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배정책은 성장을 가로막는가?분배정책은 성장을 가로막는가?

Posted at 2014. 2. 28. 23:42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지난 포스팅 ''성장이냐 분배냐'는 무의미한 논쟁'을 통해서, "성장이냐 분배냐의 논쟁 자체가 무의미하다" 라는 말을 했다. 그 글에서는 "경제성장은 거의 모든 경제문제를 해결해준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성장하느냐 이다." 라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성장을 터부시하는 일부 정치세력을 비판적으로 다루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성장과 분배에 대한 초점을 반대로하여, "분배정책은 경제성장을 가로막지 않는다. 오히려 경제적 불균등이 증가할수록 경제성장은 지속불가능하다." 라는 주장을 다룰 것이다. 다시말해, 분배는 경제성장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성장과 분배를 이분법으로 나누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각주:1]




※ 분배정책은 경제성장을 가로막지 않는다


보통 사람들은 "분배정책은 효율성을 훼손시켜 경제성장을 가로막는다" 라고 생각한다. 완전히 틀린 생각은 아니다. 어느정도의 경제적 불균등(Economic Inequality)은 "OO처럼 나도 더 나은 삶을 누리기 위해 열심히 일을 해야겠다" 라는 유인(incentives)을 경제주체에게 제공함으로써 사회의 발전을 이끈다. 인류는 "모두가 경제적으로 평등한 사회" 라는 이상이 실제로는 어떻게 구현되었는지를 이미 경험했다.


그러나 그렇다고해서 분배정책을 실시하지 않고 경제적 불균등을 그냥 방치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IMF 소속의 Jonathan Ostry, Andrew Berg, Charalambos Tsangarides는 <Redistribution, Inequality, and Growth>(2014.02) 보고서를 통해, "'경제적 불균등 그 자체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분배정책이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라는 결론을 성급히 내려서는 안된다. 균등을 추구하는 정부개입도 경제성장을 도울 수 있다.[각주:2]" 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재분배정책이 親성장적인지 反성장적인지는 실증적 연구대상(an empirical question)이다.[각주:3]" 라고 말한다.


Ostry 등은 보고서에서 경제적 불균등을 ① Market Inequality 와 ② Net Inequality 로 구분한다. 


  • Market Inequality - 정부의 분배정책 이전에 측정된 지니계수  
  • Net Inequality - 정부의 분배정책(세금징수, 이전지출 등등) 이후에 측정된 지니계수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정부의 분배정책 이후에 측정된 Net Inequality 이다. Ostry 등은 세계 여러국가의 데이터를 이용한 실증분석 결과를 통해, "Net Inequality가 낮은 국가일수록 더욱 더 빠르고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경험했다. 분배정책은 경제성장을 가로막지 않는다.[각주:4]" 라고 주장한다.




※ 경제적 불균등과 경제성장의 관계


그렇다면 경제적 불균등 그 자체는 어떤 경로를 통해 경제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아래에 첨부된 그래픽을 통해 경제적 불균등, 분배정책이 경제성장에 미치는 상관관계를 파악할 수 있다.           



< 출처 : Ostry, Berg, Tsangarides. 2014. 'Redistribution, Inequality, and Growth'. 9 >


  • A 경로 : Market Inequality가 큰 국가일수록 더욱 더 많은 분배정책을 시행하는 경향이 있다.[각주:5]
  • C 경로 : 재분배정책은 Net Inequality를 감소시킴으로써, 경제성장에 간접적인 영향(indirect effect)을 미친다.
  • D 경로 : 게다가 재분배정책은 경제주체의 유인(incentives)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경제성장에 직접적인 영향(direct effect)을 미친다.
  • E 경로 :  Net Inequality 증가는 인적자본 축적과 정치적 불안정성 경로를 통해 경제성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즉, 재분배정책은 유인왜곡을 통해 경제성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수도 있고, Net Inequality의 경로를 통해 경제성장에 간접적인 영향을 끼칠수도 있다. 그리고 Net Inequality 그 자체는 경제성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Net Inequality가 경제성장에 끼치는 영향' 이다. '경제적 불균등 증가는 경제의 불안정성을 키운다' 에서도 다루었듯이, 경제적 불균등 증가는 여러경로를 통해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경제적 불균등 증가는 정치에 대한 접근 기회에 있어 계층별 차이를 가지고 온다

- 2001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Joseph Stiglitz는 저서 『The Price of Inequality』(2012)를 통해 "경제적 불균등은 정치에 대한 접근 기회에서도 차이를 가져오는데, 고소득층은 로비를 통해 정부가 커지는 것을 막는다. 경제적 불균등이 정치적 불균등·경제의 불안정성을 가져오고, 이것이 경제적 불균등을 더 확대시킨 것이다." 라고 주장한다[각주:6].  

경제학자 Daron Acemoglu 또한 "민주주의 정치제도 하에서 경제적 불균등 현상이 심화된다면 국민들은 재분배정책을 지지하는 정치세력에게 투표를 할 것이다. 따라서 '민주주의 정부는 재분배정책을 실시함으로써 경제적 불균등을 완화시킬 수 있다' 라고 많은 사람들은 생각한다. 그러나 민주주의, 재분배정책, 경제적 불균등 간의 관계는 복잡할 뿐더러, 경제적 불균등에 민주주의가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상위계층은 정치적 힘을 가지고 있고, 중산층 또한 하위계층이 아니라 자신들을 위한 정책을 지지한다." 라고 지적[각주:7]한다.    


신용대출 확대로 경제적 불균등 현상을 해결하려는 정치권

- 경제적 불균등이 계층별 정치적 접근에 있어 차이를 가지고 오는 가운데, 정부는 세금징수 등의 재분배 정책을 제대로 실시할 수 있을까? 불가능 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선택한 방법은 신용대출 확대 였다.

現 인도중앙은행 총재 Raghuram Rajan『폴트라인』(2011)을 통해, "국민의 소득 불평등이 점점 격화됨에도 의회 내부 의견이 점점 더 양극화되고, 그 결과 조세 제도 개혁 및 소득 재분배에 대한 제대로 된 정책을 도입할 수 없게 되었다. 그리하여 정치인들은 유권자의 생활수준을 개선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정치인들에게 1980년대 초 이래로 가장 매력적으로 보인 대안은 대출 규정 완화였다." 라고 말한다.  

실제로 IMF 소속인 Michael KumhofRomain Rancière의 연구 <Inequality, Leverage and Crises>(2010)을 살펴보면, '정부의 신용대출 확대정책이 하위계층의 부채비율을 증가시켜 2008 금융위기를 불러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각주:8]


교육기회의 차이를 가져오는 경제적 불균등. 인적자본 축적을 방해하다

- (이 글을 통해 소개하는 보고서를 쓴) Jonathan OstryAndrew Berg는 2011년에 쓴 <Inequality and Unsustainable Growth: Two Sides of the Same Coin?>을 통해서, "가난한 계층은 교육을 받기위해 필요한 돈을 가지고 있지 않다. 소득이 더욱 더 균등하게 배분된다면 (하위계층의 교육수준이 높아지기 때문에)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가 증가하게 되고, 그 결과 경제가 성장할 것이다." 라고 말한다. 


