고 말한다. 그리고 "산업화 초기, 가난했지만 평등했기에 직접 세제를 통한 소득 재분배의 필요성은 정치적으로도 약했고, 이 때문에 낮은 소득세와 낮은 조세 부담 구조는 큰 도전 없이 관행화 되었다(4)." 고 지적한다. 실제로 1970년대 경제개발 시기, 한국의 소득세 실효세율은 평균적으로 약 2.5%~4%에 불과했다.



 


그리고 낮은 세금부담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2011년 기준, 소득세 실효세율을 보면 OECD 평균에 비해 한국이 상당히 낮음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소득세가 GDP 대비 세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당연히 낮다. 아래 도표에 보이듯이, 한국은 소득세가 GDP 대비 세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6%에 불과하다. OECD 평균은 8.7% 이다. 


    <출처 : 안종석. 2013.7.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에 대한 제언>. 『한국조세재정연구원』. 15




※ 박근혜정부의 세제개편안 - 저성장 고령화 시기의 한국경제 구조개혁


위에서 확인했듯이, 한국은 경제개발 시기 공급측면의 성장을 위해 노동자의 임금인상을 억제하고 반대급부로 '저부담 조세체계'를 설계했다. 조세부담률이 낮았기 때문에 당연히 재정규모도 작았고 복지서비스는 미미했다. 이른바 '저부담 저복지' 시대였다. 고성장 베이비붐 시기에는 조세부담률을 낮게 유지하고 복지서비스가 미미하더라도 별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2013년의 한국경제는 “저성장 고령화” 시기이다. 1970년대처럼 대기업의 수출이 이끄는 고도성장은 기대하기 힘들다. 경제성장을 통한 세금수입 증가를 기대하기 힘들고, 고령화에 따른 복지지출수요는 늘어만간다. 어떻게 해야할까? 세금을 더 걷는 수 밖에 없다. 1970년대에 설계된 '저부담 조세체계'를 바꿔야 한다. '저부담 저복지'에서 '고부담 고복지'로 가야한다. 박근혜정부의 세제개편안은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출처 : [朴정부 稅制개편안] 바뀐 세법…‘유리지갑’ 월급쟁이 세금 늘어난다. <조선일보>. 2013.08.09


지난 8월 8일, 박근혜정부는 연소득 3,450 만원이 넘는 근로자가 더 많은 세금을 내는 세제개편안을 내놓았다. 첨부한 인포그래픽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이번 세제개편안은 누진적 성격이 강하다. 연소득 3,450 만원 미만인 근로자의 세부담을 줄어들고, 연소득 8,000 만원 이상인 근로자의 세부담은 급격히 늘어난다. 고소득 근로자에게 세금을 더 거두어서 복지지출에 쓰겠다는 것이 세제개편안의 목적이었다.


그러나 박근혜정부의 세제개편안을 두고 많은 비판이 쏟아졌다. 비판의 초점은 "왜 법인세 등을 놔두고 소득세를 건드리느냐". 하지만 위에서 살펴봤듯이, 한국은 소득세가 GDP 대비 세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OECD 평균에 비해 작다


그리고 각종 공제제도로 인해 소득세 실효세율 자체도 낮은 상황이다. 양재진은 <한국 복지국가의 저부담 조세체제의 기원과 복지 증세에 관한 연구>(2013) 에서 "2009년 근로소득자가 받은 급여총계는 369조 원이다. 그런데 정부는 근로소득공제를 통해 이 중 121조를 소득으로 간주하지 않고, 이후 다양한 소득공제를 통해 총 118조를 추가로 소득에서 제외시켰다. 여기에 세액 공제와 세액 감면으로 2.4조 원 등을 또 추가적으로 감면시켜, 결국 과세 대상 소득(즉, 과세표준액)은 121.3조 원에 불과했다. 이에 과세구간별 세율을 적용한 결과, 총 소득과세액(즉, 결정세액)은 12조 8,500억 원으로 급여총계 대비 3.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20)" 라고 지적한다.


"단순히 외국에 비해 소득세의 비중이 작다고 해서, 외국수준 만큼 올린다는 논리가 타당하냐?" 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법인세 인상은 여러가지 문제를 가지고 있다.




※ 자본이동이 활발한 세계화 시대. 법인세 인상은 힘들다 ???


오늘날 다국적 기업들은 법인세율이 낮은 곳에 페이퍼 컴퍼니를 차려놓고 수익을 이전하여 세금을 과소납부 한다. 특히나 무형의 제품을 생산하는 IT 기업들이 이런 방법을 많이 쓰는데, 애플은 조세회피처에 1,020 억 달러의 이익을 이전하고 "아일랜드 자회사에 잠겨 있는 1천억 달러가 넘는 자산을 환수하는 문제에 대해서 35%인 현행 법인세율하에서는 아일랜드에 누적된 이익을 미국으로 가져올 의사가 없다" 라고 발언하여 논란이 됐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소속의 안종석은 <다국적 IT 기업의 조세회피 행태와 시사점: 애플·구글의 사례를 중심으로>(2013.07) 보고서를 통해, "거대 다국적기업의 조세회피 사례가 주는 가장 중요한 시사점은 세계 각국이 세법의 차별화를 통해 과세베이스 경쟁을 한다(10)" 라고 말한다. 그리고 "1980년대 경제활동의 세계화가 급속하게 진전되면서 세계각국은 기업에 대한 과세에서 세율인하 경쟁을 벌였다. 약 20년에 걸친 세율인하 경쟁을 통해서 세계 각국의 법인세율은 주요 선진국의 30% 내외, 20~25% 수준, 20% 미만의 세 그룹으로 수렴하는 결과가 나타났다(10)" 라고 말한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소속 안종석의 또 다른 보고서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에 대한 제언>(2013.07)을 보면, 2008 금융위기 이후에 세계 각국은 재정부담을 덜기 위해 소득세 · 부가가치세 인상을 단행했다. 그럼에도 법인세율은 오히려 내려가는 모습(19)을 보였다. 


     


물론, "기업들의 자본이동과 세계각국의 세율인하 경쟁 때문에 법인세 인하는 어렵다" 라는 주장에 대한 반박도 있다. 윤홍식은 <복지국가의 조세체계와 함의-보편적 복지국가 친화적인 조세구조는 있는 것일까>(2011) 논문을 통해, "지난 반세기 동안 유동성이 큰 법인세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증가했다. (...) 이론적 논의와 달리 세율을 끊임없이 낮추는 조세경쟁은 현실세계에서는 일어나고 있지 않다.(13)" 라고 비판한다. 


그는 이어서 "만약 법인세가 자본의 위치선정에 결정적 영향력을 미친다면 유효한계법인세율이 3%에 불과한 사우디아라비아에 자본이 몰려야 하지 않나? 이러한 일이 현실화되지 않는 이유는 외국자본의 직접투자(FDI)가 법인세율에 민감하기는 하지만 세율보단 해당 국가의 임금수준과 다른 사회경제적 요인들이 다국적기업의 위치선정에 더 큰 영향을 주기 때문" 이라고 설명한다. 




※ 중요한 건 세금의 "경제적 부담" - 조세귀착의 문제


윤홍식의 주장이 옳더라도 법인세 인상은 또 다른 문제가 있다. 바로 "조세귀착"의 문제이다. 예를 들어, 과세당국이 물품판매자에게 더 많은 세금부담을 지우기위해, 물건을 팔때마다 판매자가 100원의 세금을 내는 정책을 내놓았다고 가정하자. 이때 물품판매자 혼자 100원의 추가세금부담을 지게될까? 아니다. 판매자는 물건값을 100원 올려서 세금부담을 피할 것이다. 즉, 세금의 법적부담자와 경제적부담자가 다른 현상이 자연스레 나타날 수 밖에 없다. 


1994년 재무부 세제실장으로 법인세 인하를 주도했던 강만수[각주:3]현장에서 본 한국경제 30년』(2005) 를 통해 "법인세 폐지가 처음으로 논의된 것은 1974년 부가가치세 도입을 검토할 때 제기되었던 '3세론(三稅論)'이었다. 돈을 벌 때 소득세를 내고, 돈을 쓸 때 소비세를 매기며, 쓰고 남은 돈에는 재산세를 물리는 세 가지 세금만 두자는 것이다. 법인세와 관세는 기업에 대한 과세로서 사실상 소비자에게 전가되기 때문에 소비세인 부가가치세에 통합하고, 상속세도 재산세에 통합하자는 것(92)" 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주석을 통해 "이론적인 측면에서 법인세는 '경제적 이중과세'이고 또한 실증적으로 법인세도 소비자에게 전가된다(105)" 라고 말한다.


법인세의 조세귀착에 관한 좀 더 구체적인 자료는 없을까? 하버드 경제학과의 Mihir A. Desai 등은 <Labor and Capital Shares of the Corporate Tax Burden: International Evidence>(2007) 라는 논문을 통해 법인세의 조세귀착 문제를 다루었다. 이들은 1989년-2004년 사이, 미국의 다국적 기업들을 대상으로 "(단순히 나누어) '노동Labor과 자본Capital' 중 법인세 부담을 많이 지는 쪽은 어디인가?"를 연구했다. 연구의 결론은 "노동Labor 쪽이 법인세부담의 57%를 지게된다." 이다. 법률상 법인세는 기업에게 부과하는 것이지만, 증가한 세부담은 노동자의 실질임금과 자본가의 자본소득 모두를 압박하게 되고, 그 결과 노동쪽이 57%의 부담을 지게 된다는 것이다. (The results consistently indicate that corporate taxes depress both real wages and returns to capital, with most of the burden of corporate taxes borne by labor. The baseline estimate for the share of the burden borne by labor is 57 percent, and estimates vary between 45 and 75 percent, depending on the sample period and specification.)(4)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소속의 안종석이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에 대한 제언>(2013.07) 에서 "효율성의 관점에서 법인세가 가장 열등한 위치에 있으며, 법인세는 형평성 제고에 전혀 기여하지 못함(31)" 이라고 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역진적 성격을 가진 부가가치세를 인상하면 소득재분배가 악화될까?


위에 첨부한 그림-3 세수입 구성의 발전방향-에서 눈에 들어오는 또 다른 부분은 "소득세와 사회보장기여금, 부가가치세 수입을 증대시키고 법인세 부담은 완화하는 것이 바람직" 이라는 것이다. 부가가치세 수입을 증대시키자고? 누진적 성격의 소득세와는 달리, 역진적 성격을 가진 부가가치세를? 복지서비스 확충을 위해 (사실상) 증세를 하는 것인데 역진적 성격을 가진 세금을 올리자니, 이게 무슨 말인가? 그러고보니 김종인 또한 "물가 인상의 부담은 있지만 현실적 대안은 부가가치세 인상이다. 간접세가 복지 재원을 조달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물론 대통령이 정치적인 부담을 지고 국민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라고 말한바 있다. 부가가치세율 인상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를 알아보자.



 

다시 한번 '집단별 세목별 세수입의 대 GDP 비율(2010년)' 도표를 보면, (앞서 언급한 소득세 뿐 아니라) 일반소비세(부가가치세)의 비중이 OECD 다른 국가에 비해 낮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다른 국가에 비해 낮다는 이유로 부가가치세 세율을 올리자고? 이해가 안가는데?


윤홍식은 <복지국가의 조세체계와 함의-보편적 복지국가 친화적인 조세구조는 있는 것일까>(2011) 에서 "세금의 역진성이 곧 현실에서 불평등을 확대하는 것은 아니다비록 역진적 세금을 통해 재원을 확대해도, 정부지출이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 쓰인다면, 역진적 세원은 크게 우려할 바가 되지 못한다.(7)" 라고 지적한다. 



위에 첨부한 '누진세와 역진세의 구성 변화: 1965-2008' 도표를 보자. 우리가 복지국가라고 알고 있는 스웨덴은 그동안 역진적 성격을 가진 세금비중을 늘려왔다. 그리고 OECD 전체적으로도 "역진세의 증가율이 누진세의 증가율 보다 높았다. (...) 주목할 변화는 GDP대비 누진세의 비중은 1975년 이후 거의 변화가 없는데 반해 역진세의 비율은 2005년까지 꾸준히 증가(6)" 했다. 


윤홍식은 영국과 스웨덴을 비교한다. "영국과 미국 등 자유주의 복지국가에서 역진적 조세의 도입(확대)은 보편적 복지급여를 확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재정적자를 메우거나 경제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 · 인상 · 검토되었다. (...) 영국은 누진세 비중의 증가율보다 역진세 비중의 증가율이 훨씬 컸지만 영국을 보편주의 복지국가라고는 하지는 않는다.(8)"  


즉, 윤홍식의 핵심주장은 "결국 누진세와 역진세 논란에서 중요한 사실은 보편주의 복지국가에 조응하는 조세가 역진적이어야 하느냐, 누진적이어야 하느냐와 같은 이분법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핵심은 어떻게 한 나라의 세금의 크기를 늘릴 것인가그 세금을 어디에 쓸 것인가에 달려 있는 것" 이다.


그렇다면 스웨덴이라는 단지 한 국가의 사례 뿐 아니라, 부가가치세 인상이 복지에 도움이 된다는 좀 더 실증적인 자료는 없을까? 한국조세연구원 소속 성명재의 <부가가치세율 조정의 소득재분배 효과: 복지지출 확대와의 연계 가능성>(2012.10) 보고서가 있다. 윤홍식의 주장과 비슷하게, 성명재 또한 "서구 선진국에서는 부가가치세 부담이 역진적임에도 불구하고 재정건전화 또는 복지재원 마련 등을 목적으로 부가가치세의 세율을 인상하는 경향이 짙다. 그 배경에는 부가가치세 증세를 통한 재정지출 효과까지 함께 고려할 경우 부가가치 증세의 결과가 결코 역진적이지는 않다(2)" 라고 강조한다.  



게다가 윗 그림을 보면 알 수 있듯이, "2010년 현재 부가가치세의 소비지출 대비 실효세부담률은 고소득층으로 갈수록 완만하게 상승하는 모습(8)"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성명재는 "비록 최고소득층인 10분위의 경우 총소득 대비 실효세부담률이 3.1%여서 다른 분위보다 상당히 낮기 때문에 이 부분만을 보면 부분적으로 세부담의 역진성이 관찰되지만, 전체 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에는 대체로 소득에 대해 비례적인 모습을 보인다(8)" 라고 덧붙이고 있다. 즉, "부가가치세 부담이 막연히 역진적일 것이라는 인식과 정면으로 배치(12)" 된다는 것이다.



더 흥미로운 것은 부가가치세의 세율인상 문제를 복지지출과 결합했을 때 나오는 결과이다. 성명재는 부가가치세를 1조원 증액하는 경우와, 지출 측면에서 교육 또는 보육, 주택 급여를 1조원 확대하는 경우의 수혜분포를 추정한 값을 내놓았다. 그 결과는 "부가가치세 증세 및 복지지출 확대 시 순부담이 음(-)의 값을 가지는 범위는 주로 중 · 저소득층에 집중되어 있고, 고소득분위는 순부담을 지는 것(12)" 으로 나왔다.


성명재는 "'부가가치세 부담이 역진적이기 때문에 부가가치세율을 인상하면 형평성 차원에서 부정적인 효과가 클 것' 이라는 우려는 사실과 다르다" 라고 강조한다. 따라서, 성명재는 "장차 부가가치세 부담의 역진도가 커지더라도 세원이 매우 넓기 때문에 추가재원을 복지지출에 충당할 경우 정책조합의 순효과는 정(+)의 소득재분배 효과를 나타낼 수 있으므로 장기적으로 부가가치세 세율인상 방안에 대해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라고 결론내린다. 




(사족) ※ 과세왜곡이 적은 부가가치세 


부가가치세 세율인상을 통한 세입확보 방안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이유는 다른 세금에 비해 자원배분의 왜곡이 적고 세원분포가 넓다는 점 때문이다. 성명재는 "지나치게 높은 법인세 등의 과중한 부담이 근로의욕(work incentive)을 저해하는 효과가 크기 때문에 이와 같은 왜곡현상을 완화하여 경제활성화를 도모하고자 법인세율을 인하하는 한편 부가가치세율을 인상하기도 한다. 아울러 인구고령화 진전에 따라 소득세의 세원분포가 협소해지므로 누진과세에 따른 자원배분 왜곡 현상을 완화하고 보다 넓은 세원을 확보하여 복지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도 크게 작용(10)"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부가가치세 세율을 상향조정하는 것을 무조건 부정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도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왜냐하면 소득과세 · 재산과세 강화만으로는 세원확충에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인구고령화가 진전될수록 소득과세의 세원분포가 협소해지면서 재정세입 기반 역시 위축된다. 반면에 소비과세의 경우에는 세원분포가 넓고 조세왜곡이 작으므로 자원배분의 왜곡으로 인해 초래되는 경제적 비용을 최소화하면서도 소기의 세원확보 빛 지속가능성을 보장 할 수 있다.(10)" 라고 덧붙인다.


윤홍식 또한 "소비에 대한 세금은 현재 근로계층에게만 세금 부담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비근로소득으로 생활하는 사람에게도 세 부담을 지움으로써 복지에 대한 왜곡이 가장 낮은 세원", "높은 소비세는 사회적 이전급여-실업급여 등-로 생활하는 사람들의 도덕적 해이와 비자발적 실업을 낮춘다.(10)" 라고 말했다.  




<참고자료>


한국의 경제성장은 "부패corruption"와 "금전정치money politics" 덕분?. 2013.08.18

개발시대의 금융억압 Financial Repression 정책이 초래한 한국경제의 모습. 2013.08.20

한국의 경제성장 - 미국의 지원 + 박정희정권의 규율정책 2013.08.23


양재진. <산업화 시기 박정희 정부의 수출 진흥 전략: 수출 진흥과 규율의 정치경제학>(2012)

양재진. <한국 복지국가의 저부담 조세체제의 기원과 복지 증세에 관한 연구>(2013)


안종석. 2013.7.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에 대한 제언>.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박근혜정부의 세제개편안

[朴정부 稅制개편안] 바뀐 세법…‘유리지갑’ 월급쟁이 세금 늘어난다. <조선일보>. 2013.08.09

“대기업 법인세는 놔두고…” 직장인들 분노. <한겨레>. 2013.08.09


애플은 어떻게 세금을 회피하나?. 2012.04.29

안종석. <다국적 IT 기업의 조세회피 행태와 시사점: 애플·구글의 사례를 중심으로>(2013.07) . 『한국조세재정연구원』
Disarming Senators, Apple Chief Eases Tax Tensions. <New York Times>. 2013.05.21


강만수. 현장에서 본 한국경제 30년』(2005)

Desai, Foley, Hines Jr. <Labor and Capital Shares of the Corporate Tax Burden: International Evidence>(2007)


김종인. "혁명도 유발하는 세금, 정치적 센스 필요… 법인세 인상은 추세 역행… 부가세가 해답". <조선일보>. 2013.08.13

윤홍식. <복지국가의 조세체계와 함의-보편적 복지국가 친화적인 조세구조는 있는 것일까>(2011)

성명재.  <부가가치세율 조정의 소득재분배 효과: 복지지출 확대와의 연계 가능성>(2012.10) . 『한국조세재정연구원』 

  

  1. 괄호안 쪽수는 pdf 파일 기준입니다. 강만수의 『현장에서 본 한국경제 30년』만 실제 쪽수 기준입니다. [본문으로]
  2. 국내총생산(GDP)에서 조세수입(국세+지방세)이 차지하는 비중. 국민부담률은 국내총생산(GDP)에서 조세수입+사회보장기여금이 차지하는 비중 [본문으로]
  3. 이명박정부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고환율 정책을 주도한 그 강만수 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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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금+특별인출권+IMF포지션+외환) 추이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금+특별인출권+IMF포지션+외환) 추이

Posted at 2013. 8. 25. 11:35 | Posted in 경제학/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


<출처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금+특별인출권+IMF포지션+외환) 추이 1994년-2012년. 차트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듯이, 외환위기를 맞았던 1997년 이후부터 외환보유액이 "급속도로 증가"했다.


1997년의 외환보유액은 200억 달러.

2012년의 외환보유액은 3,260억 달러.


외환보유액이 급속도로 증가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IMF 때문이다.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IMF는 자금을 지원해주는 대가로 "강도높은 구조조정, 고금리" 등의 "긴축"을 조건으로 내세웠다. 긴축의 여파로 실물경제가 침체-를 너머 박살수준;;-에 빠졌지만, "외환이 필요했던" 동아시아 국가들은 IMF의 긴축 요구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그 당시, Martin Feldstein 등 일부 경제학자들은 IMF가 내건 가혹한 조건을 비판했다. "IMF의 가혹한 긴축을 경험한 동아시아 국가들이, 앞으로 단순한 '외환보유고 확충' 에만 신경쓸 수 있다" 라는 것. 다시 말해, 무역수지 흑자를 통해 벌어들인 외환을 기반시설 투자 등 '생산적인 용도'로 쓰지 않고, 또 다시 있을지모를 외환위기 방지-그리고 뒤이을 IMF의 가혹한 조치-를 피하기 위해 단순한 "외환보유고 확충" 용도로만 쓸 수 있다는 것.


The desire to keep out of the IMF'S hands will also cause emerging-market economies to accumulate large foreign currency reserves. A clear lesson of 1997 was that countries with large reserves could not be successfully attacked by financial markets. 


Hong Kong, Singapore, Taiwan, and China all have very large reserves, and all emerged relatively unscathed. A country can accumulate such reserves by running a trade surplus and saving the resulting foreign exchange. 


It would be unfortunate if developing countries that should be using their export earnings to finance imports of new plants and equipment use their scarce foreign exchange instead to accumulate financial assets.


Martin Feldstein. "Refocusing the IMF". <Foreign Affairs>. 1998년 3-4월


Martin Feldstein의 걱정이 맞았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동아시아 국가들과 한국은 "외환보유고 확충"에 온 신경[각주:1]을 다썼다. 현재의 신흥국 위기가 "1997년 형태"의 외환위기로 커지지 않을 이유이다.


그러나 "1997년 형태"의 외환위기만 피하면 다행일까? 문제는 벌어들인 외환자금이 "생산적인 곳"에 쓰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1997년 이후, 한국과 신흥국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했다. 1997년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한 경제구조의 변화-정년고용의 폐지, 자영업의 증가, 대기업 독과점 심화, 낮은 경제활동참가율-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그러니까 앞으로 다가올 신흥국 위기-한국의 위기-는 "초저금리 기조에서 디레버리징에 실패한 가계부채, 저성장, 고령화, 자영업 부채, 청년실업" 등등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말하는 이유이다.


Fed는 2015년 상반기 이후에도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히고는 있지만, 어쨌든 2~3년 내에 금리를 올리기 시작할 것이다.  양적완화 축소 Tapering 로도 이렇게 출렁이는 신흥국 경제가, 양적완화의 완전한 종료 Exit 혹은 Fed의 자산되팔기를 맞으면 어떻게 될까? 


경제전문가 혹은 경제에 관심 많은 사람들은 계속해서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는다. 내 페이스북 타임라인만 훑어봐도 맨날 안좋은 이야기 뿐이다. 경제에 관심 많은 사람들이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는 이유가, 그 사람이 '비관론자' 이거나 '종말론자' 라서 그런 것이 아니다. 여러 정보를 취합하다보면 저절로 미래가 암울하게 보인다.





2013년 8월 25일에 썼던 글을 2013년 9월 14일에 블로그로 옮겼습니다.


  1. 1997년 이후 동아시아 국가들의 이러한 행위는 2008 금융위기의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글로벌 과잉저축 - 2000년대 미국 부동산가격을 상승시키다' http://joohyeon.com/195 참조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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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경제성장 - 미국의 지원 + 박정희정권의 규율정책한국의 경제성장 - 미국의 지원 + 박정희정권의 규율정책

Posted at 2013. 8. 23. 22:06 | Posted in 경제학/경제성장, 생산성, 혁신


'한국의 경제성장은 "부패corruption"와 "금전정치money politics" 덕분?' 이라는 포스팅을 통해, "개발시대 관료와 기업의 유착관계가 경제성장 이라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만들어냈다" 라는 주장을 소개했다. 이런 주장은 색다른 시각을 제공해 줄 수는 있지만, 한국이 경제성장에 성공한 이유를 명확히 설명해주지는 못한다. 전세계에 관료-기업인 사이의 부패가 심한 나라는 많지만 경제성장에 성공한 나라는 드물다. 특히나 한국처럼 짧은시간에 경제성장을 성공적으로 달성한 나라는 찾기 힘들다. 그렇다면 한국이 경제성장에 성공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요인은 무엇이 있을까?


외부요인을 찾자면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는 건 "미국의 존재" 이다. 류상영은 <박정희정권의 산업화전략 선택과 국제 정치경제적 맥락>(1996) 이라는 논문을 통해 "동아시아 지역통합전략과 박정희정권의 국가전략과의 이익수렴, 한일국교 정상화이후 형성된 한일 간 정책이념 공유와 경제협력이 박정희정권에게는 기회조건으로 작용"했다 라고 말한다.


냉전시대 미국은 "아시아 지역통합전략(10)" 이라는 맥락 속에 한국을 위치시킨다. 미국은 "더 장기적인 정치경제적 문제로서 경제성장과 정치안정을 추구하는 국가의 민족건설 지원(11)"을 목표로 동아시아 원조정책을 실시한다. 이에 대해 박정희정권은 "냉전구조 속에 위치해 있는 한국의 군사적 현실(14)"을 무기로 미국에게서 많은 것을 얻어낸다. 