다시말해, 경제적 불균등 증가는 이러한 경로들을 통해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 경제적 불균등, 분배정책이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실증적 연구결과


Ostry, Berg, Tsangarides는 2011년 보고서에서 나아가서, <Redistribution, Inequality, and Growth>(2014.02)에서 경제적 불균등과 분배정책이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세계 각국의 데이터를 참고한 실증적 연구결과를 제시한다. 


< 출처 : Ostry, Berg, Tsangarides. 2014. 'Redistribution, Inequality, and Growth'. 16 >


  • 좌측 Figure 4 - 윗쪽 그래프는 Net Inequality와 향후 10년간 경제성장률의 상관관계 · 아래쪽 그래프는 분배정책과 향후 10년간 경제성장률의 상관관계
  • 우측 Figure 5 - 윗쪽 그래프는 Net Inequality와 경제성장 지속성의 상관관계 · 아래쪽 그래프는 분배정책과 경제성장 지속성의 상관관계  


좌측 Figure 4를 살펴보면 Net Inequality가 증가할수록 향후 10년간 경제성장률은 하락하는 모습, 다시말해 Net Inequality와 향후 10년간 경제성장률은 음(-)의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분배정책과 향후 10년간 경제성장률은 약한 상관관계가 보일 뿐더러, 약간의 양(+)의 상관관계가 나타남을 확인할 수 있다[각주:9]


보고서의 저자인 Ostry 등은 "이러한 연구결과는 '분배정책을 통한 경제적 불균등 감소는 (효율성과 경제주체의 유인에 영향을 미쳐) 경제성장을 하락시키는 상쇄효과(trade-off)를 불러온다' 라는 일반의 관념과 일치하지 않는다[각주:10]." 라고 말한다. 게다가 분배정책이 경제적 불균등을 감소시켜 경제성장에 간접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전체적으로 분배정책은 親성장적(pro-growth)이다[각주:11]



< 출처 : Ostry, Berg, Tsangarides. 2014. 'Redistribution, Inequality, and Growth'. 18 >


이번에는 그래프 대신 Ostry 등이 세계 각국의 데이터를 이용해 분석한 통계표를 살펴보자. 좌측열에 제시된 Net Inequality, Redistribution 등이 독립변수이고 1인당 GDP 성장률(growth rate of per capita GDP)이 종속변수이다. 


첨부한 통계표를 보면 Net Inequality 라는 변수가 1인당 GDP 성장률에 대해 음(-)의 값을 가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게다가 Net Inequality라는 변수가 경제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은 99% 신뢰수준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하다(*** 표시)


반면 분배정책 변수가 경제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은 90%, 95%, 99% 신뢰수준에서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다고 나온다(*, **, *** 표시 없음)[각주:12]. 이러한 결과는 "분배정책은 효율성을 훼손시켜 경제성장을 가로막는다" 라고 사람들 사이에 널리퍼진 관념을 반박하는 것이다. 분배정책은 경제성장에 직접적인 영향(direct effect)[각주:13]을 끼치는 변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위에서 다루었던 '분배정책이 유인왜곡을 통해 경제성장에 직접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로(D경로)'는 통계적으로 의미가 없을 뿐더러, Net Inequality 증가는 경제성장률에 대해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분배정책은 Net Inequality 감소를 통해서 경제성장에 대해 간접적인 영향(indirect effect)을 끼치고, 그 결과를 종합하면 분배정책과 경제성장은 양(+)의 상관관계를 가진다. 


Jonathan OstryAndrew Berg, Charalambos Tsangarides의 <Redistribution, Inequality, and Growth>(2014.02) 보고서의 결론은


  • 분배정책은 경제성장에 해롭지 않다.
  • 경제적 불균등 증가는 경제성장에 해롭다.
  • 분배정책이 경제적 불균등을 감소시킨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분배정책은 親성장적(pro-growth) 이다[각주:14].    



※ '성장이냐 분배냐'는 무의미한 질문

다시 반복하지만 성장과 분배는 동떨어진 개념이 아니다. 경제성장은 사회후생의 대폭적인 증가를 가져오고, 분배정책은 경제성장을 이끈다. 성장과 분배를 이분법으로 구분하기 시작하면, 어떤 정치세력은 성장을 터부시하고 다른 정치세력은 분배정책을 폄하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보고서 저자인 Jonathan Ostry, Andrew Berg, Charalambos Tsangarides도 필자의 주장과 마찬가지로 "경제성장에만 초점을 맞추고 경제적 불균등 현상을 방치하는 것은 실수이다. 경제적 불균등이 윤리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경제적 불균등 현상을 방치한다면) 경제성장이 낮을 뿐더러 지속불가능 하기때문이다.[각주:15]" 라고 말한다. 



<참고자료>


경제적 불균등 증가는 경제의 불안정성을 키운다. 2012.10.28


'성장이냐 분배냐'는 무의미한 논쟁. 2014.01.28


Jonathan Ostry, Andrew Berg, Charalambos Tsangarides. 2014. 
<Redistribution, Inequality, and Growth>. IMF Staff Discussion Note

Jonathan Ostry, Andrew Berg. 2011. <Inequality and Unsustainable Growth: Two Sides of the Same Coin?>. IMF Staff Discussion Note

Daron Acemoglu, Suresh Naidu, Pascual Restrepo, James A Robinson. 2014. <Can democracy help with inequality?>. VOX