그리고 베트남전 파병을 "(미국의) 경제원조와 군사원조를 확대시키는 하나의 계기(14)"로 인식했던 한국은 "미국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요구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하였고, 미국에게는 그간의 전반적인 대한원조 및 차관삭감 방향을 일시적으로 유보시키는 효과(14)"를 가져왔다. 박정희정권은 미국에게 "더 많은 원조를 제공해줄 것과, 한국의 외채상황을 감안하여 미국의 군사원조를 경제부분에 전용할 수 있도록 허락해 줄 것, 그리고 미국이 한국의 계속적인 무역시장으로 역할해 줄 것(14)" 등을 요구하였다.    


또한, 미국은 "동아시아 지역통합구상의 최종적인 외교적 완결(17)"을 위해 한국과 일본의 국교정상화를 추진하였다. 한일국교정상화는 "한국의 산업화와 함께 미국의 동아시아 지역통합구상이 실질적 내용면에서 구체화되는 정치경제적 출발점(17)" 으로서의 의미도 가졌는데, 미국은 일찍부터, "한국정부는 회담타결과 함게, 아마도 일본이 한국에 제공하게 될 경제적 원조를, 한국의 경제발전을 가속화시키기 위한 유효한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17)" 이라는 기본입장을 밝혀왔다. 따라서, 한일 국교정상화에 따른 식민지배 배상금은 "보상이나 청구권 등의 개념보다는 오히려 한국의 발전을 위하는 의미에서 한국에 회담 타결 댓가를 지불(17-18)" 하는 것의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그 결과, 미국의 구상에 따라 "박정희정권은 일본을 중심으로한 동아시아의 국제분업구조에 적극적으로 편입(21)" 될 수 있었다. 미국이 추진한 아시아지역통합전략 + 한일국교정상화는 "박정희정권으로 하여금 내포적 공업화전략을 포기하고 수출지향형 산업화전략으로 전환하도록 하였고, 중범위의 산업정책적 차원에서는 개발국가론에 입각한 일본의 경제협력이 정부개입에 의한 급속한 경제성장을 가능하게 한 대외적 맥락으로 작용(21)" 하게 되었다. 




"관료-정치인의 유착관계가 만들어낸 의도하지 않은 결과", "아시아 지역통합전략 이라는 미국의 구상과 지원"을 살펴봤지만, 한국이 어떻게 경제성장에 성공할 수 있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의도하지 않았던 변수+한국이 통제할 수 없었던 대외변수 등을 제외하고, 한국의 경제성장을 이끈 내적요인은 없을까? 


김일영은 <1960년대 한국 발전국가의 형성과정: 수출지향형 지배연합과 발전국가의 물적 기초의 형성을 중심으로>(1999) 라는 논문에서 "발전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이렇게 장악한 자원을 자신이 설정한 개발목표를 실현시키기 위해 동원배분할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의지와 능력을 갖추지 못했으면서 상대적 자율성이 큰 국가는 발전국가라기 보다는 약탈국가(the predatory state)의 성격을 띠기 쉬웠다(13)" 라고 지적한다. 


즉, 일반적인 정경유착과 박정희정권 하에서 벌어졌던 정경유착의 차이는 "유착이 발생하는 경제적 영역과 특혜적 이익을 추구하는 방식은 서로 달랐으며, 그 결과도 소비적인 것과 생산적인 것으로 상반되게 나타났다.(15)" 라는 말이다. 박정희정권은 금융억압 Financial Repression 을 통해 낮은 금리로 대기업에게 대출지원을 했는데, "박정희 정부 하에서 저리의 융자와 외자는 주로 수출을 통해 성과를 내는 기업에게 주어지거나 국가가 필요로 하는 사회기반시설이나 기간산업 분야에 투입되었다. 따라서 똑같이 융자를 둘러싼 특혜의 추구라 할지라도 1950년대의 그것은 소비적이었다면, 1960년대의 것은 성과에 따른 보상의 성격을 지녔다는 점에서 보다 생산적(15)" 이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박정희정권은 어떤 정책을 취하였기에, 정경유착이 생산적인 결과로 이어지게 된 것일까? 양재진은 <산업화 시기 박정희 정부의 수출 진흥 전략: 수출 진흥과 규율의 정치경제학>(2012)을 통해, 수출지향산업화 과정속에서 발생한 박정희정권의 "규율행사 discipline"에 주목한다. "수출 진흥은 그 자체가 항상 모럴해저드와 자원배분의 왜곡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 기본적으로 수출진흥정책 그 자체가 제대로 입안되고 효과적으로 집행되어야 하겠지만, 진흥(promotion)의 이면에는 국가의 규율(discipline) 행사가 필요조건으로 부가되어야 한다(2)" 라는 것이다.  "성공적인 산업화 배경에는, 기업에 대한 지원뿐만 아니라 이에 상응하는 성과목표 부과와 업적에 따른 보상과 처벌(2)"이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박정희정권은 1964년 수출지향 산업화(Export-Oriented Industrialization, EOI) 전략으로 돌아선 이후, 금융억압 Financial Repression 을 통해 기업에 자금을 지원 · 원화가치를 1달러당 130원에서 255으로 평가절하 · 저축을 증가시키기 위해 이자율을 16.8%에서 30%로 상승 등등 수출진흥지원을 펼쳤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가의 지원이 생산적인 결과물로 도출되도록 하기 위해 구사한 규율정책 discipline 이다. 박정희정권의 수출진흥지원에는 "강력한 책임과 의무가 강하게 부과되었으며, 수출기업이 향유하는 초과이윤은 사유물로 인정되기 보다는 공적 자산으로 이해되어 산업화에 재투자(12)" 되어야 했다. 


박정희정권은 "정책금융의 배분과 상업차관의 도입 승인 과정에서 해당 제품의 공급이 국내수요를 얼마나 충족시켜 줄 수 있으며, 수출을 통한 외화 획득액이 얼마일 것인가 그리고 국내산업과의 연관성, 기술이전 가능성, 그리고 고용창출 등이 얼마나 이루어질 것인가(12)"를 주요하게 살펴봤다. 그리고 기업별로 수출목표액을 부과하고 이를 달성하도록 행정지도를 실시하였다. 이러한 규율행사 discipline 은 "기업들로 하여금 출혈수출과 이윤압박 등을 감내하면서까지 생산과 수출을 늘리게 만들(13)"었다. 또한, 부실기업들에 대하여는 "기업주에게 책임을 물어 경영권을 박탈하는 등 과감한 조치(14)"를 하였다. 그 결과, "박정희 시기는 수출기업들이 시장진입과 기업활동 전 과정에서 국가의 규율을 받아들여야 했고, 극단적으로 국가에 의한 구조조정이 신속하게 강제되었다. 수출기업에 대한 지원과 함께 가해진 성과책임의 부여는, 수출진흥정책의 효과성을 최대한 극대화 시킨(14)" 것이었다.


또한, 물가가 치솟자 박정희정권은 "정부가 직접 나서서 주요 공산품과 유류 가격을 조정하는 가격사전승인제를 시행하는 등 행정력을 동원해 독과점기업의 초과이윤을 억제(16)" 했다. 물론, 수출지향 산업화를 과정에서 소수 기업들에게 자원을 몰아주고 수입을 제한해 경쟁을 막은 결과, 국내시장에서 독과점이 형성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각주:1] 그렇지만 "수출지향산업화의 맥락에서 수출단가를 낮추기 위해, 국내 독과점 구조에서 초과이윤을 수취하는 것이 허용(16)" 되었을 뿐이고, "이것은 어디까지나 수출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준에서 머물러야(16)" 했다. 그리고 "급증하는 신흥 자본가들의 해외재산도피도 엄격히 규제(17)"하여 "남미나 동남아시아의 경우에 비할 때 한국의 외화도피는 매우 성공적으로 제어(17)" 되었다. 


즉, 박정희정권은 "법과 제도를 통하기 보다는 정치적 수단을 통해 한국의 신흥 자본가들에 대한 규율(17)"에 나섰고, 그 결과 정경유착이 경제성장이라는 생산적인 결과물로 이어질 수 있었다.




  1. 박병영은 <1980년대 한국 개발국가의 변화와 지속: 산업정책 전략과 조직을 중심으로>(2003) 논문을 통해 "정부는 전략산업 육성을 위해 설비투자 등에 정책자금을 지원하는 동시에 내수시장의 경쟁을 제한함으로써, 이들 산업에 참여하는 기업들을 지원해온 것이다. (...) 1970년대 들어서는 전략산업에 참여한 기업들을 보호 육성하는 경쟁제한적인 행정규제가 주된 정책수단으로 사용되었다. 경쟁제한 뿐만 아니라, 정부는 수입규제 및 정부구매 등을 통해 시장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히였다(11)" 라고 말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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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의 이론적 모델 -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 & 2013 동아시아 외환위기???금융위기의 이론적 모델 -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 & 2013 동아시아 외환위기???

Posted at 2013. 8. 23. 11:28 | Posted in 경제학/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


금융위기가 발생하는 원인을 설명하는 이론적 모델은 대략 7가지. 비슷한 몇가지를 묶은 뒤, 5가지로 설명. 


1. 1세대 모델 

- 해당국 경제의 "기초여건 fundamental 악화"로 인해 금융위기가 발생한다는 이론. 


"경상수지 적자"가 누적되면 해당국 통화는 평가절하의 압박을 받게 되고, 시세차익을 노리는 시장참가자들이 달러를 구매하면서 해당국 통화의 평가절하는 가속. 해당국은 평가절하를 막는 과정에서 외환보유고가 바닥을 드러냄. 그리고 해당국 기업들의 재무상태가 "투명하지 못하"거나 "경영상태"가 좋지 못할 경우, 시장참가자들은 자금을 회수. 이 과정에서 해당국 통화가치가 폭락. 


- 1997년 한국의 사례 : 한국은 1994-1996년 동안 경상수지 적자가 누적되면서 원화의 통화가치는 고평가. (게다가 당시에는 자유변동환율제가 아니었음) 시장참가자들이 고평가된 원화가치에 의문을 품은 상태. 그리고 한국의 재벌들은 회계조작 등을 통해 투명하지 않은 재무상태를 유지했고, (한국의 경제성장 모델이 초래한) 자산대비 부채 비율이 상당히 높았던 상황




2. 2세대 모델

- 시장참가자 간의 "자기실현적 예언 self-fulfilling effect" 으로 인해 금융위기가 발생한다는 이론. 


해당국의 "고평가된 환율" "바닥이 보이는 외환보유고 현황" "단기외채 비중"을 본 시장참가자들 외환위기가 발생할 것이라고 생각. 환율이 고평가 되어있고, 외환보유고 규모도 작고, 단기외채 비중이 높긴 하지만, 경제성장률 등의 경제의 기초여건 fundamental이 비교적 튼튼하다면 외환위기는 발생하지 않음. 


그러나 시장참가자 스스로 "외환위기가 발생할 것" 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해당국에서 자본을 회수하고 그 결과 해당국의 통화가치는 급락. 


- 1997년 한국의 사례 : 태국, 말레이시아 등과 비교해 한국경제의 기초여건 fundamental 은 괜찮았음. 경상수지 적자가 누적됐긴 했지만, 경제성장률이나 경제규모 등은 다른 동아시아 국가와 비교해 건실. 그러나 외환보유고, 단기외채 비중 등을 중시한 시장 참가자들은 자금을 급속히 회수해가면서 외환위기가 발생. 


경제학자들이 "1997 한국의 외환위기는 지급불능insolvency 이 아니라 단순한 유동성부족 illiquidity 때문" 이라고 주장하는 이유




3. 금융기관을 통한 급격한 자본유출 & 도덕적해이 모델 Moral Hazard


- 금융기관은 "외화자금을 중개하는 역할(intermediation of capital inflows)" 을 함. 따라서 그 특성상 "대규모"의 자금을 차입함. 그리고 다른나라로부터 외화를 들여오기 때문에, "조달"면에서는 "단기자금"이 주를 이루고, 기업에 자금을 대출하는 "운용" 면에서는 "장기대출"이 주를 이룸. 이러한 "만기구조 불일치" 때문에, 급격한 자본유출 과정에서 은행은 "유동성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큼


- 그리고 "우리가 파산하면 정부가 보증을 서줄 것이다" 라고 생각하는 은행은 "도덕적해이"에 빠짐. 그 결과, 대출과정에서 기업의 신용상태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부실대출을 일삼음. 


- 1997년 한국의 사례 : 1990년대 초반 "자본시장 개방" 이후, 금융기관은 막대한 양의 외국자본을 차입. 단기로 들여온 이러한 자본들을 "장기"로 기업들에 대출. "장단기 만기구조 불일치" 현상이 발생. 


그리고 당시 한국의 은행들은 "신용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재벌들에 막대한 양의 자금을 대출. 경제성장과정에서 생긴 금융억압 Financial Repression으로 인해 금융업이 발전하지 못했기 때문. 동아시아 다른 국가들의 외환위기를 본 시장참가자들이 갑자기 한국시장의 "만기연장 roll over 을 거부"하자, 장단기 만기구조 불일치에 따른 유동성위기가 발생했고 자산대비 부채비율이 과도하게 높았던 기업들이 도산. 




4. 호황-붕괴 사이클 모델 Boom-Bust Cycle


- 자본의 급속한 유입이 "자산가격을 폭등 boom"시키고 경상수지 적자를 초래. 경상수지 적자로 인해 하락해야할 통화가치는 자본유입으로 인해 계속 고평가. 그러다가 경제여건에 의문을 제기하는 리장참가자들이 자금을 급속히 회수해 가면서, "자산가치가 급락 bust" 하고 해당국 통화가치가 하락. 경제는 침체에 빠짐. 


쉽게 말해, 자본의 급격한 유입이 거품 bubble 을 만들고, 자본의 급격한 유출이 금융시장의 붕괴를 초래한다는 이야기. 


- 1997년 한국의 사례 : 개인적으로는 '호황-붕괴 사이클 모델'은 1997년 한국의 사례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 그렇지만, 세계경제의 화두인 "글로벌 불균형 Global Imbalances"를 설명하는 이론이고, 유럽경제위기 원인을 정확하게 설명. 




5. 금융공황 모델 Financial Panic & 전염효과 모델 Contagion Effect


- 시장참가들이 어느 순간에 "공포에 질려" 일시에 자금을 회수할 경우, 금융기관은 유동성위기에 빠짐. 시장참가자들의 "군집행동에 의한 상환요구"가 금융위기를 불러온다는 이론


- 시장참가자들이 서로 다른 국가를 "비슷하다고 인식"할 경우 "위기가 전염" 될 수 있다는 이론. 경제의 기초여건 Fundamental 과 상관없이, 시장참가자들의 "인식" 만으로 자본유출 등의 상황이 발생하고, 그 결과 위기가 전염됨. 


- 1997년 한국의 사례 : 서양투자자들은 아시아의 여러 국가들은 그저 "똑같은 국가들" 이라고 인식했음. 태국과 한국은 경제구조, 경제규모, 여러가지 상황 등이 다른데도 불구하고, 서양투자자들은 "태국이나 한국이나 똑같은 아시아 국가. 그런데 태국에서 외환위기가 발생했네? 한국도 믿을 수 없다" 라고 인식하고, 한국시장에서 자본을 급격히 유출해감. 


그 결과, 태국 등에 비해 경제의 기초여건 Fundamental 이 상대적으로 튼튼했던 한국에서도 외환위기가 발생. 2번의 "자기실현적 효과 self-fulfilling effect"와 유사. 




이러한 금융위기의 이론적 모델들을 이용해, 1997년의 상황과 2013년 현재를 비교하면?


1997년 외환위기 수습과정에서 IMF의 가혹한 조치를 경험했던 동아시아 국가들은 이후 "외환보유고 확충"에 힘을 쏟았음. 실제로 동아시아 각국은 단기외채 비율이 1997년 당시와 비교해 작음. 우리나라의 경우, 회계공시제도 도입 등을 통해 "기업의 투명성"을 높였고 "경상수지는 흑자"를 가록하고 있음. 그리고 "외환보유고 규모는 건실"하고 "단기외채 비중도 낮음". 전문가들이 "1997년 형태"의 외환위기는 발생하지 않을 것 이라고 말하는 이유. 


따라서, "1997년 형태"의 위기보다는 다른 위기를 살펴봐야 할텐데, 세계각국의 초저금리 기조 와중에도 "부채축소 deleveraging 에 실패한 가계" 나 "영업이익이 하락한 대다수 기업"들이 문제. 


경제학자 케네스 로고프 Kenneth Rogoff 는 <This time is different> (<이번엔 다르다>) 를 통해, "이번엔 다르다! 금융위기는 없다" 라고 주장하는 경제학자들을 비판했는데.. 금융위기 발생의 큰 요인이 "심리" 라는 것을 고려하면.... 최근 신흥국의 움직임은 그닥 좋을게 없을 거 같다;;;




2013년 8월 23일에 썼던 글을 2013년 9월 14일에 블로그로 옮겼습니다.

이미지파일이나 인용 등의 보완을 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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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시대의 금융억압 Financial Repression 정책이 초래한 한국경제의 모습개발시대의 금융억압 Financial Repression 정책이 초래한 한국경제의 모습

Posted at 2013. 8. 20. 21:00 | Posted in 경제학/경제성장, 생산성, 혁신


개발시대 Financial Repression 정책과 이로 인한 재벌의 성장을 다룬 흥미로운 논문 한편을 소개. 

이상학, 정기웅. 2010. The Political Economy of Financial Structure of Korean Firms.




첫번째 그림은 금융억압 Financial Repression 정책이 만든 금융시장의 불균형과 그 결과 생겨난 지대Rent[각주:1] 이다.


개발시대 한국은 국가가 금융자본을 통제하여 기업대출에 직접 관여하는 금융억압 Financial Repression 정책을 구사했다. 경제관료 bureaucrats 들은 특정집단에 자원을 몰아주기 위하여, 금융시장의 균형보다 상당히 낮은 금리 r* 를 인위적으로 설정하였다.


그 결과, 금융의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초과수요" 상황이 만들어지고, 대다수 기업들은 장외시장 curb market 에서 균형금리보다 높은 r**의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밖에 없었다. 



실제로 두번째 그림에서 나오듯이, 공식금융시장의 대출금리 Bank Loans-General-B 보다 장외시장 Curb Market-A 금리가 높았다



이때, 공식금융시장과 장외시장 간의 금리 차이 (r**-r*) x 대출금액 Total outsanding loans 을 합친 것이 지대 Rent 이다. 그 당시 발생했던 지대 Rent의 정확한 시장가치를 세번째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국가는 금융시장을 통제하고 금리를 낮게 설정함으로써 지대 Rent 를 만들어냈다. 그렇다면 이렇게 생겨난 잉여 Surplus인 지대 Rent를 어떻게 나누어야 할까? 국가는 "정치자금을 받는 대가"로 특정기업들에게 "낮은 금리"로 대출을 해준다. 그 기업들은 금융억압 Financial Repression의 혜택을 받고 성장해 나간다. 게다가 정치권에 계속 접촉하기 위해서는 "기업규모 Firm Size"가 커야한다. 기업들은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라도, "규모 늘리기"에 열중할 수 밖에 없다.


이제 순환작용이 발생한다. 국가는 규모가 큰 기업들에게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준다. 그 기업들은 금융억압 Financial Repression의 혜택을 받으면서 규모를 키워나간다. 이 과정에서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기업 small- and medium-sized firms"은 금융시장에서 소외된다. 중소기업들을 위한 금융시장도 발전하지 못했다. 


그 결과, 한국의 재벌들은 "높은 자산대비 부채비율 the high debt/equity ratio" 을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 이전까지 유지했었다.




It is well documented that the Korean government tightly controlled the financial sectors during its economic development era. Access to precious funds was limited. Firms tried to gain access to the enormous rents that would accrue to them if they received loans with low interest rates. Through repression in the financial markets, rents have been created and shared by politicians, bureaucrats and business.


Firms, bureaucrats and politicians shared these rents. The larger the firms, the more political influence they could generate. Politicians took a lot of “voluntary” donations known as “quasi-taxes” from large firms in return for cheap loans and other favors. That is, the politicians and large firms created the pie, “rent,” and shared it together.


In this case, firm size was an important advantage for rent seeking, because firm size was an important criterion for political connections with business. Large firms were preferred in allocation of funds since, given the size of funds to be allocated, the number of transactions and transaction costs in rent sharing could be reduced. 


As a result, large firms with licenses to invest in projects had a great advantage in acquiring credit allocation from financial institutions. Also, financial market for small- and medium-sized firms has been underdeveloped in Korea, as noted by Lee (1995).


Korean firms tried to expand, both to obtain cheap loan and to make them so large that the Korean government would have no choice but to keep on supplying them with funds. These in sum resulted in high debt/equity ratios of Korean firms. That is, the high debt/equity ratios of Korean firms were the consequence of the tie between the politicians and business


While this has been recognized by many scholars, (e.g. Kang(2002)), little empirical work regarding firm size and financial structure has been offered. Also, the possibility that the financial markets might be intentionally suppressed to create rents is not fully recognized. Following Kang (2002) we argue that firms with access to financial resources have benefited from the suppression in financial markets, at the expense of the firms with little access to financial resources, mostly small- and mediumsized firms. 


Our argument is consistent with Lim (2004) who finds that profitable small firms are gaining access to the credit from financial institutions after the 1997 financial crisis. In sum, the Korean financial markets were in favor of large firms at the expense of small and medium-sized firms.


이상학, 정기웅. 2010. The Political Economy of Financial Structure of Korean Firms. 4-5




① 금융억압 Financial Repression 정책으로 인해 정상적으로 발전하지 못한 한국의 금융시장

② 금융억압 Financial Repression 정책의 혜택을 받은 결과, 높은 자산대비 부채비율 the high debt/equity ratio 를 가지게 된 재벌


이 두가지 요인이 결합하여,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를 맞게 된다. 논문의 주제는 이것이다.  

금융억압 Financial Repression 으로 인해 "한국 금융시장의 미발전"과 "높은 부채를 가지게 된 재벌".



  1. 지대Rent 란 공급이 제한되어 있을때, 공급자가 얻는 추가적인 생산자 잉여 producer surplus 를 뜻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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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경제성장은 "부패corruption"와 "금전정치money politics" 덕분?한국의 경제성장은 "부패corruption"와 "금전정치money politics" 덕분?

Posted at 2013. 8. 18. 23:00 | Posted in 경제학/경제성장, 생산성, 혁신


흥미로운 논문을 한편 소개. 한국경제 성장과정에 대해 리서치 하다가 발견한 논문.


제목은 "Bad Loans to Good Friends: Money Politics and the Developmental State in Korea

- David C. Kang (2002)


한국경제 성장과정에서 많이 언급되는 세력은 "경제관료" Bureaucrats 들이다. 엘리트 집단인 경제관료들이 수출주도 성장을 이끌었다는 이야기. 그렇기 때문에 Development Economics 에서는 한국을 많이 다루는데, "(관료들에 의해 수립된) 국가의 경제정책"이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다는 실증적 논거를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1997년 외환위기를 다룰 때 등장하는 경제관료들은 부패의 온상이다. "한국 관료들의 부패와 무능, 정실자본주의로 인해 외환위기를 맞았다" 라는 이야기.


두 이야기를 종합하면, "한국관료들은 유능한 것일까 아니면 무능력한 것일까?"


Development Economics에서는 "국가"의 역할을 강조하는데, 이는 "국가는 전도유망한 산업을 선택해 육성할 수 있고 picks winners, 국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공공재 public goods 를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라는 전제를 따른 것이다. 유치산업보호론infant industry argument 의 일종.


그러나 논문의 필자는 "(그 당시 한국지배세력 등의 부패정도를 안다면) 우리는 (한국경제의 성장이) 국가의 자애심 benevolence 덕분이라고 말할 수 없다" 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그러나 한국은 (국가의 경제정책 덕분에) 경제성장에 성공한 것도 사실이다" 라고 말한다. 


여기서 필자는 "국가와 기업 간의 파워게임에 따른 금전정치money politics 와 부패 corruption" 개념을 들고 오면서 "한국의 경제성장은 (경제관료들에 의해) 의도된 결과가 아니다" 라고 주장한다.


For decades the literature on Asian development largely treated the prevalence of money politics as inconsequential or as peripheral to the “real story” of Korea: economic growth led by a developmental state composed of technocrats and austere military generals who emphasized export-oriented industrialization. Growth was so spectacular that the reality of corruption was concealed or was dismissed out of hand. 


And until late November 1997 and the stunning fall of the Korean won, observers argued that better government in Asia was a prime reason for that region’s spectacular growth.


Has corruption historically been prevalent in Korea? If so, why? How can we reconcile the view of an efficient developmental state in Korea before 1997 with reports of massive corruption and inefficiency in that same country in 1998 and 1999?


(...)


The Korean experience suggests broader implications for the study of government–business relations in developing countries. Most important, a model of politics is central to understanding the developmental state. We cannot assume benevolence on the part of the developmental state. 


A “hard” view of the developmental state—that the state is neutral, picks winners, and provides public goods because the civil service is insulated from social influences—is difficult to sustain empirically. However, even the “soft” view—that governments can have a beneficial effect however government action is attained—needs a political explanation. The Korean state was developmental—it provided public goods, fostered investment, and created infrastructure. 


But this study shows that this was not necessarily intentional. Corruption was rampant, and the Korean state intervened in the way it did because doing so was in the interests of a small group of business and political elites. Producing public goods was often the fortunate by-product of actors competing to gain the private benefits of state resources.