Joseph Stiglitz. 2012. 『The Price of Inequality』

M. Kumhof, R. Ranciere. 2010. <Inequality, Leverage and Crises>. IMF working paper. 

라구람 라잔. 2011. 『폴트라인』



  1. 저번 포스팅 댓글을 통해 어떤 분이 "학계에서 충분한 검증과 동의를 얻지 않은 이상 이걸 패러다임으로 섣불리 취급하면 무리가 옵니다." 라고 지적해주셨는데 이에 공감한다. 따라서 이번 포스팅의 주제 "분배정책은 성장을 가로막지 않는다"는 경제학계의 패러다임 이라기 보다는 "이런 연구결과도 있다." 라는 측면에서 받아들이면 될 것이다. [본문으로]
  2. "we should not jump to the conclusion that the treatment for inequality may be worse for growth than the disease itself. Equality-enhancing interventions could actually help growth." (4) PDF 파일기준 [본문으로]
  3. "it would appear to be an empirical question whether redistribution in practice is pro- or anti-growth." (5) [본문으로]
  4. "lower net inequality seems to drive faster and more durable growth for a given level of redistribution. (...) redistribution appears generally benign in its impact on growth; only in extreme cases is there some evidence that it may have direct negative effects on growth." (6-7) [본문으로]
  5. "more unequal societies tend to redistribute more." (6) 이것은 Market Inequality와 Net Inequality를 구분하기 위해 필요한 중요한 정보이다. [본문으로]
  6. 자세한 내용은 '경제적 불균등 증가는 경제의 불안정성을 키운다' http://joohyeon.com/116 참고. [본문으로]
  7. Daron Acemoglu 등. 2014. 'Can democracy help with inequality?' http://www.voxeu.org/article/can-democracy-help-inequality [본문으로]
  8. 자세한 내용은 '경제적 불균등 증가는 경제의 불안정성을 키운다' http://joohyeon.com/116 참고. [본문으로]
  9. "We can observe in Figure 4 that there is a strong negative relation between the level of net inequality and growth in income per capita over the subsequent period (top panel), and there is a weak (if anything, positive) relationship between redistribution and subsequent growth (bottom panel)." (16) [본문으로]
  10. "These results are inconsistent with the notion that there is on average a major trade-off between a reduction of inequality through redistribution and growth." (17) [본문으로]
  11. "This implies that, rather than a trade-off, the average result across the sample is a win-win situation, in which redistribution has an overall pro-growth effect, counting both potential negative direct effects and positive effects of the resulting lower inequality." (17) [본문으로]
  12. "Our basic specification is a stripped-down standard model in which growth depends on initial income, net inequality, and redistribution (column 1 of Table 3). We find that higher inequality seems to lower growth. Redistribution, in contrast, has a tiny and statistically insignificant (slightly negative) effect." (17) [본문으로]
  13. 앞서 다루었던 D경로가 의미가 없다 라는 것이다. 분배정책은 D경로를 통해 경제성장을 훼손시킨다 라는 것이 일반의 관념이었다. [본문으로]
  14. "In sum, then, inequality remains harmful for growth, even when controlling for redistribution. And we find no evidence that redistribution is harmful. The data tend to reject the Okun assumption that there is in general a trade-off between redistribution and growth. On the contrary, on average—because with these regressions we are looking only at what happens on average in the sample—redistribution is overall pro-growth, taking into account its effects on inequality." (21) [본문으로]
  15. "It would still be a mistake to focus on growth and let inequality take care of itself, not only because inequality may be ethically undesirable but also because the resulting growth may be low and unsustainable." (25)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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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력의 경력단절 방지 - 장시간 노동을 우대하지 말라여성인력의 경력단절 방지 - 장시간 노동을 우대하지 말라

Posted at 2014. 2. 20. 10:33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작년(2013년) 6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고용률 70% 로드맵> 정책을 설명하는 글을 2개 올렸었다. 하나는 '고용률 70% 로드맵', 또 다른 하나는 '정책의 목표를 각각 경제성장률 / 실업률 / 고용률 로 지향하는 것의 차이'. 이 글을 통해 본인은 "고용률 70% 로드맵과 시간제 일자리 정책은 '여성인력의 경력단절을 최소화 해야 한다' 라는 문제의식에서 만들어졌다" 라고 말했었다. 


그렇다면 작년 6월 이후, 박근혜정부는 여성인력의 경력단절 방지를 위해 어떠한 후속정책을 내놓았을까? <고용률 70% 로드맵> 발표 이후, 고용노동부 · 기획재정부 · 여성가족부 · 보건복지부 등은 직장어린이집 확대, 남성 육아휴직 확대, 육아휴직 급여 상향, 아이돌봄 서비스 강화, 맞춤형 재취업 지원, 근로시간 단축 등등 여러 후속정책을 제시했다[각주:1].


 朴대통령 "이제는 일자리"…고용률 70%달성 총력전. 2013.06.04


박 대통령은 시간제 일자리와 창조경제의 새로운 일자리, 규제완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의 3대(大) 축을 바탕으로 고용률 70%를 달성한다는 구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대 관심사는 '시간제 일자리'다. 야권과 노동계에서는 또 다른 비정규직 양산이라고 비판하지만, 박 대통령은 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켜야 한다는 메시지까지 보내면서 강력한 추진 의사를 내보이고 있다.


朴대통령 "시간선택제 일자리, 시대흐름에 맞는것". 2013.11.26


박 대통령은 이어 "여성들이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통해서 가정을 잘 돌보면서도 일을 하며 자아실현을 할 수 있고, 여성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자신의 형편에 맞게 일할 기회를 갖고 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 때 국가 경쟁력도 높아지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朴대통령 2년차 국정구상> 경제…'474비전' 제시. 2014.01.06


박 대통령은 이날 신년 기자회견에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 차질없이 추진되면 3년 후 우리 경제의 모습은 잠재성장률이 4% 수준으로 높아지고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어 4만 달러 시대를 바라보게 될 것"이라며 "고용률 70% 달성으로 청년과 여성 일자리도 많이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朴대통령 "경력 단절女性 없는 대한민국 만들것". 2014.01.08


박근혜 대통령은 7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출산·육아로 여성이 경력 단절을 겪지 않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게 목표가 돼야 한다"며 "정부의 중요 어젠다(agenda·의제) 가운데 하나가 여성이 마음 놓고 경제활동 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며 이는 저출산·고령화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현오석 "朴정부 임기에 女경력단절 없애겠다". 2014.02.04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일 "이번 정부 임기 안에 여성 경력단절이라는 용어가 사라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5개의 기사날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박근혜 대통령은 작년 6월 이후부터 "여성인력의 경력단절을 막겠다" 라는 의지를 지속적으로 내비쳐왔. 2014년 신년기자회견에서 제시한 '474 경제정책' 역시 그 핵심은 고용률 70%와 여성일자리 증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용률 70% 로드맵>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여전히 높다. 특히나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단순한 비정규직 증가'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렇다면 왜 박근혜정부는 비정규직 일자리 증가로 인식될 수 있는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만드려는 것일까? 

주목해야 하는 것은 고용노동부가 "시간제 일자리란 단기 계약직이 아니다. 정년, 보험혜택 등이 정규직과 똑같지만, '일하는 시간'만 적은 일자리이다" 라는 것을 강조한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 장시간 노동을 불균형적으로 우대하는 기업들


2014년 1월 4일, American Economic Association Meeting에서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발표됐었다. 보통 대다수 사람들은 남녀간 임금격차 문제 해결과 여성일자리 증가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남성의 가사노동 분담 · 여성 근로자들의 협상력 증가 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하버드 대학교에서 노동경제학을 연구하는 Claudia Goldin 교수는 <A Grand Gender Convergence: Its Last Chapter> 라는 논문을 통해 "기업들이 장시간 노동을 우대하지 않으면 남녀간 임금격차는 상당히 줄어들 수 있다[각주:2]" 라고 말한다.


또한 Claudia Goldin 교수는 "임금이 근로시간에 대해 선형적이면 남녀간 임금격차는 낮지만, 비선형적이라면 임금격차가 크다[각주:3]" 라고 지적하며 "근로시간에 대해 비선형적인 임금이 남녀간 임금격차를 불러오는 중요요인이다[각주:4]" 라고 설명한다. 임금이 근로시간에 대해 선형적 · 비선형적이라는 것이 무슨 말일까?



  


위에 첨부한 그래프의 X축은 근로시간, Y축은 임금을 뜻한다. 그래프를 살펴보면, 파란색 · 빨간색 · 녹색으로 칠해진 실선이 일정시간을 범위로 서로 끊어져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이들 실선은 일정시간 범위를 넘어서서 초과근무 할 때, 근로자가 얻을 수 있는 임금수준을 나타낸다. 


가장 많은 시간을 근무한 근로자는 가장 높은 임금(파란색 실선)을 얻고, 

그보다 적게 근무한 근로자는 두번째로 높은 임금(빨간색 실선), 

가장 적게 근무한 근로자는 가장 낮은 녹색 실선의 임금을 얻는다.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색깔이 칠해진 실선이 서로 끊어져 있다는 사실이다. 근로시간에 따른 임금곡선이 비선형적이다. 그래프 밑에 나온 설명대로 "근로시간이 일정 수준 밑으로 감소한다면, 임금은 분리되어(discretely) 감소한다". 


만약 근로시간에 따른 임금이 파란색 실선을 따라 선형적이라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근로시간이 감소하더라도 임금수준은 일정비율 만큼만 감소한다. 그런데 근로시간에 따른 임금이 비선형적이고 서로 끊어져 있다면 어떻게 될까? 근로시간 감소에 따른 임금수준 감소폭이 대폭 커지는 것(파란색 실선과 빨간색 실선의 높이 차이, 빨간색 실선과 녹색 실선의 높이 차이만큼)이다. 


반대로 근로시간이 증가하는 상황이라면, 더 많은 시간을 근무할수록 훨씬 더 많은 임금을 얻을 수 있다. 녹색 실선과 빨간색 실선의 높이 차이보다 빨간색 실선과 파란색 실선의 높이 차이가 더 크다. 즉, 기업이 장시간 노동을 불균형적으로 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 근로시간의 유연한 선택을 원하는 여성인력

- 장시간 노동을 우대할수록 남녀 간 임금격차가 벌어지다


기업이 장시간 노동을 우대하는 것과 남녀간 임금격차가 발생하는 것이 무슨 상관이 있을까? Claudia Goldin은 "특히나 고학력 여성일수록 일과 가정의 양립을 원한다. 근로시간의 유연한 선택이 그들에게 더욱 더 중요한 것이다.[각주:5]" 라고 말한다. 우리나라 또한 실제로 많은 여성들이 '육아와 병행'을 위해 근로시간의 유연한 선택을 원하고 있다


<출처 : 고용노동부. '시간선택제 일자리 도입 운영 안내서'. 8쪽>


그런데 여성들이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근로시간의 유연한 선택을 하는 순간 무슨 일이 발생할까? 근로시간에 따른 임금수준이 비선형적이고 기업이 장시간 노동을 불균형적으로 우대하기 때문에, 유연한 근로시간을 선택한 여성의 임금이 대폭 하락하여 남녀간 임금격차가 벌어지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즉, 기업이 장시간 노동을 우대할수록 남녀간 임금격차가 크게 벌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임씨는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를 둔 엄마들은 아이가 학교에 간 시간 동안만 하는 일을 찾지만 그 시기가 지나면 대부분 전일제 일자리를 찾는다”고 말했다. 그는 “1시간 일을 덜 하면 그 시간만큼의 시급만 깎이는 게 아니라 수당이나 상여금 등도 줄어든다. 어차피 일해야 한다면 한두 시간 더 일하고 돈을 더 받는 게 좋다는 사람도 많다”고도 했다.


[왜 지금 ‘여성 일자리’인가]1부 (10) 좋은 일자리를 만들라. <경향신문>. 2013.06.06


게다가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해 근로시간을 줄일수록 더 많은 불이익이 돌아오는 상황은 여성들이 노동시장에서 아예 이탈하는 선택을 하게끔 만든다[각주:6]. 여성인력은 근로시간과 임금의 비선형적인 관계에서 근로시간 단축은 더 큰 폭의 임금감소를 불러온다는 것을 알고 있다. 따라서 미래잠재임금의 대폭 감소를 예상한 여성인력은 육아 등 가정에 충실하기 위해 노동시장에서 완전히 이탈하는 선택을 하게 되고 그 결과 경제활동참가율이 하락하게 된다[각주:7].  




※ 장시간 노동을 우대하지 말고, 근로시간에 따른 임금을 선형관계로 만들어라

- 박근혜정부의 '여성인력 경력단절 방지' 정책


앞서 논했던 내용을 정리하자면, 여성들은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해 근로시간의 유연한 선택을 원한다. 그러나 근로시간에 따른 임금이 비선형관계 이기때문에, 근로시간 단축은 더 큰 폭의 임금감소를 불러온다. 따라서 이로인해 남녀간 임금격차가 대폭 벌어질 뿐더러, 노동시장에서 아예 이탈하는 여성인력이 생기게 된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먼저 언급했듯이, Claudia Goldin 교수는 "기업들이 장시간 노동을 우대하지 않으면 남녀간 임금격차는 상당히 줄어들 수 있다" 라고 주장한다. 다르게 말하면, 근로시간에 따른 임금을 선형관계로 만드는 것이다[각주:8]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1. 여성이 유연한 근무시간을 택했을 경우에 받는 임금수준을 올려주는 것.
  2. 근로시간 자체를 단축하여, 기업이 장시간 노동을 우대하는 유인을 없애는 것.


고용노동부는 "시간제 일자리란 단기 계약직이 아니다. 정년, 보험혜택 등이 정규직과 똑같지만, '일하는 시간'만 적은 일자리이다" 라는 것을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다. 이는 시간제 일자리 정책이 첫번째 사항을 시행하기 위한 정책임을 설명하는 것이다.    


그리고 지난 2월 4일, 고용노동부 · 기획재정부 · 보건복지부 · 여성가족부 · 교육부 · 안전행정부 등은 <일하는 여성을 위한 생애주기별 경력유지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여기서의 핵심[각주:9]은 '만 8세 이하의 자녀를 둔 부모가 오는 10월부터 육아휴직 대신 단축근무를 선택[각주:10]할 경우 급여외에 받을 수 있는 단축급여가 통상임금의 40%에서 60%로 확대' 된다는 것이다. 거기다가 단축근무 활용기간도 연장[각주:11]하여 최장 2년간 단축근무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근로시간의 유연한 선택을 원하는 여성인력들의 요구도 충족시켜주고, 근로시간에 따른 임금도 선형관계로 만드는 정책이다.


또한, 고용노동부는 근로시간 단축을 위하여 "일정 수준 이상의 연봉을 받는 사무직들은 연장근로수당을 못 받도록 하는 미국의 '화이트칼라 이그젬션(exemption)' 제도를 국내 실정에 맞게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 이라는 사실이 보도[각주:12]되기도 하였다[각주:13]


아예 법정 근로시간 자체를 줄이려는 움직임[각주:14]도 있다. "현재 정부와 여당이 추진중인 근로시간단축법 개정안은 주당 최장 근로 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현재 법정근로시간은 주 40시간이며 여기에 연장근로 12시간과 휴일근로 16시간을 더할 수 있다. 그러나 개정안이 통과되면 휴일근로는 연장근로에 포함돼 주 최대 근로시간이 52시간으로 제한된다."