David C. Kang. 2002. "Bad Loans to Good Friends: Money Politics and the Developmental State in Korea". 3-4 





필자가 제시하는 types of corruption 은 4가지.


1. 강한 국가 + 강한 기업 = 상호인질관계 Mutual hostages


2. 약한 국가 + 강한 기업 = bottom-up type. 국가에 비해 기업이 우위에 선 구조. 업이 지대추구 rent-seeking 를 위해서 관료 등을 상대로 로비를 한다. 


3. 강한 국가 + 약한 기업 = top-down type. 국가가 강한 권력을 가진 구조. 강한 권력을 가진 관료 등이 정치자금 마련 등을 위해 기업을 약탈 predatory 한다.


4. 약한 국가 + 약한 기업 = 시장원리 Laissez-faire 대로 경제가 돌아감.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2. 약한 국가 + 강한 기업" 과 "3. 강한 국가 + 약한 기업"


개발시대 한국은 독재정권이 강력한 정치권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국가가 금융자본을 통제하는 Financial Repression 정책을 구사하면서 은행의 기업대출에 직접 관여하였다. 투자자금이 필요한 기업들은 국가의 "대출결정"을 기다려야 하는 처지였다. 


따라서, 기업은 독재정권에 정치자금을 대주고, 독재정권은 대출을 통해 기업을 밀어주는 양상이 나타났다. 정치자금을 많이 건네준 기업이 독재정권의 선택을 받고 성장해 나가는 것이다. 부패 Corruption 정도가 기업의 성장을 결정하는 상황. 실제로 선택받은 상위 10개 기업들은 Financial Repression 정책에 힘입어, 당시 한국의 은행대출 38%, 시중통화량의 43%를 지원받고 "급속히 성장"해 나갔다.


- 현대 · 삼성 등의 재벌들이 새마을운동 지원금 · 일해재단 기부금의 명목으로 정치권에 건넨 정치자금 액수


- 정치자금을 건넨 대가로 국가로부터 금융혜택을 얻은 소수의 기업들. 1964년 8월 기준, 은행대출에서 (정치권으로부터 선택받은) 기업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38%에 달한다.


Business and political elites exchanged bribes for political favors. Politicians used these political funds to buy votes and to serve basic greed. Businessmen used the rents from cheap capital to expand as rapidly as possible, thus ensuring their continued political and economic importance. Development and money politics proceeded hand in hand.


(...)


Businessmen often called “voluntary” donations jun joseh, or “quasi-taxes." (...)The fact remained that if businessmen did not provide politicians with sufficient funds when asked, the Bank of Korea called in their loans, or they suffered a tax audit, or their subsidy application was denied.


(...)


Given the Korean state’s total control over the financial sector in the 1960s and 1970s, businesses were naturally interested in gaining access to the enormous rents that accrued to a chaebol if it received a low-interest-rate loan. The state’s inability to control firms and their growth led to endemic overcapacity. Firms rushed willy-nilly to expand at all costs, whether or not it was economically feasible. The result was that in most major sectors of the economy there was excess capacity and overlapping and duplication of efforts as each chaebol tried to be the biggest. 


Rents in the form of U.S. aid, allocation of foreign and domestic bank loans, import licenses, and other policy decisions were based on a political funds system that required donations from the capitalists. During the 1960s, the expected kickback became normalized at between 10 and 20 percent of the loan.43 Park Byung-yoon points out that as early in Park’s rule as 1964, 38 percent of total bank loans—43 percent of M1 money supply—was given to only nine chaebol, all of which had family members in powerful positions in the ruling party or in the bureaucracy (see Table 2).


David C. Kang. 2002. "Bad Loans to Good Friends: Money Politics and the Developmental State in Korea". 10-14




그러다가 1987년 민주화 이후 상황이 바뀐다. 국가의 힘이 약해져 버린 것이다. 독재시대와 달리 국가가 모든 상황을 좌지우지 할 수 없다. 물론, Financial Repression은 계속 됐지만, 그 사이 기업들도 크게 성장해 "재벌"이 되었다. 정치권력이 재벌들을 함부로 컨트롤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정치세력들이 필요한 "선거자금"은 늘어나기만 했다. 과거 독재시대에는 선거가 필요 없었는데, 이제는 선거에서 승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한국사회는 "취약한 법 제도 weak legal environment"를 가지고 있었고 "인맥 personal ties" 이 많은 걸 결정했다.


이제 힘이 세진 기업들이 정치권력을 공략하기 시작한다. 정치자금을 대주는 조건으로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적극적으로) 관철시키는 양상이 나타났다. 시장 바깥에서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지대추구행위 Rent-seeking behavior 가 나타난 것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에도, 재벌들의 성장세는 계속 됐다. 자동차, 전자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진출했다.


- 1987년-1997년 사이의 대통령선거 동안 지출된 정치자금


- 1987년 민주화 이후, 재벌들이 부담한 정치자금 (일종의 준조세, quasi-taxes) 이 매우 커졌음을 알 수 있다.


- 1987년 민주화 이후에도, 재벌들은 정치자금을 지원해주는 대가로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적극적으로 관철 rent-seeking 시켜 나갔다. 한국의 GNP에서 현대 · 삼성 · LG· 대우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년 높아져만 갔다. 

- 그리고 금융억압 Financial Repression의 혜택으로, 재벌들은 손쉽게 은행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그 결과, 1996년 재벌들의 자산대비 부채 비중 Debt/equity ratio 이 매우 높음을 알 수 있다.   


the most significant change was the 1987 democratic transition. A country’s shift from authoritarian institutions to democratic ones will have different results depending on the relationship between state and business (Figure 2). In Korea, where both the state and business were strong, a shift to democratic institutions benefited business more than the state—the state was weakened by the imposition of democratic processes.


(...)


Although many assumed that globalization and liberalization would reduce rent seeking and the power of the chaebol, the opposite might very well be the caseTable 9 shows that although in 1986 the four largest chaebol added 5.7 percent to Korea’s GNP, by 1995 their share had grown to 9.3 percent of value added to GNP. Unless liberalization is matched by stringent regulatory oversight that limits collusive practices and the exercise of market power, it can provide new opportunities for large firms to buy favorable policy. While measures to rein in the chaebol are popular politically, because of government–business ties such policies were unsustainable even after 1997.


(...)


the importance of personal relationships (inmaek) in legal and corporate institutions also increased. A historically weak legal environment— and the corresponding importance of personal ties— creates an environment where the founder/chairman can control a vast array of subsidiaries while having little or no formal title to them and can evade or influence government policy.


In this fluid institutional environment, personal ties between chaebol and politicians— always important—have become even more critical to business success. The transition to democracy did not change this need. Rather, the 1990s saw expanded opportunities for personal connections, influence peddling, and a “bigger is better” mentality. Business concentration continued to increase, while cross-holding ownership remained a standard Korean business practice.


David C. Kang. 2002. "Bad Loans to Good Friends: Money Politics and the Developmental State in Korea". 18-25




국가가 기업을 컨트롤하든, 기업이 국가를 컨트롤하든, 그 중심에는 뇌물bribery 등의 부패corruption 와 금전정치 money politics 가 있었다. 국가와 기업은 '뇌물'을 연결고리로 서로를 지원하고 이끌어 나간 것이다. 필자가 "한국의 경제성장은 (경제관료들에 의해) 의도된 결과가 아니다" 라고 주장하는 이유이다.


그런데 부패한 모든 국가가 경제성장에 성공하는건 아니지 않나? 개발시대 한국의 부패 정도가 심했음에도 경제성장에 성공한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1. 부패corruption는 국가경제정책과 자원배분에 관한 투쟁 이었다.

(Corruption may indeed consist of struggles over the distribution of state policy and goods rather than struggles over the absolute level.) (26)


- 개발시대, 금융자본을 움켜쥐고 있던 Financial Repression 국가권력이 "한국의 자원배분"을 결정했다. 국가와 기업간에 나타난 부패corruption은 이러한 "자원배분 distribution of state policy and goods"을 쟁취하기 위한 "기업들의 투쟁" 이라는 것이다. 단순한 "사욕챙기기"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2. (뇌물을 통해) 국가의 자원을 쟁취하고 기업들이 사적인 이익을 향유했던 것은 공공재의 생산을 조건으로 한 것이다.

(Access to the private benefits of state resources was often contingent upon production of public goods.) (26)


한국의 재벌들은 뇌물을 통해 국가자원을 배분받거나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관철시켰다. 그러나 "사회인프라 건설, 고용창출 등을 통해 사회에 도움이 되는 공공재public goods 를 생산해 냈다" 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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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성공은 스스로의 능력과 노력 덕분입니까? - <청담동 앨리스>와 The lucky-take-all society당신의 성공은 스스로의 능력과 노력 덕분입니까? - <청담동 앨리스>와 The lucky-take-all society

Posted at 2013. 7. 27. 04:31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타고난 운을 이어간거겠죠...


올해 초 SBS에서 방영됐던 드라마 <청담동 앨리스>에 등장했던 장면 하나. 


재벌총수 아버지를 떠난 뒤 유럽에서 무일푼으로 지냈던 차승조(박시후 분). 그는 자신이 그린 그림이 3만 유로에 팔린 이후 승승장구의 길을 걷고, 명품유통회사의 한국지사 회장이 되어 돌아온다. 차승조는 스스로의 "능력과 노력"이 자신의 성공을 만들었다고 굳게 믿고 있다.


보잘것 없는 집안에서 태어나 계약직 디자이너로 일하는 한세경(문근영 분). 한세경은 차승조의 성공이 "타고난 행운을 이어간 덕분" 이라고 지적한다. 


한세경 : 

승조씨는 사랑을 믿고 싶어하지만, 난 세상을 믿고 싶었다구요.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가난한건 절대 네가 잘못한 것이 아니야." 나한테 그렇게 말해주는 세상은 없었으니까요.


승조 : 

가난이 벼슬이야? 가난하면 사람 진심 갖고 이용해도돼? 

가난하고 사랑이 무슨 상관이야. 가난... 벼슬 아니야.

나도 똑같이 겪었어. 잘 곳 없고 먹을 것 없는 상황에서 견뎌냈어. 그리고 이 자리까지 왔어.

가난... 핑계 대지마. 


한세경 :

승조씨한텐 행운이 있었잖아요.


차승조 :

행운...?


한세경 :

그림이요. 그런 행운 아무한테나 오는 거 아니에요.


차승조 :

그게... 행운이었다고? 어떤 미친놈이 가치도 없는걸 3만 유로나 주고 사. 3만 유로의 가치를 봤으니깐 산거야.

어떻게 그걸 행운으로 매도하지? 아니... 그래 좋아. 설사 행운이라 해도 그 말도 안되는 상황에서 열심히 살았으니깐 그 대가로 세상이 준거야.


한세경 :

승조씨... 우리한텐 그런 세상은 없었어요.

열심히 노력하면 엄청난 일이 벌어지는 세상 같은건... 한 번도 살아본 적 없었다구요.


차승조 :

그럼, 내가 운좋게 얻어걸려서 운으로 여기까지 왔다는거야?


한세경 :

타고난 운을 이어간거겠죠...


차승조 :

타고나? 내가 혼자 힘으로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알잖아!


한세경 :

승조씬 행운을 믿을 수 있는 사람이니깐요. 근데 난 행운 같은거 쉽게 믿을 수 없는 사람이에요.


차승조 :

그런 루저들이 하는 소리 그만해!!!


한세경 :

!!! 그럼 승조씨도...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가난한건 자기 잘못이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노력해도 가난한건, 그냥 어리석어서 그런것이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발버둥쳐도 가난한건, 내가 내 인생을 잘못살았기 때문이라는 거네요...?


차승조 :

그러네.... 


<청담동 앨리스> 15회 中


차승조의 성공은 스스로의 "능력과 노력" 덕분일까? 아니면 "(타고난) 행운을 이어간" 덕분일까?




※  Rational Herding & Bandwagon Behavio



오른쪽 그래프를 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알 수 있다. 실업상태에 빠져있던 기간 Months of Unemployment 이 길었던 사람일수록 1차 서류심사에 통과할 확률 Call-back rates in US job application 이 낮다. 즉, 장기실업자는 재취업에 성공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노동시장 혹은 구직시장은 구직자 (노동공급자)와 인사담당자 (노동수요자) 간의 정보비대칭 information asymmetric 이 발생하는 공간이다. 인사담당자는 구직자의 능력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능력이 뛰어나고 생산성이 높은 구직자를 선발해야 하지만, 인사담당자가 수많은 구직자들 개개인의 능력과 생산성을 온전히 파악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인사담당자는 다른 인사담당자들의 행동을 참고하여 구직자를 선발한다. 쉽게 말해, "다른 많은 회사들이 오랜 기간동안 뽑지 않았던 구직자는 능력이 없을 것이다" 라고 추정하는 것이다. 단기실업자에 비해 장기실업자가 능력이 실제로 뒤떨어지는가는 중요치않다. 다른 인사담당자들이 오랫동안 뽑지 않았다는 그 사실이 중요할 뿐이다[각주:1][각주:2]  


경제학자 Abhijit Banerjee 는 인사담당자의 이같은 행동이 나타나는 Rational Herding Model을 고안했다. 이 모델 속에서 인사담당자는 구직자를 선택할 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보 their own information 보다 다른 사람의 행동 the actions of others 을 참고한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Bandwagon Effect[각주:3] 는 상황을 악화시킨다. 인사담당자가 "다른 인사담당자들의 행동을 참고"하여 구직자를 선발하기 때문에, 한 인사담당자들의 선택을 받은 구직자가 다른 인사담당자들의 선택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다르게 말하면, 노동시장 첫 진입에 실패한 구직자는 계속해서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장기실업 상태에 머물러 있을 가능성이 높다. 


어떤 이유로든 단지 노동시장 첫 진입에 실패했을 뿐인데,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장기실업 이라니.   


A TRULY informed diner would choose a restaurant based on the quality of the menu and the chef’s experience. The discerning investor would decide which company to back after studying the business plan and meeting the founders. In reality, people often copy the choices of others. Diners pick the crowded restaurant over the empty one. Investors go with the company that already has multiple backers.


Such bandwagon effects are not necessarily irrational. Often, the buyer knows less about a product than the seller; the collective wisdom of the crowd can correct for such “asymmetric information”. It can also be a way of coping with a surplus of choice: rather than study 100 models of music player, why not assume the market has already figured out the duds?


(...)


Although such bandwagon behaviour may be rational, it can also be deeply harmful. Two decades ago Abhijit Banerjee, now at the 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 devised a model of “rational herding” in which market participants base their decision on a combination of their own information and the actions of others. Over successive rounds of transactions, participants responded less to their own information and more to the herd.


That can lead to poor outcomes. Imagine a newly unemployed worker who narrowly misses out on the first job he applies for. That initial failure reduces his odds of landing the second job he applies for, and so on, until he ends up as one of the long-term unemployed. 


"Bandwagon behaviour". <The Economist>. 2013.07.20  




※ The lucky-take-all society


위에서 다룬 Rational Herding Model과 Bandwagon Effect는 깊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단지 어떠한 불운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실업자는 갈수록 재취업의 기회가 줄어들게 된다. 반대로, 운좋게도 경제가 호황이고 실업율이 낮을때 졸업한 구직자는 첫 직장을 구하기도 쉬울 것이다. 노동시장에 성공적으로 첫 진입한 구직자는 Rational Herding Model과 Bandwagon Effect가 일으킨 선순환 Virtuous Cycle 덕분에, 일생동안 풍족한 생활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10년 전, Lehman Brother와 J.P. Morgan을 사이에 놓고 진로를 고심하고 있는 한 구직자를 생각해보자. 이 구직자는 5년 뒤에 무슨 일이 발생할지 상상할 수 있었을까? (운에 기초한) 단지 한번의 결정으로 인해 그의 생애소득 자체가 변하게 될 것이다.

 

If their inference is correct, the implication is troubling: someone who ends up unemployed through bad luck, and for some idiosyncratic reason doesn’t quickly land a job, finds his chances of reemployment diminish until he’s part of the long-term unemployed.


The opposite almost certainly holds true, as well. Someone lucky enough to graduate when the economy is booming and unemployment is low will spend relatively little time searching for his first job, creating a virtuous cycle that leads to more time employed at higher wages throughout his life. Or imagine someone who ten years ago could choose between working for Lehman Brothers or J.P. Morgan; it would have been impossible to know that, five years later, one would be bankrupt and the other not, but that decision would have profound consequences for his lifetime earnings.


"The lucky-take-all society". <The Economist>. 2013.07.22



오바마행정부에서 경제자문위원회의장 the chairman of Barack Obama's Council of Economic Advisers을 맡은 Alan Krueger는 음악시장을 예로 들며 행운의 중요성설명한다. Alan Krueger는 사회학자 Matt Salganik과 Duncan Watt의 연구를 소개하는데, 그 내용은 간단하다. 


연구참가자들에게 음악 다운로드 순위를 보여준채 무료 다운로드 이용권을 부여한다. 이때, 750번째 참가자들까지는 진짜 다운로드 순위를 보여주고, 이후 참가들에게는 거꾸로 작성된 순위를 보여준다. 48위 곡이 1위 곡으로 제시되고, 47위 곡이 2위 곡으로 제시되는 식이다. 그 결과, 놀라운 현상이 벌어졌다.



다운로드 순위가 정확하게 제시됐더라면, 1위 곡은 500회 이상 · 48위 곡은 29회의 다운로드를 기록했을 것이다. 그런데 연구참가자들에게 단지 다운로드 순위를 거꾸로 제시했을 뿐인데 (실제) 48위 곡의 다운로드 횟수가 급격히 증가한 반면에, (실제) 1위 곡의 다운로드 횟수 증가세는 (다운로드 순위가 정확하게 제시됐을 경우에 비해) 완만한 모습을 띄었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능력뿐 아니라 (행운과 같은) 임의적인 요소 arbitrary factors 가 성공과 실패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당신의 밴드가 곡을 출시했는데, 같은 시점에 인기가 더 많은 다른 밴드가 곡을 출시한다고 생각해보자. 음원이용자에게 보여지는 다운로드 순위권에서 당신의 곡은 아래에 위치할 수도 있다. 음원이용자에게 제시될 다운로드 순위 그 자체로 인해, 당신 밴드의 노래 다운로드 횟수가 (크게) 달라질 것이다.


Both good and bad luck play a huge role in the rock ‘n roll industry. And the impact of luck is amplified in a superstar economy.


This was clearly demonstrated in a fascinating experiment conducted by the sociologists Matt Salganik and Duncan Watts.9 With the musicians’ permission, the researchers posted 48 songs in an online music library. Subjects were invited to log on to the library and sample the songs, with the opportunity to download the songs for free (slide 4). Participants could see the list of songs, ranked by the number of times each one had been downloaded up to that point. They could also see the exact download counts, so they were aware of the popularity of each song based on the collective opinions of other participants (slide 5). From there, the subjects could click on a song to play it, and then were given the option to download the song for free (slide 6).


For the first 750 participants, the researchers faithfully tallied and displayed the number of downloads. However, the subsequent 6,000 participants were randomly – and unknowingly – assigned to one of two alternative universes. In one universe, they continued to see the true download counts (slide 7).


For the other participants, the researchers deviously created an alternative universe where the download counts had been flipped, so that the 48th song was listed as the most popular song, the 47th song was listed as the number two song, and so on.10 After this one-time inversion in the ranking, the researchers let the download tallies grow on their own. They wanted to see if the cream would rise to the top, or if the boost in ranking that the worst song received would lead it to become popular.


Here’s what happened in the world where the download counts were presented accurately (slide8). By the end of the experiment, the top song (“She Said” by Parker Theory) had been downloaded over 500 times, while the least popular song (“Florence” by Post Break Tragedy) had been downloaded just 29 times – so the natural outcome of the experiment was that the most popular song was nearly 20 times more popular than the least popular song.    


Now let’s see what happened when the download counts were flipped, so that the new participants thought the least popular song was actually the most popular. As you can see, the download count for the least popular song grew much more quickly when it was artificially placed at the top of the list. And the download count for the most popular song grew much more slowly when it was artificially placed at the bottom of the list.


In the alternative world that began with the true rankings reversed, the least popular song did surprisingly well, and, in fact, held onto its artificially bestowed top ranking. The most popular song rose in the rankings, so fundamental quality did have some effect. But, overall – across all 48 songs – the final ranking from the experiment that began with the reversed popularity ordering bore absolutely no relationship to the final ranking from the experiment that began with the true ordering. This demonstrates that the belief that a song is popular has a profound effect on its popularity, even if it wasn’t truly popular to start with.


A more general lesson is that, in addition to talent, arbitrary factors can lead to success or failure, like whether another band happens to release a more popular song than your band at the same time. The difference between a Sugar Man, a Dylan and a Post Break Tragedy depends a lot more on luck than is commonly acknowledged. 


Alan Krueger. "Land of Hope and Dreams: Rock and Roll, Economics and Rebuilding the Middle Class". p 5-6. 2013.06.12



물론, 개인의 성공을 온전히 행운 덕분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앞서 언급한 연구결과들은 경제적 불균등을 해소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을 시사한다. 사회의 낙오자들에게 "다시 학교로 돌아가서 행운을 쟁취하렴!" 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Taken far enough, one could gloomily conclude that luck is the dominant determinant of labour market outcomes. This is surely an exaggeration. The rock song experiment found that the most popular song, even when falsely labeled least popular, clambered its way back up the popularity rankings once enough people had listened to it. And as has been well established, there is strong and growing correlation between education or skills on one hand and wages on the other. (Of course, luck and skill are not mutually exclusive). Moreover, the age old observation that successful people make their own luck applies; as “most popular” lists proliferate, so do efforts to game them, and counter-efforts to game the gamers, as Derek Thompson at the Atlantic describes here in the case of Yelp.


Nonetheless, this research opens a new and troubling dimension on  inequality. Unlike deficiencies of skill, it’s hard to tell society's  losers they should go back to school to become luckier. 


"The lucky-take-all society". <The Economist>. 2013.07.22




※ 차승조는 깨달았을까?


다시 드라마 <청담동 앨리스>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한세경의 충고를 들은 차승조는 "타고난 행운"이 자신의 성공에 큰 기여를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까? 차승조의 前 여자친구 서윤주(소이현 분)는 3만 유로를 주고 그림을 사준 사람은 바로 재벌회장인 "차승조의 아버지" 일 것이라고 말한다. 차승조 아버지는 말한다. "이런 애비 타고난 게 네 능력이야! 다 타고난 네 능력이라고!"


차승조 :

아버지라고???


서윤주 :

어. 나라면 아버지부터 의심했을거야.


차승조 :

왜???


서윤주 :

정말 한번도 생각 안해봤어?


차승조 :

아니 그러니까, 내가 왜 우리 아버지를 의심했어야 했냐고.


서윤주 :

재벌가 아들이니깐.

아버지가 너 밑바닥에서 그러고 살게 그냥 뒀겠어?


차승조 :

그래서 뒤를 봐줬다? 우리 아버지가 그럴 사람 같애? 상속포기각서 까지 쓰게한 사람이야.


서윤주 :

정말 한번도 생각 안해봤나보네. 뭐... 아닐수도 있어. 

근데, 그런 일 생기면 당연히 아버지부터 의심했어야 하는거 아니야?

하긴, 그게 너랑 나랑 다른 점이지. 너는 그런 일 아무 의심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고, 

나같은 사람들은 겁부터 나. 나한테 왜 이런일이 생기지 하고 말이야. 


<청담동 앨리스> 16회 中


차승조 :

이 그림.. 아버지가 사셨어요?


차승조 아버지 :

음... 그래. 얼마 전에 샀다. 보는 사람마다 그림 좋다 한마디씩..


차승조 :

2008 빠리 보자르, 익명으로 낙찰받은 사람이 아버지 였냐구요.


차승조 아버지 :

허허.. 그것도 알았냐... 왜 그러냐?


차승조 :

왜요...


차승조 아버지 :

응??


차승조 :

왜 그러셨어요. 왜 샀냐구요! 내 그림 왜 샀어요!

나 설계한거에요?


차승조 아버지 :

뭐해?


차승조 :

나 몰래 그림 사서 여기까지 오게끔 판 짠거냐구요.


차승조 아버지 :

누가 판을 짜. 네 놈 거지꼴로 사는거 못보겠어서 그림 하나 사준거야. 

대놓고 돈 줬으면 안 받았을거 아니야.


차승조 :

이게 그림 하나에요? 이 그림 때문에 여기까지 왔는데?

결국 나.. 아버지 때문에 여기까지 온거에요.


차승조 아버지 :

그게 왜 나때문이야. 내가 아르테미스에 꽂아줬어? 회장을 만들어줬어?

다 네 힘으로..


차승조 :

재밌으셨죠? 아버지한테 복수한다고 날뛰는거 보면서 재밌으셨냐구요


차승조 아버지 :

대체 뭐 때문에 이러는거야!


차승조 :

10년을 도망쳤어요! 로열그룹 후계자가 아니라 인간 차승조로 살고 싶어서!

아버지 없이 오로지 내 힘으로, 내 능력으로 살고 싶었다구요!


차승조 아버지 :

이런 애비 타고난 게 네 능력이야! 다 타고난 네 능력이라고!

남들은 못가져서 난리인데, 너는 가졌다고 이 난리냐!


차승조 :

타고난 행운... 결국 그거였네요. 

난 아무리 날고 기어도 아버지 없인.... 아무것도 못하는 놈이었어요.