※ 정부의 정책만으로 여성인력의 경력단절을 막을 수 있을까?

- 여성인력 활용의 걸림돌은 사회 · 문화적인 고정관념


"정부의 정책으로 근로시간에 따른 임금을 선형관계로 만들거나 장시간 노동을 기업들이 우대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가능할까" 라는 의문이 남을 수 있다. 지금까지 오랫동안 여성들은 경제활동에서 배제되어 왔고, 여성은 가정 · 남성은 일 이라는 성별에 따른 역할구분이 작동해왔기 때문이다. 즉, 지금까지 이어져온 사회문화와 사람들의 고정관념이 바뀌어야만 여성인력 활용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정부가 아무리 육아휴직 정책을 내놓는다고 하더라도, 직장 내 눈치가 보여 육아휴직을 신청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정부는 "여성고용률 낮은 기업의 사업주를 공개한다" 라고 말하지만[각주:15],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의문이다.


 2014년 대한민국 사회에서 남성 육아휴직은 가까운 친척에게도 알리지 못할 만큼 부끄러운 일이었습니다. 통계가 이를 말해줍니다. 지난해 전체 육아휴직자 69,616명 가운데 남성 비율은 3.3%, 2293명에 불과했습니다. 육아 휴직을 장려하고 모범을 보여야할 중앙 정부 공무원 역시 남성 육아휴직자는 756명에 그쳤습니다. 그만큼 아직 우리사회에서 육아휴직은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은 법으로 보장된 제도입니다. 어린 아이의 부모라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권리이자 복지 혜택입니다. 하지만 실상은 다릅니다. 여성조차 육아휴직을 꺼리는 게 현실입니다. 황현숙 서울시 직장맘지원센터장은 이를 ‘회사내 눈치法’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법보다 위에 있는 게 국민 감정법이란 말이 있듯이 회사에서 눈치보느라 대한민국 국민에게 주어진 당당한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있단 겁니다. (...)


문제는 당당히 혜택을 누리지 못하게 가로막고 있는 우리 사회 분위기와 편견입니다.


[취재파일] 육아휴직 누려~? 법보다 위에 있는 '눈치法'. <SBS>. 2014.02.06


그러나 '여성인력의 경력단절을 방지'라는 방향을 추구한다는 것 그 자체는 옳다. 


'정책의 목표를 각각 경제성장률 / 실업률 / 고용률 로 지향하는 것의 차이'에서도 언급했듯이, 경제성장률은 잠재성장률에 의존하기 때문에 짧은 기간에 인위적으로 높이려 할 경우 부작용만 초래된다


그러나 고용률 향상을 목표로 삼을 경우, "비경제활동 인구의 노동시장 참여를 독려하는 적극적인 고용정책"이 나오게되고 경제활동에서 소외된 전업주부 등의 여성들의 고용촉진을 위해 노력하게 된다. 5년이라는 임기 내에 여성인력의 경력단절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하더라도, 사회문화 변화의 촉진제가 된다면 <고용률 70% 로드맵> 정책의 의미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1. 자세한 정책 사항은 정부의 '고용률 70% 로드맵' 홈페이지 참조. http://employment70.go.kr/ [본문으로]
  2. "The gender gap in pay would be considerably reduced and might vanish altogether if firms did not have an incentive to disproportionately reward individuals who labored long hours and worked particular hours." (서문) [본문으로]
  3. "When earnings are linear with respect to time worked the gender gap is low; when there is nonlinearity the gender gap is higher." (12) PDF 파일 쪽수 기준. [본문으로]
  4. "nonlinear pay with respect to hours worked is responsible for the majority of the residual differences." (12-13) [본문으로]
  5. "Women, particularly college graduates, increased their desire to attain “career and family.”" (4) "Because these idiosyncratic temporal demands are generally more important for the highly-educated workers, I will emphasize the college educated and occupations at the higher end of the earnings distribution." (6) [본문으로]
  6. "The point of the framework is to emphasize that certain occupations impose heavy penalties on employees who want fewer hours and more flexible employment. The lower remuneration can result in shifts to an entirely different occupation or to a different position within an occupational hierarchy or to being out of the labor force altogether." (14) [본문으로]
  7. "the relationship between the increasing gender pay gap and the desire for time flexibility due to the arrival of children. Lower hours mean lower earnings in a nonlinear fashion. Lower potential earnings, particularly among those with higher-earning spouses, often means lower labor force participation." (23) [본문으로]
  8. "moving in the direction of more flexibility and greater linearity of earnings with respect to time worked." (24) [본문으로]
  9. '육아위한 단축근무 선택시 통상임금의 60% 지원'. 연합뉴스. 2014.02.04 [본문으로]
  10. 정부가 '육아휴직 대신 단축근무를 선택' 하게끔 유인을 설계하는 이유는 경력단절 방지를 위해서이다. 육아휴직의 경우 그대로 경력이 단절되지만, 단축근무를 할 경우에는 경력이 유지될 수 있다. [본문으로]
  11. [여성 일자리대책] 육아휴직보다 근로시간 단축제 인센티브 높인다. 조선일보. 2014.02.04 [본문으로]
  12. 여담이지만,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관련 보도과정에서 논란이 생기기도 하였다. 기자가 "미국의 임금소득 기준 (약 2,550 만원)이 한국에 그대로 적용된다" 라는 식으로 기사를 쓰는 바람에, 이 정책이 많은 사람들의 비판을 받았다. 그렇지만 2,550만원이라는 기준은 미국의 사례이고 한국에서 실제 정책이 시행되었을때 적용되는 임금기준이 아니다. 물론, 고용노동부가 정책도입 자체를 부인했기 때문에 의미는 없다. [본문으로]
  13.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정부는 현재 미국의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 않음' 라면서, 보도내용에 대해 부인하였다. [본문으로]
  14. '근로시간단축·통상임금' 처리 4월국회로 이월. 연합뉴스. 2014.02.18 [본문으로]
  15. 여성고용률 낮은 기업 사업주 공개한다. 머니투데이. 2014.02.04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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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이냐 분배냐'는 무의미한 논쟁'성장이냐 분배냐'는 무의미한 논쟁

Posted at 2014. 1. 28. 10:09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경제와 관련된 첨예한 논쟁 중 하나가 바로 "성장이냐 분배냐" 이다. 보수성향 사람들은 성장을 중시하고, 진보성향 사람들은 분배를 중시한다. 이러한 의견이 극단적으로 대립한다면, "분배주의자는 북한이나 가라 / 자본주의적 경제성장은 착취이다. 탈성장을 도모해야 한다" 라는 과격한 발언이 나오게된다. 