<청담동 앨리스> 16회 中

 

  1. 이러한 결과를 도출해낸 Kory Kroft의 설명에 따르면, ① 단기실업자와 장기실업자의 배경, 교육수준, 지원일자리에 대한 경험은 유사하고 ② 단기실업자와 장기실업자들은 모두 구직을 위해 노력을 하였으며 ③ (뒤의 각주에 상세히 설명) 고용주가 '실업기간과 구직자의 기술수준 저하'를 동일시하지 않고 있다. 즉, Kory Kroft의 연구결과는 '다른 사람의 행동을 참고'하는 인사담당자의 선택이 (단기실업자에 비해 능력이 뒤떨어지지 않은) 장기실업자의 실업탈출을 어렵게 만든다는 것을 보여준다. 장기실업 그 자체는 일종의 self-fulfilling 현상 이라는 것이다. [본문으로]
  2. Cities with high unemployment 그래프를 보면 Cities with low unemployment에 비해, 단기실업자와 장기실업자 간의 1차 서류통과 확률차이가 그다지 크지 않다. 이는 대다수 구직자가 실업상태에 있을 때, 인사담당자가 '다른 인사담당자들의 행동을 참고' 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드러내준다. 그러나 구직자 대부분이 취업상태에 있을 때는 '다른 인사담당자들의 행동을 참고하여' 장기간 실업상태에 머물러 있는 소수 구직자들의 능력을 낮게 추정하기 때문에 장기실업자들을 선발하지 않는다. Cities with low unemployment 와 Cities with high unemployment 간의 이러한 차이는 "인사담당자가 실업기간과 구직자의 기술수준 저하를 동일시 하기 때문에, 장기실업자의 재취업율이 낮다" 라는 가정이 틀렸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가정이 옳다면, 경제가 호황이든 불황이든, 장기실업자의 재취업율이 단기실업자의 그것보다 확연히 낮아야 하기 때문이다. [본문으로]
  3. the probability of any individual adopting it increasing with the proportion who have already done so.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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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7월 Ben Bernanke - Tapering 실시는 경제상황에 달려있다2013년 7월 Ben Bernanke - Tapering 실시는 경제상황에 달려있다

Posted at 2013. 7. 11. 11:12 | Posted in 경제학/2008 금융위기


한국시각으로 오늘 새벽, 지난 6월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이 공개되고, Fed 의장인 Ben Bernanke가 NBER에서 연설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끌었다. 주요내용은 "지금 당장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축소Tapering하지 않는다. 우리는 '경제상황'에 따라 출구를 시행할 것." 


Tapering 실시를 암시한 지난달 Fed의 발표 이후, "올해 하반기를 시작으로 출구전략이 시행되는 거 아니냐" 라는 반응이 쏟아지면서 금융시장이 출렁거렸는데, Fed는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축소하기 이전에 노동시장과 경제활동면에서 further improvement가 발생해야 한다" 라고 확실하게 못받고 있다.


"The key line in the minutes is that “many members indicated that further improvement in the outlook for the labor market would be required before it would be appropriate to slow the pace of asset purchases”, 


while “Some added that they would, as well, need to see more evidence that the projected acceleration in economic activity would occur, before reducing the pace of asset purchases.”


"FOMC minutes for meeting of June 18-19, 2013". <Financial Times>




많은 시장참가자들은 6월 Fed의 발표를 "출구전략의 신호"로 받아들였었는데, 이를 두고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인 William Dudley와 애틀란타연방준비은행 총재 Dennis Lockhart는 "Fed의 출구는 경제상황Economic Condition에 달려 있다" 라고 말하며 시장을 안정시켜왔다.


Nothing has changed” in the Fed’s outlook toward tightening interest rates, Federal Reserve Bank of Atlanta President Dennis Lockhart said in a speech in Marietta, Ga. “The timing of the first move to raise the policy rate will depend on overall economic conditions, but I would estimate ‘liftoff,’ as it is called, to come sometime in 2015,” the official said.


"Fed’s Lockhart: FOMC Meeting Wasn’t Major Shift in Direction". <WSJ>. 2013.06.27


Mr. Dudley said Tuesday that the labor market still isn’t yet back to full health, and he raised the comparison of the U.S.’s slow recovery to Japan’s long struggle to fight its own economic malaise. He said the Bank of Japan tried to pare back its monetary stimulus programs too quickly throughout the 1990s and 2000s, prolonging the country’s economic problems.


“Very aggressive monetary policy today will generate stronger growth sooner,” Mr. Dudley said. “What we saw from the Japanese experience I think is very cautionary.


"NY Fed’s Dudley: Fed In No Rush To Tighten Monetary Policy". <WSJ>. 2013.07.02


오늘 공개된 FOMC의 6월 회의록은 이를 확인시켜준 것.




그리고 Ben Bernanke는 "현재의 실업률-7.6%-은 노동시장의 건강상태를 과장하고 있다" 라고 말함으로써, 6월에 말했던 Threshold 실업률 7%에 도달한 뒤에도 자산매입을 계속해서 시행할 수 있다 라는 점을 암시했다. 


"he noted the June unemployment rate of 7.6% "probably understates the weakness of the labor market,"


"Fed Affirms Easy-Money Tilt". <WSJ>. 2013.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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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6월자 Fed의 FOMC - Tapering 실시?2013년 6월자 Fed의 FOMC - Tapering 실시?

Posted at 2013. 6. 26. 10:34 | Posted in 경제학/2008 금융위기


※ Tapering을 암시한 Fed


2013년 6월 20일에 개최된 FOMC에서 Fed는 2012년 9월 이후 실시된 양적완화 QE3 를 점차 축소해나갈 것 Tapering 을 암시했다. FOMC에서 논의된 내용의 핵심은


① (현재 Fed는 매달 85조원 규모의 자산매입을 통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는데) 산매입 규모를 하반기부터 점차 줄여나가겠다


실업률이 7%에 도달하는 시점에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중단할 것이다. 실업률이 7%에 도달하는 시점은 내년 중반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③ 지난 3월에는 "내년 실업률은 6.7%~7% 대" 라고 예측했으나, 오늘 발표에서는 "내년 실업률은 6.5%~6.8% 대" 라고 예측. 경제상황에 대한 전망을 상향조정.


④ (현재 0.25%인 기준금리를 2015년 중반까지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었는데) 자산매입 프로그램이 중단되고 경제가 회복된 뒤에도, 당기간 저금리를 유지할 것


여기서 Ben Bernanke가 "실업률이 7%에 도달하는 시점에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중단할 것" 라는 말을 하면서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좋게보면 2008 미국 금융위기가 끝나간다[각주:1]고 할 수 있지만, 시장참가자들은 2008 금융위기 이후 Fed가 시장에 공급한 4조 달러 규모의 유동성이 회수되면 신흥국에서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두들 초조한 상황이다.




※ 다가올 끔찍한 2년?


2008 금융위기 이후, 민간의 부채축소(디레버리징)로 인한 충격을 흡수해준건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정. 민간이 부채축소에 돌입하게 되면 소비와 투자가 줄어 경제가 위축되는데, 이러한 디레버리징 충격을 양적완화로 대표되는 유동성 공급정책을 편 Fed가 흡수해준 것이다. Fed가 시간을 벌어주는 동안, 민간은 디레버리징을 완료하고 경직된 노동시장, 과열된 부동산시장 등등 여러가지 "구조개혁"을 성공하는 게 지난 5년 간의 목표였다.


그런데 Fed가 유동성을 거둬들이려는 시점에서, 민간의 디레버리징과 구조개혁이 완료되지 않았다면???


<WSJ>의 이 기사는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거둬들이려는 시점에 민간과 정부의 구조개혁은 완료되지 않았다" 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WSJ>는 세계중앙은행들이 모인 국제결제은행(BIS, 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의 보고서를 인용하면서 "중앙은행이 시간을 벌어줄 때, 민간과 정부는 제 임무를 하지 못했다" 라고 비판하고 있다.


"But the BIS cautioned that stimulus efforts of central banks—interest rates near zero; abundant bank loans and asset purchases—come with unwanted side effects. The most dangerous, the report suggests, is that it takes pressure off governments to overhaul their economies and reduce debt while delaying necessary reduction of debt in the private sector as well.


"So far, continued low interest rates and unconventional monetary policies have made it easy for the private sector to postpone deleveraging, easy for the government to finance deficits, and easy for the authorities to delay needed reforms in the real economy and in the financial system," Mr. Cecchetti said."


"Governments Urged to Pick Up Pace on Economy". <WSJ>. 2013.06.23


민간과 정부의 구조개혁이 완료되지 못한 때에, 위기에 빠진 경제에 숨을 불어넣어준 중앙은행의 유동성이 거두어 들여진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2008년 이후 미국 Fed가 공급한 유동성은 4조 달러에 달하는데, 이러한 규모의 유동성 공급은 전례가 없었기 때문에, 4조 달러가 회수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BIS officials have long warned that central banks are stretched beyond their traditional mandates to stabilize inflation and financial markets, and that they are now tasked with safeguarding the world economy. But if central banks remove stimulus too soon, they risk undoing the progress that has been made in the past five years to bring financial markets back from the verge of collapse.


"The size and scope of the exit will be unprecedented," the BIS said in its report. "This magnifies the uncertainties involved and the risk that it will not be smooth.""


"Governments Urged to Pick Up Pace on Economy". <WSJ>. 2013.06.23




※ 현재 미국경제 상황을 드러내는 인포그래픽 3가지


<출처 : "Credit and Liquidity Programs and the Balance Sheet". 2013년 6월 26일 기준>


첫번째 인포그래픽은 Fed의 Balance Sheet2008년 9월 이후, Fed는 모기지 채권 구입 등을 통해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했는데, 그 결과 Balance Sheet 상에 Asset이 2조 4천억 달러 가량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


2013년 6월 20일, Fed는 "현재 매달 850억 달러의 채권을 매입하고 있는데, (경제상황에 따라) 올 하반기부터 이 규모를 점차 축소해나갈 것" 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금융시장이 출렁거려 채권금리가 치솟았는데,"지금 현재의 자산매입 프로그램 규모를 줄인다는 Tapering 발표에도 시장이 출렁이는데, 2008년 이후 매입한 자산을 되파는 실질적인 출구Exit가 시행되면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까?" 라는 두려움이 시장참가자들 사이에 있는 상황.


이같은 Fed의 자산매입은 "전례가 없었기" Unprecedented 때문에, Fed의 출구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출처 : "Slow-Motion U.S. Recovery Searches for Second Gear". <WSJ>. 2013.06.24


두번째 인포그래픽은 2009년 이후 미국경제의 회복양상미국의 경기사이클은 NBER (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이 공식적으로 판단한다. 최근의 경기침체 기간은 2007년 12월 - 2009년 6월. 즉, 두번째 인포그래픽은 "경기침체 사이클의 마지막인 2009년 6월 이후, 미국경제가 얼마나 회복 되었나" 를 나타내고 있다.


이것을 보면 "미국경제 회복은 Fed의 양적완화 정책, 즉 유동성공급 정책에 달려있다" 라는 사실을 알 수 있는데, 유동성공급 정책과 낮은 인플레이션 증가율에 힘입어 Household Net Worth와 S&P 500 지수, 즉 "부동산시장과 주식시장이 미국경제 회복을 지탱"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Private-Industry Jobs와 Consumer Spending은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  "지금의 미국경제는 Fed의 유동성 공급에 의한 자산효과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것은 착시 아닐까? 일자리와 민간소비는 증가하지 않았는데? 이런 상황에서 Fed가 유동성을 회수한다면 무슨 일이 발생할까?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상황.



<출처 : "Some Unemployed Keep Losing Ground". <WSJ>. 2013.06.24


세번째 인포그래픽은 미국의 노동시장 지표2008년 이후, 미국 노동시장은 약 9백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는데, (NBER이 경기침체의 끝이라고 판단한) 2009년 6월 이후 일자리 수가 증가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도 "2008년 이전 수준의 일자리수로 돌아가지 못한 상황." 7개월 가량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장기 실업자" 수가 여전히 많고, 게다가 "경제활동참가율 자체가 하락"하는 상황이다. Fed는 출구전략 Tapering의 Threshold로 "실업률 7%"를 제시했는데, "미국 노동시장이 여전히 취약한데 실업률을 threshold로 삼는 게 타당한가" 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물론, 버냉키 의장은 "경제상황에 따라 유동성을 조절할 것" "양적완화를 중단한 이후에도 저금리를 상당기간 유지할 것"  이라고 말을 했기 때문에, 경제상황이 악화된다면 유동성 회수를 하지 않을 수 있으나 그의 임기는 내년 1월이 마지막. 대공황을 전공한 경제학자가 2008 금융위기를 맞아서, 세계를 상대로 자신의 이론을 실험했지만, 뒷마무리는 다른 사람이 하는 상황이다.


내년 상반기 미국의 실업률이 7%까지 하락하지 않는다면, Fed는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계속해서 가동할 것이지만, 결국 어느시점에 와선 자산매입 프로그램 중단 뿐 아니라 4조 달러 규모의 유동성 회수가 이루어지고, 2015년 중반을 넘어서서는 미국 금리도 인상이 될텐데, 개개인의 입장에서는 다가올 2년동안 부채축소에 주력하면서 눈 딱 감고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


고령화 현상 심화, 답이 없는 자영업, 내수시장 발전을 가로막는 부동산시장, 낮은 경제활동 참가율


등등 여러 "문제해결이 쉽지 않은 한국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를 생각한다면, 2015년 중반 이후에 어떤 일이 발생할지 대강의 예측은 가능하다.





※ 2013년 6월 20일, 24일, 26일에 각각 썼던 글을 2013년 9월 14일에 블로그로 옮겼습니다.


<참고자료>


美 FRB의 QE3 - 유동성함정 & 하이퍼인플레이션. 2012.09.14


현재의 경제위기는 유효수요 부족? 공급능력 감소?. 2012.09.16


양적완화(QE)는 어떻게 작동할까?. 2012.09.17


FRB : Press Release. 2013.06.19


Decoding the Fed’s Statement. <NYT>. 2013.06.19


Press Conference with Chairman of the FOMC, Ben S. Bernanke. 2013.06.19


Optimistic Fed Outlines an End to Its Stimulus. <NYT>. 2013.06.19


Governments Urged to Pick Up Pace on Economy. <WSJ>. 2013.06.23


Credit and Liquidity Programs and the Balance Sheet. 2013년 6월 26일 기준


Slow-Motion U.S. Recovery Searches for Second Gear. <WSJ>. 2013.06.24


Some Unemployed Keep Losing Ground. <WSJ>. 2013.06.24


  1. NBER이 판단하는 경제위기의 공식적인 종료는 2009년 6월. http://www.nber.org/cycles/cyclesmain.html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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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의 목표를 각각 경제성장률 / 실업률 / 고용률 로 지향하는 것의 차이정책의 목표를 각각 경제성장률 / 실업률 / 고용률 로 지향하는 것의 차이

Posted at 2013. 6. 7. 15:45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앞선 포스팅에서 "고용률 70% 로드맵 정책의 핵심은 "정책의 목표를 경제성장률이 아니라 고용률로 삼은 것" 이라고 말했다. 경제성장률은 성장우선 이고 고용률은 분배우선 이기 때문에 고용률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일까? 그런 의미가 아니다. 


또한, 정부는 "예전과 같은 고성장이 불가능하고 수출주도형 대기업으로부터의 낙수효과가 미발생" 했다는 점을 들어 "고용률 중심 정책"을 내놓았다. 그런데 경제성장률 중심 정책은 이러한 현실적 제약을 떠난 문제가 존재한다. 바로, 애초에 작은 개방경제 Small Open Economy를 가진 일국의 정부가 "인위적으로 높게 책정한 경제성장률"을 정책의 타겟으로 삼는 것 자체가 근본적인 문제이다.




● 경제성장률을 정책의 목표로 삼는 경우


① 경제성장률은 이미 정해져있다


지난 이명박정부의 대표적인 공약은 바로 "747 정책" 이었다. 경제성장률 7% 달성 · 소득 4만 달러 · 세계 경제 7대 강국 진입. 바로 여기서 "경제성장률 7%"를 목표로 삼은 것이 많은 화제가 됐었는데, 경제학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은 이것이 얼마나 어이없는 소리인지 잘 알 것이다.


한 국가가 1년동안 달성할 수 있는 경제성장률 범위는 애초에 정해져있다. 바로 "잠재성장률 Potential Growth Rate" 때문이다. 잠재성장률이란 '한 국가가 주어진 물적자본 physical capital · 인적자본 human capital · 조직자본 organizational capital 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했을 경우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이다. 쉽게 말해, 일종의 "제한된 능력 limited capacity" 이다. 


잠재성장률은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노동자수"와 "생산성"에 의해서 결정되는데, 노동시장에 참여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생산성이 증가할수록 잠재성장률이 올라가는 구조이다.


< 출처 : 서강대학교 경제학과 조장옥 교수, 거시경제학 수업자료 >


위에 첨부한 그래프는 경제 내의 장기 총생산 Long-run Aggregate Production 이 결정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1번 그래프는 노동시장 Labor Market 에서 노동공급자 (P*MRS=물가수준*한계대체율)와 노동수요자 (P*MPL=물가수준*한계노동생산)가 만나 균형노동량 를 달성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즉, 기업의 인력수요와 노동자의 구직의사가 만나 일정한 수의 노동자가 취직에 성공하는 모습을 뜻한다.


2번 그래프는 경제체제 내의 생산성 Productivity 정도를 나타내는 생산함수 Production Function 이다. 노동 · 자본 생산성이 증가할수록 생산함수  상향이동 하고, 1번 그래프의 노동시장에서 결정된 균형노동량 가 장기 총생산량 를 이끌어낸다. 이러한를 45도 직선 그래프에 대응하면, 4번 그래프 모양인 장기 총생산량 를 가진 장기 총공급 곡선 Long-run Aggregate Supply Curve 이 도출된다. 


이때, 장기 총생산량  완전고용 산출량 혹은 잠재성장률 상황에서 달성할 수 있는 장기적인 산출량을 의미한다. 다르게 말해, 잠재성장률이란 장기 총생산량 를 증가시킬 수 있는 정도를 뜻한다.

  

그렇기 때문에, 잠재성장률은 "단기적인 기간내에 변하지 않는다"한 국가의 인구규모는 제한되어 있고 생산함수를 상향이동 시키기 위해서는 인적자본 · 물적자본 · 조직자본에 대한 투자investment가 필요한데, 이는 단기간에 달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각주:1]


교육을 통해 노동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교육제도의 변화와 더불어, 새로운 교육의 영향을 받은 세대가 노동시장에 참여해야 하는데 이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기술개발에 따른 자본생산성 향상도 마찬가지이다. 새로운 기술이 탄생해 실제 현장에 적용되고 산업 전체를 변화시키는 것은 장기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더군다나, 경제개발 초기와는 달리 노동투입증가에 한계가 있고 획기적인 생산성 증가가 어려운 경제개발 성숙기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점차 하락하고 있다. 국내 주요 민간경제연구소에 따르면 1990년대 6% 중반에 달했던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최근 3%대 중후반까지 하락했다. 그런데 임기 내에 7% 경제성장률을 달성하겠다? 이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이다. 


그럼 연초에 각국 정부가 발표하는 경제성장률 목표는 무엇일까? 이것은 "이만큼의 잠재성장률을 달성하도록 노력하겠다" 라는 의미이다. 


물론, 단기적인 기간 내에 잠재성장률을 뛰어넘는 경제성장률을 달성할 수는 있다. 그러나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초과해 확장갭 Expansionary Gap 이 달성되는 경우 인플레이션이 발생해 경제에 악영향을 끼친다. 인위적으로 높은 수치의 경제성장률을 목표로 하고 이를 달성하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 아니다.


만약 이명박정부가 "우리는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위해 임기 내에 묵묵히 노력하겠다" 라고 발표하고 정책을 수행했으면 납득 가능하다. "묵묵히 노력한다" 라는 의미는 "장기적인 시간이 걸리더라도 노동 · 자본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교육제도의 변화 · 기술투자 · 제도변화를 위해 노력하겠다" 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명박정부는 그저 수치상 높은 경제성장률 달성을 위해 4대강 사업 등 무리한 일만 벌리고 물러났다.


② 작은 개방경제인 한국, 대외여건 변화에 취약


게다가 작은 개방경제 Small Open Economy를 가진 한국의 단기 경제성장률은 대외여건의 변화에 의해 좌우된다. 한국의 무역의존도는 GDP 대비 110%에 육박하는 반면, 내수시장 크기를 결정하는 민간소비는 GDP의 53%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가 높은 경제성장률을 한해의 목표로 정하더라도 미국 · 중국 · 유럽 등의 경제상황이 좋지 않으면 목표달성이 어렵다. 핵심은 작은 개방경제 국가가 처한 대외여건을 대통령 혹은 정부가 크게 좌지우지 할 수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정책의 목표를 단순히 인위적으로 높게 설정한 경제성장률로 정할 경우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고, 대통령과 정부는 5년 임기 내에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위한 노력 등을 등한시하게 된다.   




● 실업률을 정책의 목표로 삼는 경우

- 비경제활동 인구는 어떻게?

실업률의 문제는 "실업률의 측정 방식" 때문에 생긴다. 실업률은로 측정한다.


여기서 용어의 정의가 필요한데,


생산가능 인구 = 15세 이상인 자

경제활동 참가자 = 생산가능 인구 중 구직활동에 참여한 자

실업자 = 최근 4주간 구직활동에 참여했고, 일자리가 생기면 일을 할 수 있고, 현재 일자리가 없는 자


를 의미한다. 여기서 "경제활동 참가자"를 측정하는 것이 상당히 애매한데, 최근 4주간 구직활동에 참여하지 않은 "공무원시험 준비생 · 전업주부" 등은 비경제활동인구로 실업률 측정에서 빠지게 된다. 공무원시험 준비생 등을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실업자에서 제외할 수 있을까? 


즉, 애초에 경제활동참가율 자체가 낮다면 실업률을 유의미한 지표로 보기 어렵다현재 우리나라의 실업률은 3% 대로 OECD 최상위 수준이지만, 고용률은 60% 초반대로 OECD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 해준다. 따라서 정책의 목표를 실업률로 잡아버리면 어찌됐든 낮은 실업률을 달성할 수는 있지만, 실질적인 삶의 질 증가를 달성하기 어렵다. 


  • OECD의 실업률 데이터. OECD 주요국 가운데 밑에서 두번째에 위치한 Korea
  • 데이터 가공출처 : Google Public Data


  • OECD의 고용률 데이터. OECD 주요국 가운데 밑에서 일곱번째에 위치한 Korea
  • 데이터 가공출처 : Google Public Data



 고용률을 정책의 목표로 삼는 경우

- 적극적인 노동시장 참여를 촉진


이러한 문제를 가진 실업률을 대신하기 위해 쓰이는 것이 "고용률" 이다. 고용률은이기 때문에, 실업률과는 분모가 다르다. 경제활동 참가율에 영향을 받지 않고 순전히 "취업자수"에 영향을 받는 지표이다. 


따라서 정책의 방향도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정책의 목표를 실업률로 삼는 경우, 단지 "실업자수"를 줄이는 "소극적인 정책"이 나오게 된다. 그러나 고용률을 목표로 삼는 경우, "비경제활동 인구의 노동시장 참여를 독려하는 적극적인 고용정책"이 나오게된다즉, 경제활동에서 소외된 전업주부 등의 여성들이나 20대 청년 등의 고용촉진을 위해 노력한다.


고용노동부의 "고용률 70% 로드맵" 정책이 "여성 일자리" 문제나 "높은 대학진학률로 인한 20대 청년층의 늦은 노동시장 참여" 문제를 개선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출처 : 6.3 고용률70% 로드맵1 PDF 자료 4페이지 > 


그리고 비경제활동인구의 노동시장 참여를 이끌어내려면 제도 및 문화 개선이 필수적이다. 기업의 부당노동행위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법조항을 새로 만들거나 노동법 적용을 엄격히 해야 할 것이다. 또, 여성에게 불리한 가부장적인 기업문화를 고치기 위해 노력하거나 여성채용을 늘리는 기업에게 인센티브를 줄 수도 있다. "고용률 70% 로드맵"에 나온 것처럼 국가가 공공 보육 · 육아시설을 늘릴 수도 있다. 아니면 국가가 재정을 투입하여 복지서비스를 늘리고 이를 통해 일자리와 시장가치를 창출할 수도 있다. 


이러한 제도 및 문화 개선은 5년 임기의 대통령과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고, 균형노동량과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경제성장에 도움되는 일이다. 그리고 내수소비시장을 키워 대외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 


이것이 정책의 목표로 경제성장률을 지향하는 것과의 결정적인 차이점이다. 잠재성장률의 획기적인 증가는 5년 임기의 대통령과 정부가 달성할 수 없는 것이고 경제성장률 그 자체는 대외여건의 변화를 크게 받는데 반하여, 여성 · 청년 · 중장년층의 고용률을 늘리기 위한 제도 및 문화 개선과 재정투입은 5년 임기의 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고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위해 "묵묵히 노력"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고용률 중심의 경제정책을 펴면 GDP 증가는 따라오게 되어있다고용률 증가를 위해서는 여성의 일자리 참여나 내수서비스업 발전이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소득이 증가"해 "소비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바로 "소득 중심 성장 Wage-Led Growth", "수요 중시 Demand-Side 경제정책" 이다.




정책의 목표가 경제성장률이냐 고용률이냐가 던져주는 물음은 이것이다. 바로 "무엇을 위해 경제성장을 하는가" 이다. 