성장과 분배를 둘러싸고 보수진영과 진보진영 사이에서만 갈등이 발생할까? 진보진영 내부에서도 이를 둘러싼 대립이 많다. 특히나 노무현정부 시절, 경제정책을 둘러싸고 Liberal 성향의 인사들과 Progressive 성향의 인사들 간의 충돌이 빈번했다.   


김대중정부 시절 재정경제부 장관을 역임했던 강봉균은


강 전 장관은 22일 문화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노무현 정부 중간쯤부터 선거에서 계속 졌다”며 “민주당 일부 강경 세력들이 이념논쟁, 진영논리에 빠져 당내에서 변화라는 것을 찾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강경파들의 입지 확보를 위한 장외투쟁 같은 것에 반대를 했지만, 민주당을 변화시키지 못했다”며 “민주당을 변화시키는 데 결국 실패한 것”이라고 반성했다.


강 전 장관은 민주당의 실패 원인으로 국민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경제임에도 이를 정치의 핵심으로 만들지 못한 것을 꼽았다. 


강 전 장관은 “경제전문가로서, 국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부터 풀어나가고 상대 당과도 해결이 가능한 것은 해결하려고 했다”면서 “하지만 (강경파들은) 상대 당이면 무조건 안된다는 식이었고, 경제와 타협을 강조하면 ‘왜 여기 있느냐. 차라리 한나라당으로 가라’고 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금 와서 생각을 해도 민주당이 스스로 변할 수 있겠느냐에 대해 회의적”이라며 “민주당이 뭐 그렇게 달라지겠느냐는 생각들을 많이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봉균 “민주, 강경파 진영논리로 망가져”. <문화일보>. 2014.01.22


라고 말하면서 강경파(대개 시민단체/활동가 출신들로 유추된다)들이 경제정책에서 보여줬던 이념논쟁, 진영논리를 비판한다.


노무현정부 시절 청와대 정책실장을 역임한 변양균 또한 성장을 폄하하는 목소리를 비판한다.


"그분(문재인 국회의원)만큼 정직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작년 대선 때 문제가 있었어요. 저는 당시 건강이 안 좋아 사이드에서 조언만 했는데, 이정우 교수(문재인 캠프 좌장)와 다툰 적이 있어요. 제가 내놓은 정책을 전해들었는지 '후보의 정체성을 훼손한다'며 발끈하더군요. 선거가 뭡니까. 51대49 아닌가요? 문재인이 학잡니까? 정체성 운운하게?" (...)


"1998년부터 우리나라는 성장만 가지곤 살아갈 수 없는 수준의 국가가 됐습니다. 그렇다고 장에 반대하는 것은 바보들이죠. 1000년, 2000년 된 나무도 성장을 해야 살 수 있습니다. 사람도 성장을 멈추면 죽음을 향해 가잖아요. 성장은 국가에 필요조건입니다. 충분조건은 아니지만요."


변양균. '불륜 스캔들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변양균 前 청와대 정책실장'. <조선일보>. 2014.01.11




경제학을 공부한 사람들은 "성장이냐 분배냐의 논쟁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왜일까? 경제학을 공부한 사람들이 자주 하는 말 중 하나가 바로 "경제성장은 거의 모든 경제문제를 해결해준다" 이다. 경제가 성장하면 일자리도 늘어나고 임금도 상승한다. 근로자들의 후생이 증가하게 된다. 또한 경제가 성장하면 정부의 세입기반도 확충되고 정부지출의 여력도 증가한다. 이를 통해 사회안전망을 갖출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장은 거의 모든 경제문제를 해결해준다" 라는 명제 자체에 납득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조선시대, 1950년대의 한국 그리고 2014년 현재의 한국을 비교해보자. 2014년 한국인들은 '경제성장의 과실'을 누리고 있다. 절대적인 생활수준 자체가 크게 개선되었다. 장기적인 경제성장은 경제주체가 누리는 후생 그 자체를 대폭 상승시켜준다. 


경제학자 David Romer는 


"장기 성장이 후생에 끼치는 영향은 거시경제학이 전통적으로 초점을 맞추어 온 단기적 경기변동의 모든 가능한 효과를 삼켜 버린다" 


Howard R. Vane, Brian Snowdon. 2009. 『현대거시경제학-기원, 전개 그리고 현재』. 51쪽에서 재인용  


라고 말한다.


1995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Robert Lucas 또한 


"이런 문제(장기적인 경제성장)가 인간의 후생에 갖는 결과는 그야말로 엄청나다. 이런 문제들을 생각하기만 하면 다른 문제들은 생각에서 멀어져 버린다" 


"더 나은 장기 공급우선 정책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잠재적 후생의 이득은 단기적 수요관리의 개선에서 얻어질 잠재적 이득을 훨씬 상회한다" 


Howard R. Vane, Brian Snowdon. 2009. 『현대거시경제학-기원, 전개 그리고 현재』. 51쪽에서 재인용  


라고 말한다.




그런데 두 경제학자의 발언에서 주목해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장기(↔단기)'와 '공급우선(↔수요관리)' 이라는 용어이다. "경제성장은 거의 모든 경제문제를 해결해준다" 이것은 절대명제에 가깝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성장이 내가 살아가는 동안 달성되지 않는다면 어떻게될까? 조선시대 사람에게 (경제성장을 달성한) 2014년 한국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John Maynard Keynes의 유명한 발언이 여기서 등장할 수 있다. "장기에는 우리 모두 죽는다. (In the long run we are all dead.)따라서, 지금 이 시점을 살아가는 경제주체들에게 중요한 건 '경기변동의 관리'와 '단기적인 경제성장' 이다. 기변동의 진폭을 축소하고 경제를 안정화 시킴으로써 단기적인 경제성장을 달하는 것, 그리고 경제의 단기균형을 장기균형 수준으로 수렴케 하는 것.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총수요관리 정책' 이다. 총수요관리 정책이란 소비 증가, 정부지출 증가 등을 통해 경제의 단기균형을 장기균형으로 수렴케하여 경기불황에서 벗어나는 정책을 뜻한다.





장기총공급곡선(LRAS)이 만들어내는 Y bar는 잠재성장률 수준에서 달성가능한 산출량을 의미한다. 현재 이 그래프는 단기총공급곡선(SRAS1)와 총수요곡선(AD1)이 만들어내는 '단기균형 A점, 산출량 Y1'이 '장기균형 Y bar'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즉, 경기불황(Recession) 상태이다.


이때, 경기불황 수준에 있는 단기균형이 장기균형으로 수렴하는 법은 2가지.


1.

시장의 '자동조절기능'의 힘으로 단기총공급곡선(SRAS1)이 오른쪽으로 이동하게 하는 것이다. 경기가 불황이면 경제주체들의 기대물가수준이 하락하는데, 이것의 영향으로 단기총공급곡선(SRAS1)이 오른쪽으로 하향이동(SRAS2)한다. 그 결과 단기균형 A점은 C점으로 옮겨지고, 단기균형과 장기균형이 일치하게 된다.


2. 