고용률 정책도 경제성장을 달성하기 위해 시행하는 것이다. 경제가 꾸준히 성장하지 않는다면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고 소득이 줄어들어 사람들의 삶의 질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경제성장은 필요하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경제성장은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수단일 뿐이다. 경제성장률에 초점을 맞추는 정책은 경제성장을 위한 경제성장일 뿐이다. 수치적으로 높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해도 사람들의 삶의 질 증가가 없다면 무의미할 뿐이다. 반면 고용률에 초점을 맞추는 정책은 실질적인 삶의 질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수단이 본래 목적을 압도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아무런 의미가 없다.



 

<같이 읽을거리>


고용률 70% 로드맵. 2013.06.06


정체된 기술의 혁신 - 저성장의 길을 걷게 될 세계경제. 2012.09.01


잠재성장률 하락 너무 빠르다…韓 성장동력 '비상'. <연합뉴스>. 2013.02.21


"무역 의존도 높은 한국, 0%대 성장시대 올수도". <한국경제>. 2012.11.14


경제활동 참가율 50%대로 추락 전망. <연합뉴스>. 2013.03.11


언론사가 '주가지수 상승을 경제성장의 지표'로 나타내는 게 타당할까?. 2013.03.18


복지서비스를 국가주도로 해야하는 이유. 2012.11.28


세금을 줄이고, 규제를 풀고, 법질서를 바로 세우면 경제가 살아날까?. 2012.12.11


  1. 경제개발에 착수하기 시작한 개발도상국이 높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경제개발 초기에 노동시장에 참여하는 사람이 급속도로 많아지기 때문에, 성장률이 높게 나온다. 그러다가 경제가 성숙해질수록, 노동자수 증가에 한계limit가 있기 때문에 경제성장률이 둔화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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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률 70% 로드맵고용률 70% 로드맵

Posted at 2013. 6. 6. 22:30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6월 4일(화). 고용노동부가 "고용률 70% 로드맵" 이라는 정책을 발표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고용노동부는 60% 초반에 머물러 있는 고용률을 박근혜정부 임기 내에 70% 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정책의 목표라고 밝혔는데, 언론들은 "시간제 일자리 확대" 라는 점에만 주목하여 보도를 하였다. "고용률 70% 로드맵"은 단순히 시간제 일자리를 확대해서 고용률을 올린다는 정책일까?




"고용률 70% 로드맵" 에서 주목해야 하는 건, 박근혜정부가 국정 중심을 "경제성장률"이 아닌 "고용률"로 삼았다는 점이다. 


<출처 : 6.3 고용률70%로드맵(FN) PDF 자료 12 페이지 > 



이전 정부들에서는 "고용률"을 정책의 목표로 명시적으로 다루지 않았고, 막연한 "일자리 창출 구호"나 "7% 경제성장률 달성" 같은 허무맹랑한 목표만 내세웠었다. 이는 대기업 중심 성장과 낙수효과 발생을 전제로 한 것인데, 고용노동부가 지적한대로 


"성장률이 하락하고 있고, 성장해도 일자리가 이전만큼 늘지 않는 구조

"기업 성과가 국내 고용창출로 이어지지 않고, 중소기업과의 임금 및 노동생산성 격차도 지속 확대


되는 상황 속에서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았다.  


<출처 : 6.3 고용률70%로드맵(FN) PDF 자료 8 페이지 >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고용노동부는 "수출 · 제조업 중심의 경제구조" 에서 "내수 · 서비스업 ·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로 변화시키는 것 또한 "고용률 70% 로드맵"의 목표임을 드러내고 있다. 


< 출처 : 6.3 고용률70% 로드맵1 PDF 자료 2페이지 > 



이를 달성하기 위해 중점적으로 다루는 것은 "여성 일자리"와 "일 · 가정 양립을 위한 근로시간 단축"이다. 

즉, 고용률 70% 로드맵은 단순히 시간제 일자리 증가가 아니라, "여성 일자리" 개선을 위한 정책이다. 




노동시장에서 대한민국 여성들의 일반적인 생애경로는 


"20대 초중반 취업 → 결혼적령기인 28세 이후 퇴사 → 30대는 가정에서 육아에 전념 → 40대, 50대에 자식들의 사교육비나 생활비를 벌기 위해 노동시장 진입 → 대부분 마트, 음식점 등의 저임금 일자리"


내가 근무하는 노인복지관에 여성 사회복지사가 많아서 이를 쉽게 관찰할 수 있는데, 사촌형수님의 예와 함께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1. 연세대 영문학과를 졸업한 뒤 통역 프리랜서를 하는 사촌형수님


: 사촌형수님은 명문대를 졸업하고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덕분에 "진짜 프리랜서"로 통역일을 하고 있는데... 피해갈 수 없는 건 바로 "육아 문제" 아이를 출산한 뒤 육아에 전념하느라 일을 잠시 쉬게 되었다. 대부분의 여성은 이 단계에서 노동시장에서 이탈하고 마는데, 사촌형수님은 전문성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경력단절" 없이 계속해서 일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애초에 "통역 프리랜서"라는 직업 대신에 일반 대기업에 취직했다면 어땠을까? 그래도 노동시장에 쉽게 재진입 할 수 있었을까? (대기업에 취직한) 대부분의 고학력 여성들도 출산과 육아를 거치면서 노동시장에서 이탈하고 만다.


([왜 지금 ‘여성 일자리’인가]유리벽·유리천장… 대리급 여성 76% “여성 직속 상사 없어요”. <경향신문>. 2013.05.10

[왜 지금 ‘여성 일자리’인가]기업 간부급 독신녀들 “결혼했다면 이 정도 위치까지 못 왔다”. <경향신문>. 2013.05.10

[왜 지금 ‘여성 일자리’인가]20대에 질 좋은 일자리, 30대에 경력단절 최소화, 40대에 저임 해소. <경향신문>. 2013.05.10)


2. 노인복지관 사회복지사


: 우리 복지관의 여성 사회복지사들은 대부분 26살-28살에 결혼을 하는데, 결혼 후 몇개월간 더 일하다가 퇴사하는 비율이 상당히 높다. 바로 "출산과 육아 문제" 때문. 간호사 같은 일종의 전문직은 출산 후에 노동시장에 재진입 하기가 비교적 쉽다. 


그러나 (비교적 전문성이 없는) 사회복지사는 그렇지 않다. 사회복지사들의 일자리는 한정되어 있고, 각 대학의 사회복지학과를 통해 젊은 사회복지사들이 꾸준히 공급된다. 게다가 애시당초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의 임금이 높지 않다보니, 출산 후 노동시장 재진입에 대한 유인이 적다.




육아비용을 벌기 위해 맞벌이를 하면 안될까? 그럼 맞벌이를 하는 동안 어린이집 등의 육아비용은 누가 대줄까? 결국 월급에서 나가는 거다. 외벌이를 하나 맞벌이를 하나 결과적으로 똑같은 경우가 생기게 된다.


어린이집 원장이 “그때까지 남아 있는 애가 없다”며 “오후 5시 전에 애를 찾아가야 한다”고 했다. 친정부모와 시부모도 맞벌이라서 도움을 못 받는 상황이다. 어쩔 수 없이 보모를 고용했다. 보모가 오후 4시 전후에 아이를 데려와서 오후 7시 반 최씨가 퇴근할 때까지 돌본다. 서너 시간 돌봄 비용으로 월 70만~80만원이 나간다. 최씨는 “국가 보조금은 의미가 없다. 이것저것 따지면 직장생활하는 게 손해인 것 같다”고 말했다.


맞벌이, 오후 3~6시가 두렵다. <중앙일보>. 2013.05.29


시어머니나 친정어머니가 대신 돌봐준다? 그건 서로 가까이 살때만 가능한 경우. 그리고 시어머니나 친정어머니에게 용돈을 주지 않고 그냥 아이를 맡길 수 있을까?


공공기관 직원 이영미(37·여·서울 서대문구)씨와 아이 둘의 하루 일정이다. 시어머니가 없으면 이씨가 직장생활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린이집이 일찍 애를 받아주지 않고, 늦게까지 제대로 돌봐주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침과 오후는 시어머니에게 신세를 진다. 


시어머니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아이 둘이 귀가한 후에는 미술학원에서 1시간을 보내도록 한다. 시어머니께 미안해서 야근할 때는 친정어머니의 신세를 진다. 시어머니께 수고비 조로 월 70만원, 두 아이의 학원비로 30만원이 든다. 매월 100만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돈도 돈이지만 이씨도, 시어머니도, 아이들도 모두 힘들다.


"옷 다 입고 혼자 남아있는 딸 보면 죄인된 느낌". <중앙일보>. 2013.05.29


결국 "육아문제"로 인해 30대 여성들의 "경력단절"이 생기고 만다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살펴보면, 30대 들어 급격히 하락했다가 40대에 회복하는 M자형의 모습이 나온다.


<출처 : 정부가 발표한 '고용률 70% 로드맵'. <조선일보>. 2013.06.05 >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고용률 70% 로드맵"은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이다.

이 정책은 "고용률 증가를 위해서는 여성들의 경력단절을 최소화 해야 한다" 라는 문제의식에서 만들어졌다.


정책의 디테일을 살펴보면


① (여성노동자 친화적인)[각주:1] "교육/의료/사회 서비스업 일자리 증가" + 서비스업의 고부가가치화 → 보건의료 · 사회서비스 일자리 각각 25만개 창출[각주:2]


"일 · 가정 양립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장시간 근로시간 해소" →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창출


보육문제 해결을 위한 육아휴직 제도 및 공공/직장 보육서비스 개선 &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 지원 → 여성들의 "경력단절 해소"


라고 나온다. 


여기서 "시간제 일자리"를 두고 "비정규직 증가 아니냐" 라는 말이 나오는데, (정책이 현실화 되었을 때 의도와는 달리 어떻게 왜곡되느냐가 문제이긴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시간제 일자리란 단기 계약직이 아니다. 정년, 보험혜택 등이 정규직과 똑같지만, '일하는 시간'만 적은 일자리이다" 라고 말하고 있다.


결국, 시간제 일자리 증가의 핵심은 "보육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30대 여성들의 경력단절 방지" 이다. 고용노동부는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을 중심으로 고용률이 크게 증가" 하는 것이 정책의 목표라고 밝히고 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고용률 70% 로드맵 정책의 핵심은 "여성 일자리"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청년층의 경제활동 참가율 증가나 은퇴세대의 정년연장/재취업 등도 다루고 있긴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주로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가율 증가"에 중점을 두고 있다.


물론, 이러한 정책이 여성 일자리 문제를 모두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다.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에 대한 낮은 인식

가부장적 문화

낮은 서비스업의 임금

특정 학과에 편중된 여성들의 대학 진학

내수시장 성장을 가로막는 부동산


등등 여러 장벽이 많다.


그러나 이전 정부들과는 달리, 박근혜정부가 국정운영의 중심을 "고용률 증가"과 "내수 서비스업 성장"와 맞추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 그리고 이를 위해 "여성 일자리의 적극적인 개선"을 노력하는 것.


정책이 현실에 적용됐을 때, 어떤 모양으로 왜곡되느냐가 문제이긴 하지만.... 

고용률 70% 정책을 단순히 "비정규직 증가"로 바라보는 건 논의의 핵심을 가린다는 생각이 든다.


  1. "여성들은 사회 서비스업에만 복무해야 하는가?" 라는 지적도 나올 수 있음. 고용노동부의 정책을 보면 "여성들에 대한 적극적인 우대조치"도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고, 여성들에게 "유리천장"으로 작용하는 기업문화도 바뀌어야 할 필요가 있음. 그런데 이것은 근본적이면서 장기적인 과제. [본문으로]
  2. 국가주도의 사회서비스업이 어떻게 시장가치를 창출하느냐에 대해서 작년에 쓴 포스팅. "복지서비스를 국가주도로 해야하는 이유" http://joohyeon.com/121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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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 성적순 수강신청제도 도입?서강대, 성적순 수강신청제도 도입?

Posted at 2013. 5. 8. 19:53 | Posted in 경제학/일반


오늘 포털 메인을 달구고 있는 뉴스는 "서강대, 성적순 수강신청 도입"

이것은 대학과 학생간의 '정보비대칭asymmetric''신호signal' 문제로 바라볼 수 있다. 이러한 측면으로 성적순 수강신청 제도 도입을 바라보면, '성적순 수강신청' 제도가 왜곡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시장에서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 기능을 하는 것은 "가격". 공급자는 가격을 보고 공급량을 결정하고, 수요자는 가격을 보고 수요량을 결정함으로써 일정한 산출량에 대한 균형이 결정된다. 


즉, 여기서 "가격"은 시장참여자들에게 "신호"를 보냄으로써 시장참여 여부를 결정하게 하고, 그 결과 "효율적인 상태"를 만든다.


그럼 대학과 학생 사이에서 "가격"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 바로 "학점"이다. 


대학은 학생들의 지적역량을 향상시키기를 원하고, 그런 학생들에게 이득을 제공하려 한다. 그런데 대학은 학생 개개인의 능력을 자세히 알 수 없다. 대학과 학생 사이에 "정보비대칭성"이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대학은 "학점" 이라는 "신호를 이용"하여 학생들의 능력을 판별하고, 그러한 학생들에게 이득을 제공하려고 한다. 서강대가 "성적순 수강신청 제도"를 도입하려는 목적은 간단하다. 신호의 역할을 하는 "학점의 메리트"를 높여서 "학생들의 지적역량 향상"을 꾀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대학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학생들의 지적역량 향상"이다. 

하지만 대학의 정책에 대해 학생들이 반응하는 것은 "높은 학점" 이다.


대학과 학생들이 원하는 궁극적인 목표가 "불일치mismatch" 하는 상황에서, 신호의 역할을 하는 학점의 메리트를 높여버리면 무슨 일이 발생할까?


1. 쉬운 수업 혹은 (높은 학점을 줄 수 밖에 없는) 시간강사들 수업의 신청이 증가


- 애초에 대학과 학생 간의 목표가 불일치하기 때문에, 신호의 역할을 하는 학점의 메리트를 높여버리면, 학생들은 "학점 그 자체"에 반응하게 된다. 그 결과, 학점을 잘 받을 수 있는 "쉬운 수업" 혹은 (학생들의 강의평가를 의식해 높은 학점을 줄 수 밖에 없는) "시간강사들 수업"에 학생들이 몰리게 된다.


대학의 정책이 학생들의 "유인incentive을 왜곡"시킨 것이다.


2. 학생들의 능력을 평가하는 신호의 역할을 학점이 수행할 수 있는가?


- 근본적인 문제는 "과연 학점이 신호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가" 이다. 일반적으로, 공부를 열심히 해 지적역량을 향상시킨 학생이 학점이 높지만 학점이 높은 학생이 지적역량이 뛰어난 건 아니다.


그런데 대학이 학생들의 지적역량을 향상시킬 목적으로 (신호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다고 믿는) 학점의 메리트만 높여 버린다고, 대학이 원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서강대의 "성적순 수강신청 제도"가 대학이 원하는 목적보다는 왜곡된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족을 덧붙이자면,

경제학을 전공한 학생이나 경제학자들이 시장주의자가 되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 시장참여자 간의 정보비대칭으로 효율적인 균형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섣불리 그것을 인위적으로 교정하려고 하지 않는다.


시장참여자들이 바라는 바를 제대로 모를 뿐더러, 균형달성을 이유로 시장상황을 인위적으로 교정하면 시장참여자들의 유인을 왜곡하여 원하지 않던 결과를 가져오기 쉽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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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자료 정리법나만의 자료 정리법

Posted at 2013. 5. 7. 21:38 | Posted in 경기동향 점검


가끔 나에게 진지한 표정으로 "너... 평소에 뭐하면서 살아?" 라는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있다.;;

대체 내가 뭐하면서 사는 거 같길래.... 그런 질문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사람들을 위해 준비한 나의 덕질 라이프.


경제 관련 논문 · 보고서 · 기사 · 단행본을 읽고 그것을 유의미한 기록으로 남기기 위하여, 내가 애용하는 것은 아이폰/트위터/피들리/구글드라이브/아이패드/드랍박스/굿리더/아마존 킨들/유저스토리북/플리커/메모장.




나의 덕질 라이프에 가장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아이폰. 아이폰을 통해 <뉴욕타임스>·<파이낸셜 타임스> 어플과 트위터, 피들리를 사용한다.

<뉴욕타임스> · <파이낸셜 타임스> 어플을 통한 구독료는 <뉴욕타임스>는 한 달에 15달러, <파이낸셜 타임스>는 한 달에 35달러.



- 나의 아이폰 홈화면


- <뉴욕타임스> 어플과 <파이낸셜 타임스> 어플



다음은 트위터 Twitter.  

내가 이용하는 트위터 계정은 두 개인데, 그 중 하나<뉴욕타임스>·<파이낸셜 타임스>·<이코노미스트>·경제학자 폴 크루그먼 등의 트윗을 정리하기 위해 사용한다. 미국 · 유럽과 우리나라 간의 시차로 인해, 한국시각으로 새벽에 트윗이 많이 올라오기 때문에 아침에 일어나서 트윗을 확인하면 좋다. 



- 경제공부용 계정의 팔로잉 명단


아침에 모든 트윗을 읽을 수는 없기 때문에, 나중에 읽고 싶은 트윗은 관심글로 지정하고 시간이 날 때 읽으면 좋다.

트위터를 통해 <뉴욕타임스>·<이코노미스트>에 접속하면 무료로 기사를 읽을 수 있다

(단, <파이낸셜 타임스>· <월스트리트 저널>은 트위터를 경유하더라도 유료구독자만 기사를 무제한 읽을 수 있다.)


- 나중에 읽을 트윗을 관심글로 지정한 뒤, 시간이 날 때 읽는다



그리고 피들리 Feedly를 이용해 자주 방문하는 블로그의 포스트를 읽는다. 원래는 구글 리더를 사용했지만 7월 1일부로 서비스 중단을 선언하는 바람에, 몇달 전부터 피들리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 RSS 피드를 통해 블로그를 구독할 수 있는 피들리 어플




언론사 어플, 트위터, 블로그를 통해 좋은 글을 읽기만 하면 그것이 나의 지식으로 쌓일 수 있을까? 

아니다. 읽었던 글의 내용을 요약하고 정리를 해야 진짜 나의 지식이 된다. 게다가 추후에 블로그 포스트를 하기 위해서는 여러자료들을 인용할 필요가 있는데, 구글 드라이브 Google Drive에 읽었던 글들을 정리해놓으면 필요할 때 찾기도 쉽다.


나는 개인적인 관심분야에 따라, "금융위기/긴축-성장" "불균등/기술발전/세계화/세금/복지" "실업/임금/노동/남녀/교육/20대" "독과점/정보비대칭/시장" "부동산/자영업/가계" "고령화/저금리/저성장" "조세피난처" "북한" 등으로 시트를 나누어서 관련글들을 정리해놓는다.


이때, "날짜 · 기사제목 · 작성자 · 내용요약 · 링크" 열에 따라 내용을 입력한다. 

내용요약열이 제일 중요한데, "나중에 글을 쓸때 인용하면 좋겠다" 라는 문장을 주로 적어넣으면 블로그 포스팅을 할 때 편리하다. 




- 구글 드라이브에, 내 관심사에 따라 분류해놓은 읽을거리들




그 다음으로 유용한 것은 아이패드아이패드는 주로 PDF파일로 작성된 논문이나 보고서를 읽을 때 이용한다.

아이패드 활용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은 드랍박스 Dropbox. 드랍박스는 클라우드 서비스의 일종인데, 드랍박스에 파일을 올리면 PC · 아이폰 · 아이패드와 즉각 동기화된다.  PC에 드랍박스를 설치하거나 브라우저를 통해 드랍박스에 접속하고, 논문 · 보고서를 발행기관 혹은 주제에 따라 폴더를 만들어 분류해 놓는다.


- PC와 브라우저를 통해 접속한 나의 드랍박스 계정


- 아이패드의 어플을 통해 접속한 나의 드랍박스 계정



이렇게 분류한 논문 · 보고서 PDF파일을 굿리더 Good Reader 라는 어플을 이용해 읽는다. 굿리더는 드랍박스와 동기화가 되기 때문에, 드랍박스에 파일을 분류해놓으면 굿리더에도 자동으로 적용된다. PDF 파일명을 보면 앞부분에 (annotated) 라고 적힌 것이 있는데, 이 파일들은 굿리더를 이용해 밑줄을 치거나 메모를 남긴 것이다. 



- 굿리더 어플을 통해 논문 · 보고서 등을 읽고 하이라이트나 메모를 남긴다 




그럼 기사나 보고서, 논문이 아닌 단행본을 읽고 난 뒤에는 그 내용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까?

영어로 쓰여진 단행본은 아마존Amazon에서 전자책 형태로 구입하여 킨들 Kindle 기기로 읽는다. 책을 읽으면서 킨들기기 내의 하이라이트 · 메모 기능을 이용해 내용을 정리한다. 

그리고 PC에 Kindle for PC 프로그램을 설치하면 킨들기기와 연동이 가능하다. Kindle for PC를 이용하여, 단행본 내의 하이라이트나 메모를 PC로 복사해 옮길 수 있다. 



- 아마존의 전자책 리더기인 킨들 Kindle

- PC에 설치된 Kindle for PC 프로그램





한국어로 쓰여진 도서는 전자책이 별로 없다. 그래서 일반적인 형태의 책을 구매해서 읽는데, 유저스토리북 서비스를 통해 책의 내용을 정리한다. 아무래도 전자책의 하이라이트 · 메모 기능을 이용하는 것보다 불편하긴 하다. 그래서 나중에는 단행본을 스캔하여 PDF 파일로 만들고, 아이패드를 통해 읽을 계획이다. 단행본 스캔서비스 관련해서는 북스캔넘버원.



- 유저스토리북의 메모 서비스





앞에서 줄곧 기사, 논문, 보고서, 단행본 등의 문자형태의 지식을 정리하는 방법만 소개했다. 문자형태 보다 편리하게 지식을 각인시키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사진, 도표, 그래프 등의 그래픽. 그래픽 파일은 플리커 Flickr 서비스를 통해 정리해놓는다. 플리커는 야후의 서비스인데, 야후 코리아가 2013년 1월 1일부로 한국시장에서 철수하는 바람에 가입 또는 로그인이 불가능하다고 뜰 수 있다. 이때, 화면 하단에서 언어를 한글이 아니라 English로 선택하면 플리커를 계속 이용할 수 있다.


경제 언론지 혹은 논문 · 보고서에 나온 사진이 도표 · 그래프 등의 그래픽 파일을 플리커에 업로드한 뒤, 내용에 따라 분류하거나 태그를 매기면 편리하게 파일을 정리할 수 있다. 이때, 그래픽 파일의 출처도 같이 입력하면, 블로그 포스팅을 할 때 유용하다.






기사 · 논문 · 보고서 · 단행본 등을 통해 쌓은 지식을 정리하고 그래픽 파일까지 모았으니 블로그 포스팅-덕질-을 위한 준비는 90% 정도 끝났다. 글을 쓰기 위해 필요한 마지막은 생각정리와 글쓰기 구상. 나는 평소에 아이폰의 기본 메모 어플을 통해 생각을 정리하고 글을 어떻게 써야할지 구상한다. 밑에 나오는 것처럼. (이 메모를 통해 완성된 글이 바로 "케네스 로고프-카르멘 라인하트 논문의 오류")





이 글을 보면, 블로그 포스팅-덕질-을 하기 위해서는 너무나 많은 게 필요한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런데 덕질의 기본 추동력은 흥미이다. 자신이 어떤 분야에 흥미만 가지고 있다면 수월한 덕질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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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못하는 학생, 경제성장을 달성하지 못하는 국가공부를 못하는 학생, 경제성장을 달성하지 못하는 국가

Posted at 2013. 5. 2. 00:33 | Posted in 경제학/일반


공부를 못하는 학생과 경제성장을 달성하지 못하는 국가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왜 이 학생을 공부를 못하고, 왜 이 국가는 경제성장에 실패하는지", 다르게 말하면 "이 학생은 어떻게 했길래 공부를 잘하고, 이 국가는 어떻게 했길래 경제성장에 성공했는지" 명확히 알 수 없다는 점이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과 공부를 못하는 학생을 비교하고 난 뒤, 공부를 못하는 학생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공부를 잘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명확한 해답을 줄 수 있을까?


학생들을 살펴보면 애초에 학습능력이 뛰어난 학생이 있고 그렇지 않은 학생도 있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에게 "어떻게하면 공부를 잘하니?" 라고 물어보면, 그 학생도 명확한 대답을 하지 못한다. "그냥 수업 듣고, 따로 공부하고 그러는데요." 이런식의 대답이 다수일 것이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의 공부방법을 다른 학생에게 적용하더라도, 똑같은 시험성적을 얻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타고난 지능의 차이 때문일까? 그런데 형제(자매, 남매) 간에도 성적 차이가 있는 경우가 많다. 첫째는 공부를 잘하는데, 둘째는 공부를 못한다는 식으로. 땨라서, 대부분의 사람은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의 차이는 주로 "공부를 하지 않는 학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여긴다.




국가의 경제성장도 마찬가지다. 왜 어떤 나라는 경제성장에 성공하였고, 다른 나라들은 그렇지 못하는지 명확한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 "서유럽, 미국 등은 일찍이 산업화에 진입하였고, 한국 등은 산업화가 늦어졌기 때문이다" 라는 대답이 나올 수 있다.