정부의 '총수요관리 정책'에 의하여 총수요곡선(AD1)을 상향이동 시키는 방안도 있다 .경기불황 상태를 타개하고자 정부는 재정정책 · 통화정책을 통하여 총수요를 증가시키는데, 그 결과 AD1 곡선이 상향이동(AD2)다. 따라서 단기균형 A점은 B점으로 옮겨지고, 단기균형과 장기균형이 일치하게 된다.




장기적인 경제성장은 '생산의 증가'를 뜻한다. 노동, 자본의 투입량을 늘리고 생산성을 개선함으로써 달성할 수 있는 장기적인 경제성장. 이는 '공급중심 성장(Supply-Side Growth)'을 의미[각주:1]하기도 한다.


'공급중심 성장(Supply-Side Growth)'은 시장의 '자동조절 기능'을 믿는다. 경기불황 상태인 단기균형(A점)이 빠른 시간내에 장기균형(C점)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총수요관리 정책은 필요치 않다고 말한다. 단기균형에 신경쓰기보다 장기적인 경제성장, 즉 장기총공급 곡선(LRAS)를 오른쪽으로 이동시켜 Y bar를 우측이동 시키는 것을 중점에 둔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생산요소(자본, 노동) 투입 증가와 생산성 향상이다. 즉, 공급측면의 성장을 달성하려면, '기업의 자본투입'이 증가해야 한다. 기업이 자본을 투입하여 생산력을 늘리는 행위가 발생해야 한다.


단기적인 경제성장(단기균형의 장기균형으로의 수렴)은 '유효수요의 증가'를 뜻한다. 소비를 늘리고, 정부지출을 늘림으로써 수요를 증가케 하는 것. 그 결과 경기불황에서 벗어나 경기변동의 진폭을 축소케 하는 것. 이는 '수요중심 성장(Demand-Side Growth)'을 의미[각주:2]한다. 


'수요중심 성장(Demand-Side Growth)'은 소비증가, 정부지출 증가 등 '총수요증가'를 통해 경기불황 상태인 경제를 성장시킨다. (정부지출 증가는 이자율과 환율에 미치는 구축효과를 발생시킨다. 그렇지만 경제가 불황상태, 즉 단기균형이 장기균형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부지출의 승수는 1보다 크다[각주:3].) 구체적으로, 경제주체의 소비를 늘리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우선 실업을 줄여야 한다. 그리고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높여야 한다. 정부지출 또한 증가해야 한다.




여기에서 "성장이냐 분배냐" 라는 논의가 의미가 있을까? 실제 경제학계의 논의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일어나고 있다. 바로 "공급중심 성장(Supply-Side Growth)이냐, 수요중심 성장(Demand-Side Growth)이냐"[각주:4] 이다.  


"성장이냐 분배냐"의 논의는 마치 성장과 분배는 별개라는 것처럼 여기게한다. "성장이냐 분배냐"의 주장 속에는 "성장은 기업에 좋고, 분배는 근로자에게 좋다" 라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과연 그런가? 수요중심 성장(Demand-Side Growth)의 방법(경제주체의 가처분소득 증가)에서 알 수 있듯이, 분배는 성장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다


게다가 "성장이냐 분배냐"의 논의는 경제성장을 터부시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일부 진보진영에서 가지고 있는 이러한 목가적인 인식은 정치적으로도 불리하다. 먹고 살기 힘든 이때에 "돈은 중요한 게 아니다. 성장은 중요치 않다. 마음이 중요하다." 라고 말하는 게 정치적으로 호소력 있는 행위일까? 


문재인 국회의원 또한 성장을 터부시하는 진보진영의 이러한 근본주의가 대선패배의 원인이라고 말한다.


왜 선거에서 지는 것일까요? 왜 국민들이 더 많이 지지하지 않는 것일까요? (...) 저-문재인-는 제 자신도 포함해서 우리 안에 남아 있는 일종의 근본주의에서 해답을 찾고 싶습니다. (...) 독재권력에 맞서 싸우던 민주화운동 시절 우리가 지켰던 원칙이나 순결주의 같은 것이 우리 내부에서 우리를 유연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


국민들에게 무엇보다 큰 관심사가 경제성장입니다. 분배도 복지도 일자리도 경제성장에서 비롯되니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국민들의 가장 큰 관심사인 성장에 대한 담론도 부족했습니다. 경제성장 방안이나 국가경쟁력에 대해서는 관심을 덜 가졌던 게 사실입니다. 성장은 보수 쪽의 영역이고, 우리가 관심 가져야 할 것은 분배와 복지라고 생각하는 듯한 경향이 없지 않았습니다.


저는 대선 출마선언문에서 포용적 성장, 창조적 성장, 생태적 성장, 협력적 성장이란 4대 성장 전략을 제시했습니다. 그러자 어느 진보적 매체는 "또 성장 타령이냐?" 고 힐날하는 칼럼을 싣기도 했습니다. 성장을 바라보는 진보 진영의 근본주의 같은 것을 보여 주는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성장과 안보에 관한 담론 부족은 확실히 우리의 큰 약점이었습니다. (...) 보수 진영의 신자유주의 또는 시장만능주의 성장론을 따라가자는 것이 아닙니다.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 전략을 뒷받침하는 새로운 성장 전략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우리의 사고를 확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제부터라도 우리의 확장을 가로막았던 근본주의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더 유연한 진보, 더 유능한 진보,더 실력 있는 진보가 돼야 합니다. (...)


지속 가능하면서 더 정의롭고 더 따뜻한 성장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입니다. 저는 지난 대선 출마선언문에서 그 방안으로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을 주장했습니다.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경제성장에 기여한 많은 사람들을 배제하고 경제성장의 혜택을 일부가 독점하는 배제적 성장은 더 이상 성장을 지속시킬 수 없습니다. 


그에 대한 반성으로 성장의 과실이 사회 전체에 골고루 분배되고 경제성장에 기여한 모든 사람들이 다 함께 혜택을 누리도록 하자는 성장 전략이 포용적 성장입니다. 그래야만 사회 전체의 소비능력이 늘고 내수가 진작돼, 경제가 성장하고 일자리가 늘어나는 선순환이 가능해집니다. (...)


국제노동기구(ILO)가 제시하는 '소득주도 성장(Wage-led growth)'이 대안의 하나일 수 있습니다. 일자리를 확충하고 고용의 질을 개선해서 중산층과 서민들의 소비능력을 높이는 것을 주된 성장 동력으로 삼는 것입니다. 


문재인. 2013. 『1219 끝이 시작이다』. 285-309 


누차 말하지만 "경제성장은 거의 모든 경제문제를 해결해준다." 중요한 건 어떻게 성장 하느냐이다.