그러면 경제성장에 성공한 한국의 방식을 다른 나라에 적용한다면, 그 나라는 경제성장에 성공할 수 있을까? 그보다 한국이 경제성장에 성공할 수 있었던 명확한 이유부터 찾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어떻게하면 경제성장에 성공할 수 있는지, 이 나라는 어떻게해서 경제성장에 성공했는지 명학한 해답을 찾을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경제성장에 실패한 국가 혹은 경제위기를 겪는 국가를 향해 "그 나라의 게으른 국민성"을 문제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나라의 국민은 근면한데, 저 나라의 국민은 게으르다" 식으로 낙인을 찍음으로서 쉬운 해법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부를 하지 않기 때문"과 "게으른 국민성"으로 원인을 진단하면 제시될 수 있는 해법도 정해져있다. 공부를 하지 않는 학생에게 "강제적으로 공부를 시키는 것"과 게으른 국민들에게 "부지런히 일을 하게끔 강제"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해법에는 크게 두 가지 문제가 있다.


① 구조적 원인을 무시


-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 차이의 원인을 단순히 개인의 지능과 노력여부에서 찾을 수 있을까? 그것보다 가정환경, 주위환경, 부모의 직업, 부모의 관심사 등등 주변환경 혹은 사회경제적 계층의 문제에서 찾는 게 합리적일 것이다. 일례로, 집에서 TV만 보는 부모가 있는 가정과 집에서 책을 읽는 부모가 있는 가정에서 자란 학생은 서로 다를 것이다.


- 국가의 경제성장도 마찬가지다. 크게는 자본주의 경제체제냐 공산주의 경제체제냐에따라 국가 간 경제성장이 달라질 것이고, 그 국가의 지정학적 환경, 지나온 역사 등등 여러요인이 작용할 것이다. 쉽게 생각해, 미국의 원조 없이 한국 홀로 경제성장에 성공할 수 있었을까? 


② 강요된 개혁이 가져오는 폐해


- 어느날 갑자기, 공부습관이 잡혀있지 않은 학생에게 "오늘부터 너는 하루 10시간 공부를 해야해" 라면서 일정한 공부시간을 강요하면 무슨 일이 발생할까? 당연히 10시간 이라는 공부시간을 채우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10시간 동안 억지로 책상에 앉아 있느라 허리도 아프고, 엉덩이도 아프고, 머리도 아프고, 집생각만 계속 나고, 오히려 집중력만 더 흐트러질 것이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의 공부방법을 억지로 적용"해도 비슷한 문제가 생긴다. 각자 자신만의 고유한 공부방법이 있는데, 아무런 부작용 없이 하루아침에 공부방법을 바꿀 수 있을까? 


- 이같은 현상은 국가에도 적용될 수 있다. 경제성장을 해야한다는 명분으로 "오늘부터 노동시간을 늘려야해" 라면서 일정한 노동시간을 강요하면 부작용만 생길 것이다.


또한, 저성장 국가의 낙후된 제도를 "경제성장에 성공한 국가의 제도"로 하루아침에 바꾸려고 한다면 무슨 일이 발생할까? 이같은 일이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한국에서 벌어졌다. 당시 서구사회는 동아시아의 경제위기가 발생한 이유를 "아시아 자체가 근본적으로 문제" 라는 식으로 접근하였다. 


동아시아 국가들의 정실자본주의Crony Capitalism. 좀 더 구체화 하자면, 한국경제가 가지고 있었던 문제점들-산업별 중복투자, 부정확한 회계처리, 투명하지 않은 경영정보, 오너일가의 횡포, 연공서열, 경직된 노동시장- 등등. 이 같은 문제점을 고쳐준다는 명분으로 하루아침에 "유연한 노동시장을 위한 구조조정", "자본시장 개방" "연공서열 철폐" 등의 개혁이 단행됐다.


그런데 당시 한국이 이같은 '문화'를 가지고 있었던 건, 한국만의 역사적 맥락이 있었기 때문이다. 경직된 노동시장을 예로 들어보자. 한국의 전통적인 윗사람 우대 문화와 변변찮은 노후복지 시스템이 결합하여, 근무년수가 오래될수록 더 많은 연봉을 주는 것이 합리적인 '문화'였다. 그리고 이러한 연공서열 문화로 인해, 늦은 나이에 다른 회사로 재취업 하기가 힘든 '문화'가 존재하는 게 한국이었다.


그런데 한 국가만의 특정한 맥락을 무시하고 다른 나라의 제도를 급격히 이식한 결과, 한국사회가 어떻게 변화였는지 우리는 지금 잘 알고 있다.




이 이야기를 왜하냐면,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우리나라에 강요됐던 긴축정책과 현재 남유럽에게 강요되고 있는 긴축정책 때문이다.


경제위기에 빠진 국가를 향해 긴축정책을 강요하는 이유는 과도한 부채가 가져오는 경제적인 문제-인플레이션 발생, 채권금리 상승, 기대심리confidence 훼손- 때문이기도 하지만, 경제위기에 빠진 "그 나라 자체가 근본문제" 라는 인식이 밑바탕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그리스 경제위기를 다룰 때, 언론에 가장 많이 등장했던 내용은 "그리스 국민의 게으름" 이었다. 독일 국민은 부지런히 일하는데, 그리스 국민은 게으르다는 식의 보도. 그런데 그리스인의 노동시간은 유럽 내에서도 상위에 속한다.


그렇다면 그리스인의 잘못된 국민성으로 인해 낮은 노동생산성이 생겨났다 라고 주장할 수도 있지만, 이러한 주장의 맹점은 유럽경제위기가 발생한 "구조적인 문제-단일통화가 가져다주는 폐해-"를 무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1990년 통일 이후, 독일은 낮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면서 '독일병'이라는 말도 생겨났는데, 2002년 유로화가 도입되면서 그 혜택을 톡톡히 누리게 된다. 


2000년대 단행된 독일의 개혁-유연한 노동시장, 임금상승 억제-을 근거로 남유럽의 경직된 노동시장을 탓하고, 독일과 같은 경제구조를 남유럽에 이식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런데 앞에서 말했다시피, 국가간의 특정한 상황을 무시하고 어떤 제도만이 옳다는 식으로 급격한 개혁을 강요하면 문제만 생긴다. 경제위기로 인해 실업률이 치솟는 상황에서 유연한 노동시장과 부채축소를 강요하면 무슨 일이 발생할까?


케인즈주의 경제학자들이 "지금 당장은" 확장정책을 통한 실업문제 해소에 주력하고, "장기적으로" 남유럽의 경제구조 문제를 다루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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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축vs성장 ③] 케네스 로고프-카르멘 라인하트 논문의 오류[긴축vs성장 ③] 케네스 로고프-카르멘 라인하트 논문의 오류

Posted at 2013. 4. 19. 23:44 | Posted in 경제학/2010 유럽경제위기


4월 15일, 논문 한편이 발표되자 경제학계가 술렁거렸다. Thomas Herndon, Michael Ash, Robert Pollin이 발표한 논문의 제목은 "과다한 정부부채가 항상 경제성장을 가로막을까? - 케네스 로고프와 카르멘 라인하트에 대한 비판 Does High Public Debt Consistently Stifle Economic Growth? A Critique of Reinhart and Rogoff"


이 논문에 무슨 내용이 담겨져 있길래 경제학계가 술렁거렸을까? 그리고 논문의 제목에 나오는 Reinhart와 Rogoff는 또 누구일까? 이것을 알기 위해서는 우선,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 유럽 재정위기


2008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로 그리스 · 포르투갈 ·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의 채권금리가 급상승하고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급증하면서 유럽재정위기가 발생한다.


  • 그리스 · 아일랜드 · 포르투갈 · 스페인 · 이탈리아의 채권금리가 2010년을 기점으로 급격히 상승


  • 그리스의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2008년을 기점으로 급격히 상승하는 모습




  • 스페인 · 아일랜드 · 시프러스의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 또한 2008년을 기점으로 급격히 상승했다
  • 데이터 출처 : Eurostat 
  • 그래픽 출처 : Wikipedia - "European sovereign-debt crisis

과도한 정부부채가 경제침체를 초래하는 경로는 크게 세가지이다. 

  1. 정부의 재정적자로 인한 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
  2. 국가경제의 신용이 훼손되어 발생하는 채권금리 상승. 그리고 이로 인한 부채이자 부담 증가
  3. 과도한 정부부채를 본 경제주체들이 불안감을 느끼고, 그 결과 경제주체들의 기대심리confidence 훼손   

과도한 정부부채 → 인플레이션, 채권금리 상승으로 인한 이자부담 증가, 기대심리confidence 훼손 → 경제침체, 저성장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즉각적으로 생각나는 해답은 정부부채 축소다. 

이를 학술적으로 뒷받침한 것이 케네스 로고프Kenneth Rogoff와 카르멘 라인하트Carmen Reinhart가 2010년에 발표한 논문 "부채시대의 성장 Growth In a Time of Debt" 이다. 케네스 로고프Kenneth Rogoff와 카르멘 라인하트Carmen Reinhart(이하 R-R)는 이 논문을 통해 


"과거의 사례를 살펴본 결과,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90% 이상인 국가의 평균 경제성장률이 90% 미만인 국가에 비해 상당히 낮았다.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 90%는 일종의 Tipping Point이다"


라고 주장했다. 이 주장을 따르면,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을 일정수준 이하로 유지하는 것이 거시경제의 주요목표가 된다.  



< Carmen Reinhart, Kenneth Rogoff. 2010. "Growth In a Time of Debt". 25p >


R-R의 논문에 나온 이 표를 보면,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Debt/GDP-이 90% 이상인 Advanced economies의 평균 경제성장률이 -0.1%를 기록한 것을 알 수 있다. 




 재정긴축Austerity 정책을 시행하는 유럽


유럽의 경제정책 결정권자들은 R-R의 주장에 따라 재정긴축 정책을 시행한다. 모든 경제정책 결정권자들이 R-R의 주장에 따랐다고 볼 수는 없지만, 재정긴축 정책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논거가 바로 R-R의 논문이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 부위원장인 Olli Rehn은 "중요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정부부채가 90% 수준에 달하면 경제는 활력을 잃게 되고 수년간 저성장의 늪에 빠지게 된다" 라고 말했다. Olli Rehn 뿐 아니라 미국 공화당 부통령 지명자인 Paul Ryan 등 재정긴축 정책 옹호론자들은 R-R의 논문을 인용하여 "현재의 경제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정부부채 축소가 필요하다" 라고 주장해왔다.


It is widely acknowledged, based on serious research, that when public debt levels rise about 90% they tend to have a negative economic dynamism, which translates into low growth for many years. 

Olli Rehn


Tim Fernholz. "How influential was the Rogoff-Reinhart study warning that high debt kills growth?". 2013.04.16 에서 재인용



< 그래픽 출처 : 강유덕. "최근 유로존 내 경상수지 격차 축소의 배경과 전망". 「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13.01.10. 11쪽>


위 그래프를 보면 2009년-2010년을 기점으로  그리스 · 스페인 · 포르투갈 등의 정부지출 액수가 줄어든 것을 알 수 있다. 정부지출 삭감 등의 재정긴축을 시행했으니 정부부채가 줄어들고, 채권금리가 하락하고, 기대심리confidence가 상승했을까? 아니다. 




※ 경제상황을 더욱 악화시킨 긴축정책




< 원 데이터 출처 : Eurostat. 데이터 가공 출처 : Google Public Data   >


재정긴축을 시행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스 · 스페인 · 포르투갈의 실질 GDP 성장률은 마이너스(-)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원 데이터 출처인 Eurostat 자료에 따르면 2012년 그리스는 -6.4%, 스페인은 -1.4%, 포르투갈은 -3.2%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 원 데이터 출처 : Eurostat, 데이터 가공 출처 : Google Public Data >


반면, 실업률은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2012년 10월 기준, 그리스의 실업률은 26.8%, 스페인은 26.6%, 포르투갈은 16.3%의 실업률을 기록한다. 


긴축정책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은 긴축정책 철회를 요구하는 행동에 나서게 된다.


<출처 : Anti-Austerity Strike in Greece 2011.10.19 >


<출처 : Strikes Against Austerity in Europe 2012.11.14>



무엇이 문제일까? 과도한 정부부채가 문제라서 재정긴축을 시행했는데, 왜 경제가 살아나지 않을까?


위에서 언급했듯이 과도한 정부부채는 인플레이션 · 채권금리 상승 · 기대심리confidence 훼손을 불러오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거꾸로 생각하면, 긴축정책은 인플레이션 · 채권금리 상승 · 기대심리confidence 훼손을 막기 위해 시행되는 정책일 뿐이다. 긴축정책의 효과에 실업문제 해소는 없다. 아니, 오히려 실업률을 증가시킨다. 경제침체 상황에서 정부지출은 사회안전망 역할을 하는데, 정부지출을 축소시켰으니 말이다


케인즈주의 경제학자 Paul Krugman은 "재정적자와 국가부채가 문제가 아니라 높은 실업률이 문제! 부채에 신경쓰기보다 실업률을 낮추는 데 신경써야 한다." 라고 줄곧 주장해왔다. 이를 위해서는 긴축정책Austerity이 아니라 정부지출 증가, 통화량 공급 확대 등의 확장정책Expansionary Policy을 써야한다.


much of the discussion in Washington had shifted from a focus on unemployment to a focus on debt and deficits.


The strange thing is that there was and is no evidence to support the shift in focus away from jobs and toward deficits. Where the harm done by lack of jobs is real and terrible, the harm done by deficits to a nation like America in its current situation is, for the most part, hypothetical. The quantifiable burden of debt is much smaller than you would imagine from the rhetoric, and warnings about some kind of debt crisis are based on nothing much at all. In fact, the predictions of deficit hawks have been repeatedly falsified by events, while those who argued that deficits are not a problem in a depressed economy have been consistently right.


Paul Krugman. 2012. "But What about the Budget Deficit?". 『End This Depression Now!』. 130-131


경제학자들은 유럽경제위기의 처방으로 긴축정책이 옳으냐, 확장정책이 옳으냐. 

즉, 과도한 정부부채, 채권금리 상승, 인플레이션이 문제다 vs 높은 실업률과 디레버리징에 의한 수요부족이 문제다 로 나뉘어서 논쟁을 벌여왔다. 




※ 긴축정책을 뒷받침하는 대표적인 논문이 데이터 조작이라면?


그런데 이게 웬걸. 2013년 4월 15일, 한 논문이 발표되자 경제학계가 술렁거렸다. 맨 처음에 언급했던 Thomas Herndon, Michael Ash, Robert Pollin(이하 HAP)의 "과다한 정부부채가 항상 경제성장을 가로막을까? - 케네스 로고프와 카르멘 라인하트에 대한 비판 Does High Public Debt Consistently Stifle Economic Growth? A Critique of Reinhart and Rogoff" 이라는 논문 때문이다.


HAP는 논문을 통해 "R-R의 2010년 논문의 데이터가 조작됐다" 라고 주장했다. 

R-R의 논문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크게 3가지.


연도별 데이터 일부 누락

- GDP 대비 부채비율이 90%가 넘으면서 양(+)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했던 네 국가들의 연도별 데이터 일부가 제외되어 있다.

- 네 국가의 누락된 연도별 데이터를 포함하면, (GDP 대비 부채비율이 90% 이상이던 시절) 네 국가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7.6% 에서 2.58%로 상승


잘못된 가중치 반영

- 영국은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90%를 기록하면서 19년을 보냈고, 이 시기 평균 경제성장률은 2.4%

- 뉴질랜드가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90% 1년을 보내면서 기록한 경제성장률은 -7.6%

- 그렇다면 {(19*2.4)+(1*-7.6)}/20 으로 연도를 가중평균하여 평균 경제성장률을 구하는 게 정상.

- 그런데 R-R은 그냥 {2.4+(-7.6)}/2 으로 계산함


엑셀 계산 오류

- 엑셀의 30열~49열에 위치한 국가들의 경제성장률을 합쳐 평균을 내야하는데, 45열~49열에 위치한 국가들을 엑셀 계산에서 누락

- 그런데 하필이면, 45~49열에 위치한 국가의 평균 경제성장률이 2.6% 이다.


<출처 : Mike Konczal. "Researchers Finally Replicated Reinhart-Rogoff, and There Are Serious Problems". 2013.04.16 >


Thomas Herndon, Michael Ash, Robert Pollin이 이러한 오류들을 시정하여 계산해본 결과,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 90% 이상을 기록했던 국가들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0.1%가 아니라 2.2%"로 드러났다.



<출처 : Jared Bernstein. "Not to Pile On, But…Correcting Reinhart and Rogoff". 2013.04.16 >




※ R-R의 반론과 HAP의 재반박


세계 경제학계는 발칵 뒤집어졌다. 재정긴축 정책을 뒷받침하던 강력한 논거가 데이터 조작이라고? 

HAP의 주장에 대해 R-R은 다음날(4월 16일)에 즉각 반박글을 올렸다. R-R은 이렇게 반박한다.


  • (어쨌든)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높은 국가일수록 경제성장률이 낮지 않느냐? 불과 1% 차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과도한 부채를 기록했던 국가들은 평균 20년 동안 그 상황을 지속했다. 20년 동안의 연도별 경제성장률 1% 차이는 매우 크다.
  • 우리는 2010년 논문을 통해 과도한 정부부채와 경제성장률 간의 관계association만 이야기 했지 인과관계causality를 이야기한 적은 없다.
  • 과도한 정부부채가 낮은 경제성장률을 초래한다는 사실은 다른 논문들에서도 입증되었다.
Note that because the historical public debt overhang episodes last an average of over 20 years, the cumulative effects of small growth differences are potentially quite large. It is utterly misleading to speak of a 1% growth differential that lasts 10-25 years as small.

(...)

By the way, we are very careful in all our papers to speak of “association” and not “causality” since of course our 2009 book THIS TIME IS DIFFERENT showed that debt explodes in the immediate aftermath of financial crises.

(...)

Lastly, our 2012 JEP paper cites papers from the BIS, IMF and OECD (among others) which virtually all find very similar conclusions to original findings, albeit with slight differences in threshold, and many nuances of alternative interpretation.. 

Carmen Reinhart, Kenneth Rogoff. "Reinhart-Rogoff Initial Response". <Financial Times>. 2013.04.16

  


4월 17일, HAP는 R-R의 주장을 다시 반박하는 글을 기고했다. HAP는 이렇게 말한다


  • 우리의 논문은 낮은 경제성장률이 과도한 정부부채의 원인인지 결과인지 물음을 던져야 할 필요성을 드러내준다.
  • 사람들은 그때그때 상황마다 다를 수 있다고 말한다. 바로 그게 핵심이다! 미국과 유럽이 금융위기의 여파로 개인자산가격이 급락하고 소비가 줄어든 때에, 정부의 적자재정 정책은 경제를 수렁에서 건져내는 효과적인 도구이다. 과도한 정부부채는 금융위기의 결과이지 원인이 아니다.
  • 정부의 적자지출은 대규모 실업과 싸울 수 있는 효과적인 도구이다.

 Our evidence shows that one needs to ask these and similar questions, including whether slow growth was the cause or consequence of higher public debt, before we can draw meaningful conclusions.


(...)


Of course, one could say that these were special circumstances due to the 2007-9 financial collapse and Great Recession. Yet that is exactly the point. When the US and Europe were hit by the financial crisis and subsequent collapse of private wealth and spending, deficit-financed government spending was the most effective tool for injecting demand back into the economy. The increases in government deficits and debt were indeed historically large in these years. But this was a consequence of the crisis and a policy tool for moving economies out of the deep recession. The high levels of public debt were certainly not the cause of the growth collapse. 


(...) 


We are not suggesting that governments should be free to borrow and spend profligately. But government deficit spending, pursued judiciously, remains the single most effective tool we have to fight against mass unemployment caused by severe recessions.


Robert Pollin, Michael Ash. "Austerity after Reinhart and Rogoff". <Financial Times>. 2013.04.17




※ 과도한 정부부채는 경제위기의 원인일까 결과일까?


그 사이, Arindrajit Dube는 R-R의 논문 오류에 쐐기를 박는 자료를 내놓는다. 


<출처 : Arindrajit Dube. "Reinhart/Rogoff and Growth in a Time Before Debt". 2013.04.17 > 



위에서 언급했듯이, R-R은 반박문을 통해 "우리는 2010년 논문을 통해 과도한 정부부채와 경제성장률 간의 관계association만 이야기 했지 인과관계causality를 이야기한 적은 없다" 라고 주장했었다. 그런데 관계association가 있다고 해도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GDP 대비 부채비율이 높아서 경제성장률이 낮은 것일까?"

"경제성장률이 낮기 때문에 GDP 대비 부채비율이 높은 것일까?"


Arindrajit Dube는 로고프-라인하트의 논문 데이터를 이용하여 분석을 했다. 그 결과가 위에 나온 그래프이다. 


GDP 대비 부채비율과 다음Next 3년간의 경제성장률 

GDP 대비 부채비율과 지난Last 3년간의 경제성장률


그래프에서 볼 수 있다시피 GDP 대비 부채비율과 지난Last 3년 간의 경제성장률이 더 유의미한 관계association을 띄었는데, 이는 낮은 경제성장률 → GDP 대비 부채비율 증가로 이어졌다는 것을 드러낸다. 


또한, Arindrajit Dube는 "GDP가 하락하면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증가한다. 게다가 실업보험 등 자동안정화 기능을 하는 정부지출은 경제위기시 증가한다." 라고 지적한다.


RR state that they were careful to distinguish between association and causality in their original research. Of course, we would only really care about this association if it likely reflects causality flowing from debt to growth (i.e. higher debt leading to lower growth, the lesson many take from RR's paper).


While it is difficult to ascertain causality from plots like this, we can leverage the time pattern of changes to gain some insight. Here is a simple question: does a high debt-to-GDP ratio better predict future growth rates, or past ones?  If the former is true, it would be consistent with the argument that higher debt levels cause growth to fall. On the other hand, if higher debt "predicts" past growth, that is a signature of reverse causality.


(...)


As is evident, current period debt-to-GDP is a pretty poor predictor of future GDP growth at debt-to-GDP ratios of 30 or greater—the range where one might expect to find a tipping point dynamic. But it does a great job predicting past growth.

 

This pattern is a telltale sign of reverse causality.  Why would this happen? Why would a fall in growth increase the debt-to-GDP ratio? One reason is just algebraic. The ratio has a numerator (debt) and denominator (GDP): any fall in GDP will mechanically boost the ratio.  Even if GDP growth doesn’t become negative, continuous growth in debt coupled with a GDP growth slowdown will also lead to a rise in the debt-to-GDP ratio.


Besides, there is also a less mechanical story. A recession leads to increased spending through automatic stabilizers such as unemployment insurance. And governments usually finance these using greater borrowing, as undergraduate macro-economics textbooks tell us governments should do. This is what happened in the U.S. during the past recession. For all of these reasons, we should expect reverse causality to be a problem here, and these bivariate plots are consistent with such a story.


Arindrajit Dube. "Reinhart/Rogoff and Growth in a Time Before Debt". 2013.04.17


이러한 사실은 최근 유럽경제위기에서도 드러나는데, 2008 미국발 금융위기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남유럽의 GDP 대비 부채비율은 안정적이었다. 앞에서 봤던 그리스 · 스페인 · 아일랜드 · 시프러스의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을 다시 한번 살펴보자.




앞에서는 "2008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로 그리스 · 포르투갈 ·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의 채권금리가 급상승하고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급증하면서 유럽재정위기가 발생한다." 라고 말했다. 그런데 사실, 여기서 강조를 해야하는 건 "2008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로 그리스 · 포르투갈 ·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의 채권금리가 급상승하고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급증하면서 유럽재정위기가 발생한다." 였다.


2008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로 부동산시장이 붕괴하고 유로존의 근본적 결함[각주:1] 문제가 대두되면서 남유럽의 GDP 대비 부채비율이 급증한다.


Arindrajit Dube가 언급했듯, 낮은 경제성장률이 GDP 대비 부채비율을 높이는 경로는 크게 두가지.


  1. "GDP 대비" 부채비율이기 때문에, 경제성장률이 낮으면 GDP 대비 부채비율이 상승한다.
  2. 경제가 위기에 처하자, 사회안전망 역할을 하는 정부지출이 급증한다.

여기에 더해, 유럽경제의 경우 무너질 위기에 처한 금융기업을 구제하느라 공적자금을 끌어다 쓴 것도 포함하면, 2008년을 기점으로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급증한 것은 당연하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부채에 대한 관점 자체가 문제다. 케인즈주의 경제학자 Paul Krugman은 "과도한 부채 그 자체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라고 줄곧 주장해왔다. 그리고 "재정긴축 정책을 옹호해왔던 정책결정권자, 정치인, 학자들은 사회보장지출을 삭감하기 위해 경제위기와 긴축이론을 이용한 것 아니냐" 라고 비판한다. 




※ 경제학자의 역할


경제학은 학문의 특성상 실제 생활과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어느 학자의 경제이론에 의해 정책이 만들어지고 그것이 실제로 집행된다. 아서 래퍼Arthur Laffer의 래퍼 곡선Laffer Curve 이론[각주:2]에 의해 소득 상위계층에 대한 세금 인하가 실시된 것이 대표적이다. 


1997년 외환위기가 발생했을때, 우리나라에 많은 변화가 생긴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경제의 근본이 문제여서 경제위기가 발생한 것이 아니었다. 동아시아 외환위기의 여파로 우리나라도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발생한 문제일 뿐이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과 서구 국가들은 "아시아 자체가 문제" 라는 논리로 문제에 접근했고, 경제위기 와중에 고금리 · 재정긴축 · 구조조정 등의 강도높은 긴축정책이 시행되었다. 


물론, 그 당시 한국 금융권은 제대로 된 신용평가 없이 기업에 대출을 해주고, 기업은 회계조작이 만연하는 등의 문제가 있긴 했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는 단순한 유동성 문제였기 때문에, 일단 유동성 문제를 해결한 뒤 개혁에 나설 수도 있었다. 그렇게 했더라면 경기변동의 진폭을 줄이고, 대량해고를 막을 수도 있었다.    


현재의 유럽경제가 처한 상황도 마찬가지다. 단일통화를 사용하는 문제 때문에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자유롭게 구사하기 어렵긴 하지만, 긴축정책이 아니라 확장정책을 씀으로써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피해가 돌아가게 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어느 학자의 잘못된 논문에 기반해서 재정긴축을 쓴 결과 경제위기 해소는 커녕 실업률만 증가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백번 양보해서 R-R의 주장처럼 그들이 과도한 정부부채와 낮은 경제성장률 간의 인과관계causality가 아니라 단순한 관계association을 제시했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하다. 

(그러나 케네스 로고프Kenneth Rogoff는 2011년 미국의 부채천장Debt Ceiling 논쟁 당시, 과도한 정부부채는 경제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으니 부채감축에 나서야한다 라고 의원들에게 주문했었다;;) 


다시 말하지만, 경제학은 학문의 특성상 경제이론이 실제 정책으로 만들어지고 집행되면서 사람들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경제학자들에게 보다 엄격한 기준을 지킬 것을 요구하는 건 당연하다.




<참고자료>


Carmen M. Reinhart, Kenneth S. Rogoff. 2010. "GROWTH IN A TIME OF DEBT"

- 케네스 로고프와 카메론 라인하트의 2010년 논문


Thomas Herndon, Michael Ash, Robert Pollin. 2013.04.15 "Does High Public Debt Consistently Stifle Economic Growth? A Critique of Reinhart and Rogoff"

- 윗 논문을 비판하는 Herndon, Ash, Pollin의 논문


Carmen M. Reinhart, Kenneth S. Rogoff. 2013.04.16. "Reinhart-Rogoff Initial Response". <Financial Times>

- HAP의 비판을 반박하는 R-R


Michael Ash, Robert Pollin. 2013.04.17. "Austerity after Reinhart and Rogoff". <Financial Times>

- R-R의 반박을 재반박하는 Ash와 Pollin


Mike Konczal. "Researchers Finally Replicated Reinhart-Rogoff, and There Are Serious Problems". 2013.04.16

- HAP의 논문을 요약해놓은 글. 


Arindrajit Dube. "Reinhart/Rogoff and Growth in a Time Before Debt". 2013.04.17

- 과도한 정부부채와 낮은 경제성장률의 뒤바뀐 선후관계를 지적하는 글. R-R의 논문제목을 비꼬아서 "부채 이전 시대의 성장" 이라고 제목을 달았다


"Reinhart and Rogoff: your essential reading list". <Financial Times>. 2013.04.17

- R-R 논쟁과 관련 읽을만한 글들을 모아놓은 <Financial Times>


Tim Fernholz. "How influential was the Rogoff-Reinhart study warning that high debt kills growth?". 2013.04.16

- 정치인들에게 긴축을 주문했던 R-R, R-R의 논문을 인용하여 긴축정책을 옹호했던 정치인들


Dean Baker. "How Much Unemployment Was Caused by Reinhart and Rogoff's Arithmetic Mistake?". 2013.04.16

- R-R의 논문에 근거한 긴축정책이 끼친 악영향을 비판하는 Dean Baker


Jared Bernstein. "Not to Pile On, But…Correcting Reinhart and Rogoff". 2013.04.16


"The 90% question". <The Economist>. 2013.04.17

- 경제학자들에게 보다 엄격한 기준을 요구하는 <The Economist>


Paul Krugman. "The Excel Depression". 2013.04.18

- 칼럼을 통해 R-R의 논문을 비판하는 Paul Krugman




문제는 과도한 부채가 아니라 긴축이야, 멍청아!. 2012.10.20

- 2012년 10월, IMF는 세계경제전망보고서를 통해 "재정정책의 승수가 1 이상" 이라고 말하며 긴축정책을 비판했다. 이를 요약해 놓은 블로그 포스트


GDP 대비 부채비율에서 중요한 건 GDP!. 2012.10.21

- 부채에 대한 관점을 새롭게 드러내주는 글. Paul Krugman의 주장을 요약했다


왜 환율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할까? 단일통화를 쓰면 안될까?. 2012.10.19

- 1997년 외환위기가 단순한 유동성 위기였다고 지적하고, 그 당시 IMF의 조치가 글로벌 불균형을 가속화 시켰다는 글


Martin Feldstein. 1998. "Refocusing the IMF". <Foreign Affairs>

-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IMF가 했던 강도높은 긴축정책을 비판하는 글


고환율? 저환율? 금융시장 불안정성! 경기변동의 진폭!. 2012.11.03

- 동아시아 외환위기의 여파로 한국에서도 급격한 자본 유출입이 일어났다는 점을 지적하는 글



  1. 단일통화의 도입으로 남유럽 국가의 통화가치가 상대적으로 상승한 것을 뜻한다. 이로 인해 남유럽 국가들은 수출경쟁력을 잃게 되었다. 독일은 유로화 도입 이후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는데, 독일의 자본은 남유럽 국가로 유입되면서 남유럽 국가의 부동산가격은 급격히 상승한다. 또한, 단일통화 도입으로 남유럽 국가의 채권금리가 독일 등과 같은 수준에서 형성되면서, 남유럽국가들은 낮은 금리로 채권을 발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08 금융위기의 여파로 부동산시장이 붕괴하자, 단일통화로 생긴 이러한 문제가 드러나게 됐다. [본문으로]
  2. 가장 어이없는 경제이론. 경제학자들은 래퍼 곡선을 개소리로 취급한다. http:/joohyeon.com/70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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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가 '주가지수 상승을 경제성장의 지표'로 나타내는 게 타당할까?언론사가 '주가지수 상승을 경제성장의 지표'로 나타내는 게 타당할까?

Posted at 2013. 3. 18. 20:51 | Posted in 경제학/일반


요근래 몇주동안 하고 있는 고민은 "주가지수를 경기호전 혹은 경제성장을 나타내는 지표로 이용하는 게 바람직할까?간단히 말해, "왜 언론사는 종합주가지수의 등락을 경기호전 혹은 침체의 지표로 사용할까?", "GDP와 주가지수는 어떠한 상관관계를 보일까?".


신문 경제면이나 방송의 경제부문 보도를 보면 주가지수 이야기를 맨 처음 꺼낸다. "오늘 종합주가지수가 2,000 포인트를 돌파하여 한국경제의 청신호를~~"  "미국 다우지수가 14,000 포인트를 돌파하여 2007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미국경제 호전을 반영하는 것으로~" 등등.


그런데 '주가지수 상승 = 경제회복 or 경제성장'으로 바라보는 게, 정확히 말해서는 '주가지수 상승 = 개개인의 번영prosperity 향상' 으로 등치시키는 게 옳을까?




● 유동성 완화 정책과 주가지수 상승


주가지수 상승이 개개인의 번영에 영향을 끼치는 경로는 크게 두 가지. 첫째는 주식가격 상승으로 인한 양도차익 실현과 배당소득 증가. 둘째는 상승하는 주가지수를 바라보는 시장참여자들의 기대심리confidence 향상각국의 양적완화 정책이 의도하는 바에 주가지수 상승으로 인한 '자산가치 증가'와 '시장참여자들의 confidence 향상'이 들어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달리 생각하면 상승하는 주가지수는 전적으로 양적완화 정책으로 대변되는 유동성 공급 덕분이 아닐까? 


한국의 종합주가지수를 산출하는 방법은 '(현재의 시가총액 / 기준일자-1980년 1월 4일-의 시가총액) X 100'. 기준일자의 시가총액이 대략 55조원 이었는데, 그 날 시가총액이 55조원 가량 증가하면 주가지수는 100포인트 상승하는 구조.


중앙은행의 유동성 완화정책에 힘입어 자본이 주식시장으로 쏠리게 된다면 주가지수는 상승한다. 개별 기업의 주식가격의 상대적인 수준은 그 기업의 순이익이나 미래전망이 결정해주는 것일테지만, 절대적인 수준의 결정에서 중요한 건 역시 주식시장으로의 유동성 공급.


미국 다우산업평균지수의 산출방법은 '30개 기업의 주당가격 / 일정한 제수'.


게다가 미국 다우지수는 독특한(?) 산출방식으로 인해, 30개 기업의 시가총액이 아니라 '주당 가격'이 상승하면 다우지수가 요동치는 구조. 따라서, 시가총액이 낮더라도 주당 가격이 높은 기업이 다우지수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점으로 인해 "다우지수 14,000 포인트 돌파가 미국경제회복의 유의미한 지표인지" 많은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




● 주가지수 상승을 개개인의 삶의 번영과 등치시키는 건 잘못됐다


분명, 기업의 경영상황이나 국가, 세계경제가 침체에 빠지면 주가지수는 하락한다. 주가지수는 현재의 경제상황 뿐 아니라 미래 경제상황을 제시해주는 지표로 쓰일 수 있다. 또한, 주가지수에는 그 국가의 금융시장 안정성이나 정부에 대한 신뢰 문제 등등 여러가지 변수가 반영되어 있기 때문에, 경제상황을 드러내주는 지표로 유용할 수 있다.


그러나 "주가지수 상승 = 개개인의 번영 달성" 혹은 "주가지수 상승 = 한 국가의 경제성장"으로 '등치' 시키는 건 다른 이야기. 위에서 지적했듯이,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 정책이 주가지수의 절대적인 상승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결정적인 문제는 결국 주식을 보유한 사람만이 주가지수 상승의 혜택을 본다는 사실. 


물론, 주식가격 상승으로 인해 기업이 더 많은 자금을 조달하여 투자를 늘리고 고용을 증가시킬 수 있지만, 여러 경로를 거치면서 그 효과가 얼마나 보전될까? 다국적기업의 이윤 증가 → 그 기업의 주식가격 상승의 경로가 '주가지수 상승 = 한 국가의 GDP 증가 + 국민 개개인의 삶의 번영 달성'을 왜곡시키지는 않을까?




● 주가지수 대신에 실업률을 사용한다면?


주가지수 상승과 경제성장 or 삶의 번영 달성은 어느정도 상관관계를 나타내는 것도 맞고 인과관계를 가지는 것도 맞다. 그러나 그것을 등치시켜서 보도를 하고, 주가지수 상승만이 경제성장을 드러내주는 지표라고 인식하는 건 문제가 아닐까?


많은 사람들의 느끼는 체감경기를 반영하는 지표로 무엇이 있을까? 제일 먼저 생각나는 건 "실업률". 우리나라의 실업률은 약 3%. 완전고용 수준에서 달성할 수 있는 실업률이다. 2011년 기준 OECD 국가 중에서 두번째로 좋은 실업률이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우리나라 실업률이 이렇게 낮은데 왜 우리의 삶은 시궁창일까? 실업률은 '(실업자수 / 경제활동참가인구수) X 100' 이기 때문에 애초에 경제활동참가율이 낮다면 의미가 없다.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활동 참가율 예상치는 59.3%대.)




● 실업률 측정에 문제가 있다면 고용률을 사용하면 어떨까?


그렇다면 고용률을 이용하면 어떨까? 2011년 기준 한국의 고용률은 63.8%. OECD 32개 국가 중 21위이다. 실업률이 두번째로 좋았던 국가가 고용률을 기준으로 하자 수직하강 하고 말았다.;;;


그런데 고용률 측정 방식도 문제가 있다. 바로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고용률은 하락한다는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젊은 인구의 고용률은 높은 수준인데 반해 노령층의 고용률은 낮기 때문에, 고령화가 진행되어 노인인구가 많아진다면 고용률은 당연히 하락한다.


그렇다면 "가중평균 고용률"을 사용할 수 있다. 연령구조를 기준년도로 고정시키는 것이다. 즉, 현재년도의 연령별 고용률을 가지고 기준년도의 연령구조에 대입한다면, "고용률 변화의 일정한 추세"는 확인할 수 있다.




● 일자리의 질은 측정하지 못하는 고용률. 그렇다면 노동소득 분배율?


그럼에도 고용률의 근본적인 문제는 개선되지 않는데, 바로 일자리의 질을 측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예 소득분배를 드러내주는 "노동소득 분배율"을 사용할 수 있다.


노동소득 분배율은 '{노동을 통해 벌어들인 소득 / (노동소득 + 자본소득)} X 100'로 측정가능하다. 한국의 노동소득 분배율은 1996년 62.6%로 정점을 찍은 뒤 2011년 59%를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이 지표 또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바로 '자영업자의 소득'이다. 한국은행의 측정방식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소득은 자본소득으로 간주된다. 쉽게 말해, 자영업자의 소득이 하락하면 노동소득의 상대비중이 증가하여, 노동소득 분배율이 증가하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영세 자영업자의 소득을 노동소득으로 간주한다면 노동소득 분배율의 절대수치는 상승한다. 그러나 연도별 비교에 따른 추세를 보면, 기존측정방식의 그것에 비해 노동소득 분배율이 가파르게 하락하는 모습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경제학의 학문적 논의에서 금융시장이 실물경제를 얼마만큼 반영하고 있는지 여러 논의가 있다. 이에 대한 이론적 논의는 치열하다. 그런데 아직 금융경제학에 무지하여서 학문적 논의는 자세히 모르겠다. 고작 논문 몇편 읽어본 게 고작.


그러나 개인적으로 "언론사가 경제관련 보도를 할때 주가지수 상승 혹은 하락을 인용하는 것이 국민 개개인의 경제상황을 알려주는 올바른 방법일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같이 읽을꺼리>


"Dow should be consigned to history". <FT>. 2013.03.06


"경제활동 참가율 50%대로 추락 전망". 2013.03.11 


황수경. 2010. "실업률 측정의 문제점과 보완적 실업지표 연구". 「한국노동경제학회」


Paul Krugman. "Constant-demography Employment". 2012.10.06 


"'사상 최악' 노동소득 분배율, 한국은행 자료엔 없는 이유". 2010.09.14



2013년 3월 18일에 다른 곳에 썼던 글을 블로그로 옮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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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재정에 대한 잘못된 강박관념균형재정에 대한 잘못된 강박관념

Posted at 2013. 1. 5. 01:36 | Posted in 경제학/일반


제18대 대통령 선거 직후, 박근혜 당선인은 6조원 규모의 채권발행을 통해 복지공약 실현을 위한 재원조달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발언이 전해진 후, 민주진영은 "국가부채를 늘리자는 것이냐" "대통령 당선되자마자 국민들 뒤통수 때리기냐" "후세에게 부담을 전해주자는 것이냐" 라며 채권발행에 대해 강력히 반발했다. 그런데 채권발행 반대를 위해 민주진영이 사용하는 논거들, 어디서 많이 듣던 이야기다. 바로 미국 공화당 의원들과 보수 경제학자들이 양적완화 정책 · 복지지출 증가를 비판할 때 사용하는 논거들이다. 정부지출이 증가하고, 공공부채가 증가하면 국가경제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논리. 왜 미국 보수주의자들이 사용하는 논거를 한국의 민주진영이 이용할까? 아니 그것보다, 채권발행을 통해 적자재정정책을 운용하면 국가경제에 해로울까?


국가경제는 가계경제와 다르다. 해마다 수입보다 지출이 많은 가계는 빚더미에 빠지고 신용등급이 하락하여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어려울 것이다. 국가도 그러할까? 국가는 화폐발행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재정적자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국가가 돈을 찍어내면 적자는 메워진다. 그렇다고 무한정 돈을 찍어낼 수는 없지 않을까? 그런 이유로 국가는 채권발행을 통해 재원을 조달한다. 쉽게 말하면 돌려막기 개념이다. 재정적자가 문제가 되는 경우는 2가지이다. 첫째는 국가경제에 대한 신뢰를 상실하게 되는 경우이다. 큰 폭의 재정적자를 지켜본 시장참여자들이 경제상황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되어 자금회수를 서두르면 국가경제는 위기에 빠진다. 두번째는 외화로 표기된 부채를 가지고 있는 경우[각주:1]이다. 외화표기 부채에 대해서는 국가의 화폐발행권이 의미가 없기 때문에 지급불능 상태에 처할 수 있다.[각주:2]


반대로 생각하면, 국가경제의 신뢰를 훼손시키지 않는 범위에서의 재정적자 ·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외채는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즉, 부채"규모" 혹은 재정적자 "액수" 그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각주:3] 6조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하면 국가경제의 신뢰가 훼손될까? 한국의 GDP 규모는 1,200조이고 1년 예산 규모는 372조원 이다. 6조원은 GDP 대비 0.5%, 1년 예산 대비 1.6%에 불과하다. 2012년 한국의 재정적자 규모는 19조원인데 거기에 6조원을 더한다면 GDP 대비 2.1%, 1년 예산 대비 6.7%에 불과하다. 채권발행을 통해 6조원 가량 조달한다고 해서 국가경제의 신뢰도가 떨어질 정도로 한국경제 규모가 작지 않다.


더 중요한 점은 지금 한국경제는 적자재정 정책을 통해 사회안전망을 갖추어야 하는 시점이라는 것이다. 국가부채를 증가시키면 후세의 부담이 늘어나는 것일까? 후세의 부담이 늘어난다는 의미는 어린아이들이 우리보다 더 가난한 삶을 산다는 것이다. 2013년 현재 한국경제가 직면한 문제는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생산가능인구 감소 · 자영업자 가계부채 문제 · 부동산 담보대출로 인한 하우스푸어 · 과도한 육아양육비 사교육비 의료비 부담 등등 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복지제도 확충 등으로 경제의 수요측면Demand-Side을 개선하는 것이다. 아무런 의미도 없는 균형재정을 사수하기 위해 정부지출을 늘리지 않는 게 후세의 삶에 무슨 도움이 될까? 2013년에는 생산가능인구의 비중이 줄어들고 2017년에는 생산가능인구의 절대숫자 자체가 감소한다. 한국경제가 많은 정부지출이 필요한 고령사회로 진입하기 이전에, 선제적으로 정부지출을 늘리고 복지제도를 확충해 경제성장을 도모해야 한다.


박근혜의 6조원 규모의 채권발행 발표는 진보세력 이라면 더더욱 반겨야했다. 큰 정부 · 정부지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보수정치세력이 먼저 채권발행 이야기를 꺼낸 것을 이용해야 했다. 역설적으로, 한국 보수정치세력을 대표하는 박근혜는 한국의 복지제도를 확충할 수 있는 기반을 가지고 있다. 이명박정부의 실패는 박근혜가 이명박과는 다른 길을 걷도록 만들었고, 증세의 길을 걷는 미국은 박근혜가 유사한 길을 걷도록 할 것이다. 박근혜가 정부지출 증가를 통해 복지제도 확충에 나설 때, 누가 박근혜를 빨갱이라고 비난할 수 있을까? 한국 보수정치세력의 적통을 물려받은 박근혜에게? 박근혜의 문제는 경제민주화 · 복지제도 확충을 실현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점이다. 그러나 박근혜가 그것을 실현하겠다고 결심한다면, 그녀는 다른 어떤 정치인보다 쉽게 그 길을 걸을 수 있다. 진보세력이 진정으로 한국경제를 걱정한다면 이러한 점을 이용해야 한다. 



<같이 읽을거리>


"왜 환율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할까? 단일통화를 쓰면 안될까?" - '개발도상국이 지고 있는 원죄Original Sin'. 2012.10.19

"GDP 대비 부채비율에서 중요한 건 GDP!" - '부채규모가 큰 것이 문제일까?'. 2012.10.21


Paul Krugman. "Sam, Janet, and Fiscal Policy". 2010.10.25  

Paul Krugman. "Nobody Understands Debt". 2012.01.01

Paul Krugman. "On The Non-burden of Debt". 2012.10.12

Paul Krugman. "Foreigners and the Burden of Debt". 2012.10.13


유종일. "지금은 '적자 재정'이 정답이다". 2012.12.27

주진형. "넌 누구냐? 재정 적자와 국가채무비율". 2013.01.03

주진형. "재정정책 실종 국가: 경제 불황기에 왠 균형재정?". 2013.01.07



  1. Barry Eichengreen은 외화로 표기된 부채로 인해 신흥국이 겪는 문제를 원죄Original Sin 라고 표현했다. http://joohyeon.com/113 참고. [본문으로]
  2. 이 두 가지 경우가 발생한 것이 1997년 외환위기 이다 (재정적자가 아니라 무역적자가 문제를 초래했지만). 계속되는 무역적자를 지켜본 시장참여자들은 한국 경제상황에 대해 의구심을 품게 되었다. 그러자 서둘러 자금회수에 나서게 되는데, 외환보유가 부족했던 한국은 달러로 표기된 단기부채를 상환하지 못하여 IMF에 지원을 요청하게 된 것이다. [본문으로]
  3. 이에 대해서는 "GDP 대비 부채비율에서 중요한 건 GDP!"의 '부채규모가 큰 것이 문제일까?' 참고 http://joohyeon.com/115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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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 고령화 시대의 징후 - 카드사 무이자할부 혜택 축소저금리, 고령화 시대의 징후 - 카드사 무이자할부 혜택 축소

Posted at 2013. 1. 3. 22:52 | Posted in 경제학/일반


2013년 새해에 들이닥친 청천벽력 같은 소식 "카드사 무이자할부 혜택 종료"



이것을 보고 깜짝 놀라서 알라딘에 갔더니..


"안녕하세요?


알라딘 고객센터에서 안내드립니다. 금감원 정책 변동으로 그 동안 진행되던 신용카드 무이자 할부 행사가 종료됨을 안내드립니다. 이점 양해 말씀드리며, 이용하시는 고객님들께서는 참고하시어 쇼핑에 지장이 없으시길 바랍니다. 무이자할부 재개시 신속히 공지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응?????????????????? 

교보문고도 대부분 카드의 무이자할부 혜택이 없어졌다..


검색을 해보니 10월말 기사가 나온다.


"카드사들은 내년도 사업계획에서 무이자할부, 청구할인 등 일시적인 프로모션을 대폭 축소할 방침이다. 가맹점 수수료 체계 개편과 소비 위축에 따라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마케팅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카드 무이자할부 사라진다". 『매일경제』. 2012.10.31


헐..... 이럴순 없어.... 도서구입에 큰 도움을 줬던 무이자할부가...




단순히 무이자 할부혜택이 없어진 것이 문제가 아니다.

카드사의 무이자할부 혜택 축소는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① 저금리 시대와 고령화 → 금융사 수익성 악화 & 금융시장 불안정성 증대 → 디레버리징에 진입한 소비자들


: 2008 금융위기 이후, 미국 유럽 등이 0.25%~0.75% 대의 저금리 정책을 구사하면서 한국도 2.75%~3%대 초반의 저금리를 유지할 수 밖에 없었다. 세계경제 침체가 지속된 것도 저금리를 유지한 또다른 이유.


문제는 이것이 한국의 고령화와 겹칠 경우, 오랫동안 저금리 기조를 유지할 수 밖에 없다[각주:1]는 건데, 그렇다면 금융회사들은 예대금리 차이의 축소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된다. 최근 금융사들이 지점을 폐쇄하고 신규인력 채용을 줄이고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무이자할부 혜택까지 축소하는 이유.


무이자할부의 도움으로 소비를 하던 개개인은 반강제적으로 디레버리징에 진입하게 된것이다.... 



② 발전되지 않은 한국의 내수소비시장. 이 상황에서 디레버리징???


: 하우스푸어들의 주택담보대출로 인한 가계부채 문제 & 자영업자들의 대출 문제 등으로, 이미 한국경제는 디레버리징에 진입할 수 밖에 없었다. 여기에 저금리로 인한 금융업체들의 수익성 악화, 그리고 무이자할부 혜택 종료로 인한 소비축소가 겹친 것이다.


문제는 한국경제의 내수소비시장이 미발전된 상태라는 것이다. GDP에서 수출+수입은 110%를 차지할 정도로 대외의존도가 높은 상황이고,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50% 초반에 불과하다. (미국은 70%) 그 이유는 경제발전과정에서 형성된 자본이 내수소비 시장으로 향한 게 아니라 부동산으로 향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돈이 돌고 돌아 소비를 통해 지출된 것이 아니라 부동산이라는 자산 형태로 묶여진 것이다. 내수소비 시장이 커진 게 아니라 부동산시장이 커졌는데 요 몇년새 부동산 시장은 침체상태이다. 그리고 대외경제 환경도 좋지 않다. 


이 상황에서 무이자할부 혜택 축소로 민간소비마저 줄어든다면? 이미 적을대로 적은 내수소비는 더 위축될 것이다. 내수소비시장이 발전되지 않았는데 디레버리징에 진입하게 된 최악의 상황.



③ 더 큰 위기는 미국이 금리인상을 단행할 때 발생


: 부동산시장 침체는 지속되고 내수소비는 증가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디레버리징을 하고 싶어도 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부동산 시장 침체 & 자영업 대출 문제 & 금융기관 수익성 악화 → 디레버리징 진입 → 계속되는 부동산 시장 침체 & 내수소비 악화 → 한국경제 침체 → 디레버리징의 어려움" 의 악순환.


그런데 미국이 금리인상을 단행한다면? 미국 FRB는 2015년 중반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는데, 이후 미국경제가 회생에 성공하여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자본유출을 막기위해 신흥국 등도 자국 경제환경이 좋든 나쁘든 금리를 올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한국경제가 디레버리징을 완료하지 못했는데 금리가 오른다? 그렇다면 부채부담은 더더욱 가중되고 만다.


망했어요. 우리는...


  1. 고령화가 진행되면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고 노동생산성이 줄어든다. 따라서, 경제성장이 지체되고 기업의 자금수요는 위축된다. 줄어든 자금수요 때문에 금융사는 대출금리를 낮게 유지할 수 밖에 없다. 고령화와 금융안정성에 관하여 관심 있으신 분은 한국은행의 강종구 전태영 안동준 <인구구조 변화와 금융안정간 관계> 참고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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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은 좋고(나쁘고), 저환율은 나쁘다(좋다) ??고환율은 좋고(나쁘고), 저환율은 나쁘다(좋다) ??

Posted at 2012. 11. 4. 10:58 | Posted in 경제학/일반


이런 주장. 

"고환율 정책은 대기업들 배만 불려준다. 현재 환율 하락은 물가가 내려 서민들에게 좋은 거다. 환율 하락을 우려하는 경제학자들의 목소리는 대기업의 목소리만 반영하는 거다."

"예전에 환율이 1달러당 800원대 였던 시절에도 경제는 잘 돌아갔다."


환율이 800원대를 유지했던 시기는 1997년 이전. 이때는 지금과 같은 자유변동환율제도가 아니라 시장평균환율제도 였기 때문에 단순비교는 무리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한국경제는 1994-1997년동안 매분기 40억~60억 달러 규모의 엄청난 자본유입이 발생했었다. 


당시 한국의 금융시스템은 조악했는데, 개발시대의 한국금융은 단순히 "대기업 자금 조달 창구" 역할을 했다. 기업평가, 신용평가, 대출건전성 감시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1997년 외환위기 이전, 한국의 대기업들은 별다른 어려움 없이 단기외채를 빌려 과잉투자를 했다. 환율이 800원대였음에도 경제가 "좋았던 것"처럼 보였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의 여파로 대기업들은 단기외채의 유동성위기에 빠졌고.. 그 뒤.....)


외환위기를 겪은 1997년 12월, 한국은 자유변동환율제도로 변경하였고 환율은 1,600원대까지 치솟았다. 고환율이 됐으니 수출대기업에게 유리했을까? 아니다. 오히려 "외화로 표기된 부채 부담이 급등"하면서 경영의 어려움만 커졌다. 


이명박정부는 2008년 집권 후, 인위적인 고환율 정책을 채택했고 환율은 900원대에서 1,400원대까지 상승했다. 그런데 당시 경제 자체가 건전했었기 때문에, "수입 물가가 상승"만 초래하여 오히려 국민들의 부담만 증가했다. 이명박정부의 고환율 정책이 비난 받은 이유이다.


그럼 "지금의 환율 하락"은 괜찮을까? 수입 물가 부담이 줄어드니? 아니다.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세계경제 자체가 얼어붙었고 한국도 부동산시장 침체 등이 곂치면서 "민간 소비가 하락" 했다. 이런 와중에 환율 하락은 수출경쟁력마저 떨어뜨려 경제의 큰 타격을 준다. 


거기다가 미국 유럽 등의 초저금리 정책, 양적완화 정책이 이어지면서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한국으로 자본유입이 증가하고 있다. 그럼 한국도 금리를 내려 급격한 자본유입을 막아야 할까? 그런데 문제는 금리를 내리면 유동성 함정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문제. 세계경제 침체와 부동산시장 침체가 곂치면서 민간 소비는 얼어붙었는데 이는 단순히 금리를 내린다고 해결 되는 게 아니다. 


유동성함정 하에서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재정정책은, 향후 5년간 매년 20조원의 재정적자가 예상되면서 재정정책을 쓰기가 정치적으로 힘든 상황이다. 결국 환율 하락을 막아 수출경쟁력 만이라도 유지해야 하는 게 최선의 선택이다.


"고환율" "저환율"에만 주목할 경우 제대로 된 문제인식이 불가능하다. 경제 지수의 변화는 상반된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어느 것이 더 큰 효과"를 가져올지 생각해야 하고, "경기변동의 폭을 키우는 정책인지 아닌지"를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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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 저환율? 금융시장 불안정성! 경기변동의 진폭!고환율? 저환율? 금융시장 불안정성! 경기변동의 진폭!

Posted at 2012. 11. 3. 22:12 | Posted in 경제학/일반


※ 단순히 무역흑자를 위해 환율을 상승시켜야 하나?


주요 선진국의 양적완화 정책 이후, 최근 몇달새 원화가치가 급등(환율 하락)하고 있다. 2012년 8월 이후 원화가치는 3% 가량 하락했다. 



<출처 : Google Finance >

  • 2012년 8월 이후, 미국 달러화 대비 환율은 3.45% 가량 하락했다. 반면, 미국 달러화 대비 일본 엔화의 환율은 2.93% 가량 상승해 엔고현상에서 탈피하고 있다.


<출처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

  • 미국·유럽의 양적완화 정책 이후, 원화의 대미달러 환율이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원화가치 급등을 두고 반응은 엇갈린다. 2008년 이명박정부 취임 이후 인위적인 고환율(원화가치 하락) 정책으로 인해 고물가를 겪었던 국민들은 "고환율은 수출대기업에만 유리하다. 환율하락으로 물가가 안정되는 게 좋다" 라는 반응이다. 반면 수출대기업은 "원화가치 상승과 일본 엔화의 가치하락이 한국기업 수출경쟁력을 떨어뜨린다" 라면서 위기 경보음을 울리고 있다.


실제로 이명박정부는 집권 이후, 수출대기업을 위해 인위적으로 환율을 끌어올렸는데, 2008년 동안 환율은 18.7%나 상승하였고 2009년에도 15.7%나 상승하였다. 



<출처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

  1. 2007년 900원대를 유지하던 환율은 이명박정부의 고환율정책으로 인해 1,400원대 까지 오르게 된다.
  2. 특히 2008년 4분기의 환율 상승은 3분기 대비 28.0%에 달한다.
  3. 그래프를 보면 2008년 이후 환율이 급등한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명박정부의 고환율 정책으로 인해 수출대기업은 큰 이익을 거두었다. 반면 수입물가는 큰 폭으로 상승하여 소비자들은 울상을 지었다. 물가상승으로 인하여, 고환율 정책을 주도했던 당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많은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지만 이명박정부는 경상수지 개선과 수출 드라이브를 위해 계속해서 고환율을 유지했다.

강만수 경제팀은 틈만 나면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환율을 올리고, 경기 부양을 위해 과감히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 때문에 강 장관은 번번이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와 ‘성장’과 ‘물가’를 놓고 갈등을 빚었다. 강 장관은 성장우선 정책을 통해 ‘MB노믹스’를 실현해야 하는 책임자였다. 반면 이 총재는 물가 안정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했기 때문에 충돌은 불가피했다.

 장관은 정권 초부터 고환율 시사 발언을 쏟아냈다(표 참조). 강 장관은 야인 시절 쓴 <현장에서 본 한국 경제 30년>에서 “환율은 나라 경제를 지키는 주권이며 환율 관리는 경제적 대외 균형을 지키기 위한 주권 행사다. 환율을 관장하는 재정경제부(현재 기획재정부) 장관이 환율을 시장에 맡긴다는 것은 주권을 포기한다는 말과 같다”며 ‘환율주권론’을 강하게 피력했다. 강력한 외환시장 개입을 주장해 ‘최틀러’라는 별명을 가진 최중경 전 재정부 1차관도 “환율이 급격히 상승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급격한 하락은 더더욱 바람직하지 않다”라며 강 장관을 거들었다. 두 사람이 발언할 때마다 환율과 금리가 널뛰기했다. (...)

이명박 정권 초만 해도, 달러는 웬만한 국제 통화에 견줘 죄다 약세였다. ‘달러의 굴욕’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미국 정책 당국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일어난 경기 부진을 벗어나기 위해 달러 금리를 내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독 우리나라의 원화만이 달러에 약세였다.

달러가 약세이다 보니, 돈이 원유와 원자재에 쏠렸다. 곧바로 원유와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다. 원화가 약세인 상황에서 수입가는 더욱 올랐고, 국내 물가는 급등했다. 하지만 강만수 경제팀은 고환율 정책이라는 ‘황소고집’을 쉽게 꺾지 않았다. 대신 수출 대기업들은 표정 관리를 해야 했다. 업계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르면 삼성전자는 영업이익이 3천억원, LG전자는 7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

강만수 경제팀의 고환율 정책은 촛불시위를 거치면서 급히 선회한다. 물가는 치솟는데 경기는 악화되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이제 강만수 경제팀은 오르는 환율을 막기 위해 시장에 직접 개입하며 외환보유고를 물 쓰듯 퍼붓는다. 촛불시위 뒤 7월7일 개각에서 결국 최중경 차관이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하지만 강 장관은 살아남았다. 그 뒤 강만수 장관은 한 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한은 총재와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첫 단추 잘못 꿰서 보유 외환 퍼부어

오락가락한 환율정책은 결국 중소기업과 서민들의 고통만 가중시켰다. 중소기업들은 하루하루 오르는 환율에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고, 키코(KIKO)라는 직격탄도 맞게 됐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 안에서 움직이면 환리스크를 줄여주지만, 원화가치가 계속 떨어져 애초 계약한 구간을 벗어나면 기업이 막대한 환차손을 입게 만든다.

정혁준. "강 장관의 황소고집 ‘고환율’". <한겨레21>. 2008.11.28


인위적인 고환율 정책으로 인해 높은 물가상승을 경험 · 고환율 덕택에 수출대기업의 영업이익은 늘어났으나 국민들의 삶의 질은 좋아지지 않았던 경험 · 결국 일부 수출대기업들의 배만 불려준 것 아니냐 라는 경험 속에서, 일부 국민들은 최근의 원화가치 상승을 반기고 있다.

정리하자면, 원화가치가 하락(환율 상승)하면 물가는 오르지만 경상수지는 개선된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에게 고환율 정책은 매력적일 수 있다. 원화가치가 상승(환율 하락)하면 경상수지는 악화되고 수출기업들의 이익은 줄어들겠지만 물가는 안정된다. 원화가치 하락(고환율)과 원화가치 상승(저환율) 중에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할까? 

그런데 문제는 고환율이냐 저환율이냐가 아니다. 핵심은 금융시장의 불안정과 경기변동의 진폭을 축소시키는 것이다. 최근 환율하락에 경제학자들이 우려를 표하고 한국은행의 금리인하와 환율상승을 주장하는 건 단순히 무역수지가 악화되기 때문이 아니다. 미국·유럽·일본 등의 양적완화·초저금리 정책으로 자본이 한국으로 유입되고 이로 인해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경기변동의 진폭이 확대되기 때문이다. 이것을 막기 위해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하하고 환율을 상승시키라는 것이다.



※ 큰 폭의 자본유출입 변동으로 인해 외환위기를 겪은 1997년의 한국


1997년 12월 외환위기 이전, 1994-1997년 동안 한국으로 많은 자본이 유입되었다. 마이너스의 자본수지를 기록했던 1993년과 달리 1994년 자본수지는 흑자로 돌아섰고, 특히나 1996년에는 매분기 40억 달러~60억 달러 규모의 자본유입을 기록했다. (당시 한국은 자유변동환율제도[각주:1]가 아닌 시장평균환율제도[각주:2]였기 때문에 큰 폭의 환율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1997년 2분기 들어서 자본유입액이 70억 달러에서 25억 달러로 급감하더니, 4분기 들어서는 5억 달러선까지 감소했다. 1998년 1분기에는 100억 달러 규모의 자본유출이 일어났다.



<출처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

  • 1994년 1분기~1997년 3분기 동안 자본수지 흑자를 기록한 한국은 1997년 들어 2분기 들어 자본유입액이 급감하더니 

    1998년 1분기 들어서는 100억 달러 규모의 자본유출을 경험했다.


자본수지가 흑자를 기록하는 동안 한국의 기업들은 해외자본을 과다차입하게 되었는데, 무역수지 적자가 누적[각주:3]되면서 해외투자자들은 한국 경제의 건전성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된 것이다. 또한, 이 당시 동남아시아의 외환위기를 지켜본 외국투자가들은 한국 경제에도 우려를 표했고 급격히 자본을 빼가기 시작했다. 


급격한 자본유출이 일어나자 부채 만기연장을 하지 못한 기업의 부도사태가 벌어졌고, 큰 폭으로 상승한 환율로 인해 물가가 치솟아 한국경제가 위기에 빠지게 되었다. 



<출처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

  • 1997년 12월 한국은 자유변동환율제도를 도입하였는데, 1997년 4분기부터 환율이 급격히 상승한 모습을 볼 수 있다. 급격히 상승한 환율로 인해, 외화로 표기된 부채부담이 늘어났고 물가가 치솟아 한국경제는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김인준·이영섭은 급격한 자본유출입으로 인한 boom-bust cycle이 한국경제의 위기를 불러왔다고 진단한다.


동아시아 경제의 외채가 급격히 증가한 현상은, 국내외 이자율간에 큰 격차가 있고 자본자유화로 인해 boom-bust cycle이 심화되는 가운데 환율이 단기에는 금리격차에 따른 자본이동에 영향을 받지만 장기적으로는 가격경쟁력에 영향을 받는 경제를 상정하면 쉽게 설명될 수 있다. 한편 한국의 경우 해외에서의 조달·운영하는 자금규모가 공식적인 외채 규모에 버금갈 정도로 큰 이유는, 한국정부가 자본시장에서 boom-bust cycle을 고려하지 않고 취한 단계적 및 비대칭적인 자본자유화 정책 내용을 살펴 보면 어렵지 않게 이해될 수 있다. 


국가간 금리 격차가 존재할 경우 자본자유화는 양국간 금리격차를 줄이는 데 공헌할 것이다. 그렇지만 양국간 발전단계가 다르다면 자본이동에 따라 금리격차가 줄어드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편의상 자본자유화는 이루어졌지만 금리는 원래 수준을 유지한다고 가정해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본자유화가 이루어지면 자본은 이자율이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이동할 것이다. 그 결과 이자율이 높은 국가의 경우 자본시장개방에 따라 자본이 유입되면서 환율이 하락하고 경제가 활성화된다. (...)


이자율이 높은 나라로의 자본유입은 이 나라의 환율을 하락시키고 그 결과 가격경쟁력이 악화되어 경상수지가 적자로 될 것이다. 또한 자본유입에 따른 경기활성화도 경상수지를 악화시키는 한 요인이 될 것이다. 물론 어느 기간까지는 경상수지 적자가 자본유입으로 보전되기 때문에 이 나라 통화의 고평가 현상이 유지될 수 있다.


그런데 환율의 고평가로 경상수지 적자가 상당기간 누적되면 외국 투자가들이 이 나라 경제의 기본 건전성에 회의를 갖게 되고 자본을 회수해 나가려 할 것이다. 이때부터 고금리는 더 이상 자본유입의 유인이 되지 못하고 따라서 환율에도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다. 오히려 누적된 경상수지 적자가 환율에 주로 영향을 끼치게 되고 경상수지 악화로 인해 환율은 상승할 것이다. 한편 환율상승에 따른 투자수익률 하락을 우려하여 자본이 해외로 빠져나가려 함에 따라 환율은 더욱 더 상승할 뿐만 아니라 경기침체도 가속화될 것이다.


이와 같은 boom-bust cycle 모형을 이용하면 자본시장 개방후 외채가 급격히 늘어난 것은 국제금융기관들이 한국의 신용도를 과대평가하고 저리의 자금을 경쟁적으로 제공하였으며 또한 국내 투자가들이 자본시장 개방 당시의 자본도입 비용을 과소 평가하고 과다차입한 데에 그 원인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boom-bust cycle에 따라 경상수지 적자가 누적될 때 환율이 다시 크게 상승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개방 당시 낮았던 외국자본에 대한 국제금리 및 환율이 계속 유지되리라 믿어서 과도한 신용을 공급하고 과도한 차입을 하게 된 것이다. 한편 금융기관과 대기업들이 국제자본시장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상황속에서 정부가 자본시장을 단계적 · 비대칭적으로 개방하였기 때문에, 즉, 자본유입을 통제하고 자본유출을 풀어주는 정책을 취했기 때문에 금융기관과 대기업들은 해외에서 차입한 자금을 국내에 들여오지 못하고 해외에서 운영한 결과 해외에서의 자본운영 규모가 크게 증가한 것이다. 


김인준·이영섭. 1998. "외환·금융위기와 IMF 경제정책 평가" . 『金融學會誌 Vol.3 No.2』 7-9




※ 현재의 원화가치 상승(환율 하락)은 선진국의 유동성 확대 정책때문


주목해야 하는 건 원화가치 상승(환율 하락)이라는 결과물이 아니라 선진국의 금융완화 정책이라는 원인이 작용하여 그러한 결과가 발생했다는 사실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은 0.25% · 유럽은 0.75% 대의 초저금리 정책과 양적완화 정책을 펼쳤다. 선진국의 금융완화정책으로 인하여 풍부해진 유동성은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유지하는 신흥국으로 유입되어 자산가치 상승 ·원자재 가격 상승·신흥국 통화가치 상승·신흥국의 금리 인하 유도를 불러왔다. 한국은 미국·유럽·일본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높은 2.75%대의 기준금리를 유지하고 있는데, 최근의 신용등급 상승과 맞물려 선진국의 자본이 한국으로 쏟아져 들어온 것이다. 이로 인하여 최근 원화가치가 상승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이후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은 경제 정상화를 위해 정책금리를 대폭 인하하였으며 현재에도 정책금리를 제로금리에 근접하는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미 연준의 경우 위기 발생 직후인 2008년 10월에서 12월중 Federal Fund rate를 3차례에 걸쳐 175bp 인하하였으며 ECB, 일본은행, 영란은행도 같은 기간중 정책금리를 각각 175bp(3회), 40bp(2회), 200bp(3회) 하향조정하였다.


또한 선진국들은 조속한 경제회복을 위해 대규모 국공채 매입, 대출 등과 같은 양적완화정책(QE)도 병행하여 실시하였다. 미 연준의 경우 2회에 걸쳐 2.35조달러 규모의 국공채 및 MBS를 매입하였으며 ECB도 2차례의 장기대출 등을 통해 1.2조 유로 규모의 자금을 공급하였다. 일본은행은 25조엔 규모의 저금리 단기대출을 실시하고 55조엔에 달하는 국채, 회사채 등을 매입하였다. 영란은행도 3,750억파운드 규모의 국채 등을 매입하였다. (...)


주요 선진국의 본원통화로 측정한 글로벌 유동성도 큰 폭으로 증가하여 2012년 2월말 현재 위기 이전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났다.


큰 폭의 정책금리 인하, 양적완화 등 선진국의 금융완화정책으로 풍부해진 글로벌 유동성은 수익성 추구 등의 목적으로 국제원자재시장 및 신흥국으로 유입되었다. 특히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정책금리를 인하한 2009년 초반 이후 원자재관련 펀드와 신흥국으로의 자본유입이 급증하였으며 미국의 QE1 및 QE2가 시행된 기간에도 꾸준히 늘어났던 것으로 나타났다. 동 기간중 원자재관련 펀드의 경우 원유,천연가스 등 에너지관련 펀드로의 자본유입이 크게 늘어났다. 또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흥국으로 유입된 자본은 포트폴리오 투자 및 기타투자가 크게 늘어났으며 이에 따라 신흥국에 유입된 자본은 대체로 수익성 추구를 위한 단기성 자금일 가능성이 높다. (...)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흥국에 유입된 대외자본은 변동성이 높은 포트폴리오투자, 기타투자 등 단기성 자금이 대부분이다. 이에 따라 선진국은 물론 신흥국의 경제여건 변화시 이들 단기성 자금은 일시에 유출될 가능성이 크므로 신흥국의 정책당국은 대외자본 유출입을 규제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김명현. 2012. "선진국의 금융완화정책이 신흥국에 파급되는 경로 및 영향 분석". 『한국은행 Monthly Bulletin Oct』. 16-33



문제는 이러한 자금이 일시에 빠져나가면 어떤 일이 발생하느냐이다. 선진국의 경제여건이 좋아지고 신흥국의 경제여건이 나빠지면 이들 자금이 일시에 유출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하하고 환율을 상승시켜 경기변동의 진폭을 줄여놓는 정책이 필요하다. 


선진국에 비해 비교적 높은 금리를 유지한다면 자본이 계속해서 유입될 것이다. 또한, 환율하락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원화가치가 고평가되는 정도가 커지게 되고 차후에 원화가치 하락에 베팅하기도 쉬워진다. 즉, 선제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차후에 자본유출의 진폭이 더욱 더 커지게 된다.



프린스턴대 신현송 교수는 금융안정성을 위해 다양한 거시건전성 수단이 함께 사용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신현송 교수는 “한국과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에서는 글로벌 유동성으로 인해 통화정책의 전통적 전달경로가 심각하게 교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금리를 올려 통화량을 흡수하려 해도 금리차이를 노린 해외자본이 유입되면 통화량 조절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개방경제 국가에서는 금리의 기대경로 외에 위험경로까지 감안해 통화정책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금융안정은 통화정책에 의한 금리조절만으로는 달성할 수 없는 만큼 한국이 도입한 선물환포지션(은행의 자기자본 대비 선물환 보유비율) 한도, 외환건전성 부담금 등과 같은 거시건전성 수단이 함께 사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선진국 저금리 정책, 신흥국 금융불안 유발”". <경향신문>. 2012.06.14



 

※ 거시경제정책의 핵심은 경기변동의 진폭을 줄이는 것


이명박정부의 고환율 정책이 비판받아 마땅한 이유는 단순히 수출 대기업의 배만 불려줬기 때문이 아니라 경기변동의 진폭을 인위적으로 확대시켰기 때문이다. 현재의 원화가치 상승(환율 하락)을 막기 위해 금리를 인하하고 환율 상승을 도모해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의 특성때문이 아니라 경기변동의 진폭을 축소시키기 위해서이다.


물론, 수출액비중이 GDP 대비 52%에 달하는 한국경제의 특성상 환율하락이 무역수지 악화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도 무시할 수는 없다.[각주:4][각주:5]그러나 단순히 고환율이냐 저환율이냐의 프레임에 갇힐 경우 올바른 거시경제정책을 펴기가 어렵다


(그럼 금리인하·환율상승을 시키면 문제가 해결될까? 그것도 아니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하하면 유동성함정에 빠질 가능성이 큰데, 국회예산정책처는 향후 매년 약 20조원의 재정적자를 예측했다. 유동성함정 하에서 재정정책을 펴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 어쩌라고? 이번 포스트에서 하고 싶은 말은 단순히 고환율이냐 저환율이냐의 프레임을 경계하고 거시경제정책의 진폭을 줄이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1. 자유변동환율제도(flexible exchange rate system)는 시장의 가격기구 기능에 따라 환율이 전적으로 시장에서 결정되도록 하거나 정부가 최소한의 간섭만 하는 환율제도를 의미한다. 자유변동환율제도 하에서는 외환의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점에서 환율이 결정된다. [본문으로]
  2. 시장평균환율은 현재 한국은행이 고시하는 집중 기준율과 같이 은행과 고객과의 외환거래 혹은 은행과 은행 간의 외환거래의 기준이 되는 원/달러 환율이다. 이 시장평균환율은 외환매매 중개기능을 맡고 있는 금융결제원 내의 외화자금 중개실이 전일 모든 외국환은행들이 국내외환시장에서 거래한 원/달러 현물환 거래 환율을 거래량으로 가중평균하여 산출된다. 시장평균환율제도 하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외환시장에서 외환의 수요와 공급에 의하여 결정되고 변동되나, 외환 수급에 따라 변동되더라도 무한히 변동되는 것이 아니고 일정한 범위 내에서 제한을 받았다. 시장평균환율제도 도입 당시에는 일일 환율변동 제한폭을 기준환율을 중심으로 상하 0.4%로 설정하였으며 그 후 변동제한폭을 지속적으로 확대하였다. 1997년 11월 외환위기에 직면하면서 상하 10%로 대폭 확대하였다가 같은 해 12월에 변동 제한폭을 완전히 철폐하여 자유변동환율제도로 이행하였다. [본문으로]
  3. 경상수지+자본수지=0의 관계. 경상수지가 흑자를 기록하면 자본수지는 적자이고, 역으로 경상수지가 적자면 자본수지는 흑자이다. [본문으로]
  4. "지금은 물가상승률을 너무 걱정할 때가 아니다. 고평가된 원화를 방치했다가 벌어질 심각한 경기하강과 유동성 위기 같은 거시경제 위험에 대비하는 게 훨씬 더 시급하다." 라고 주장하는 성태윤 교수의 칼럼도 '경기변동의 진폭 축소시키기'라는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다.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2/11/02/2012110201340.html ʺ한국, 원高 환율 이대로 방치했다간 재앙ʺ. 2012.11.03 [본문으로]
  5. 성태윤 교수는 "물가 상승을 통해 부채부담의 실질 가치를 낮춘다"라는 주장을 계속 해왔다.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면 부채부담의 실질가치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7/16/2012071601502.html. "전세계로 확산되는 '채무 디플레이션'". 2012.07.16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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