장기적인 경제성장 달성에 중점을 두고 공급측면을 강화할 것이냐 (기업의 자본투입 증가)

단기적인 경기변동 관리에 중점을 두고 수요측면을 강화할 것이냐 (경제주체의 구매력 증가)




  1. 2008 금융위기 이후, Fed의 양적완화 정책에 대한 비판으로 "(단순한 유동성 증가가 아니라) 새로운 기술 개발, 제3차 산업혁명, 정보기술의 발전 등을 통해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이끌어내는 정책이 우선시되어야 한다" 라는 주장이 등장하는 이유이다. [본문으로]
  2. 2008 금융위기 이후, Fed의 양적완화 정책은 유동성 증가를 통해 실질금리를 인하함으로써, 소비를 늘리케 하려는 '총수요관리 정책' 이다. [본문으로]
  3. '정부지출, 재정적자와 관련하여 고려해야할 요인들'. 2014.01.01 http://joohyeon.com/183 [본문으로]
  4. 여기에는 경제가 빠른 시간 내에 자동적으로 균형을 이룰 수 있느냐가 주요 논점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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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제도와 유인왜곡 - "어떻게" 복지제도를 설계할 것이냐의 문제복지제도와 유인왜곡 - "어떻게" 복지제도를 설계할 것이냐의 문제

Posted at 2013. 10. 4. 19:32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미국 Fed는 Tapering의 기준으로 "실업률 7%"를 제시[각주:1]했으나 "과연 실업률 지표가 현재의 노동시장 상태를 정확히 반영하고 있는지"에 대해 논란이 많다. 그 이유는 "하락하는 경제활동참가율" 때문이다. 고령화와 경기침체로 인해 "일자리를 원하지만 구직활동을 중단하는 사람이 증가하기 때문에 실업률이 하락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일자리를 원하지만 구직활동을 중단한 자, full-time 일자리를 원하지만 part-time 일자리에 종사하는 자 등등을 실업률에 반영한 것이 U-6 Unemployment Rate 이다. 2007년 이후 미국의 U-6 실업률은 공식실업률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07-2012년 사이 미국(US)의 U-6 실업률이 큰 폭으로 상승하고, 경제활동참가율은 하락한 모습을 볼 수 있다. >




그런데 최근 2년간 U-6 실업률을 살펴보면 큰 폭으로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것은 "노동시장에서 완전히 이탈한"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것을 드러낸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원하지도, 일자리를 찾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The big question is whether such workers will start looking for work again in time. The signs are worrying. If you look at U-6 unemployment over just the past two years, rather than the past five, it has fallen faster than official unemployment. That suggests many of the people on the periphery of the labour force have now left it entirely.


"The missing millions". <The Economist>. 2013.09.28


이유가 무엇일까? <The Economist>는 그 이유로 "상해보험제도 disability insurance (DI)"를 든다. 일반적인 실업보험은 "노동자가 구직활동을 계속할 때" 혜택을 제공한다. 그러나 상해보험은 이와 정반대로 "노동자가 자신이 일을 할 수 없음을 증명해야" 혜택을 제공한다. 쉽게 말해, 노동자가 실업보험 혜택을 받고 싶으면 "구직활동을 하는 모습"을 정부에 보여야만 하지만, 상해보험 혜택을 받고 싶으면 "내가 일을 할 수 없는 상태" 라는 걸 보여주어야 한다는 말이다. 


지난 5년간 상해보험 혜택을 받으려는 미국의 노동자는 약 260만명 증가했다. <The Economist>는 이러한 현상이 "하락하는 경제활동참가율"을 설명한다고 이야기한다. 복지제도의 "방식 변화"가 경제주체들의 "유인을 왜곡"시킨 것이다. 과거에는 "일을 하게끔" 하는 유인이 크게 작용했다면, 지금은 "일을 하지 않아야 하는" 유인이 크게 작용한다.


More generous unemployment benefits tend to elevate participation rates since workers must be looking for work to qualify. With disability insurance (DI), however, the opposite applies: to qualify applicants must generally demonstrate that they cannot work. (...)


Between 2007 and 2012 the number of applicants for DI shot up from 11.2 per 1,000 working-age people to 14. Unpublished research by Mary Daly of the San Francisco Fed, Richard Burkhauser of Cornell University and Brian Lucking, a graduate student, estimates that this rise in applications equates to 2.6m people. Depending on how many of those applicants are eventually awarded benefits, this could explain between 31% and 59% of the decline in participation among 16-to-64-year-olds.


"The missing millions". <The Economist>. 2013.09.28




한국에서도 복지제도 방식변화가 경제주체들의 유인을 왜곡시킨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바로 0~5세 아이의 보육비를 지원하는 "무상보육 제도" 이다. 무상보육제도 도입 이후, "가정에서 아이를 돌보던" 가구들도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기 시작" 했다. 어린이집에 보내기 위해서는 "비용"이 필요했지만, 국가가 보육비를 지원해주기 시작하자 가구들의 "비용부담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굳이 집에서 아이를 키울 이유가 없어졌다.


즉, 아이를 키우는 가구들의 유인이 변한 것이다. 아이를 "집에서 돌보는" 유인에서 "어린이집에 보내는" 유인으로. 유인변화는 "수요폭발"을 불러왔다. <중앙일보>는 어린이집에 대한 수요폭발로 인해, 어린이집 지원예산이 증가했고, 보육예산을 빼먹는 어린이집도 늘어났다고 지적한다.


아이를 집에서 키우던 엄마들이 어린이집으로 애를 맡기기 시작한 것이다. 7만 명 이상의 영아들이 어린이집으로 쏟아져나오면서 그해만 5600억원이 낭비됐다. 또 무상보육 바람을 타고 어린이집이 폭증하면서 보육예산을 빼먹는 어린이집도 크게 증가했다.


"복지예산 새고 있다 <상> 낭비 부르는 무차별 무상보육". <중앙일보>. 2013.09.25




자, 두 사례를 통해 "복지제도 방식 변화가 경제주체들의 유인왜곡을 불러와서 역효과가 생겨났다" 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복지병"을 부르는 무상보육 제도를 없애야할까? 그렇지 않다. 무상보육제도의 의의와 긍정적 영향을 이야기하는 또 다른 사례를 살펴보자.


최근 전세계 경제학계의 화두 중 하나가 "여성일자리[각주:2]" 이다. 고령화 등으로 인해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때에 여성일자리 증가를 통해서라도 노동투입인구를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남성 A보다 생산성이 더 높은 여성 B가 여러 장벽으로 인해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경제전체에 비효율적이다. 그리고 여성일자리 증가는 선순환을 일으킨다. 바로, "여자 어린이들이 (장벽없이) 직장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여성을 롤모델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IMF는 <Women, Work, and the Economy: Macroeconomic Gains from Gender Equity> 보고서를 통해 "(직장에서) 여성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부여하는 것은 경제발전에 도움이 된다. 여자 어린이에 대한 교육투자가 증가하고, 여자 어린이들이 (직장에서 성공한) 여성들을 롤모델로 삼으면서 선순환이 발생한다" 라고 말한다.


Better opportunities for women to earn and control income could contribute to broader economic development in developing economies, for instance through higher levels of school enrollment for girls. (...) 


Accordingly, higher Female Labor Force Participation and greater earnings by women could result in higher expenditure on school enrollment for children, including girls, potentially triggering a virtuous cycle, when educated women become female role models. (5)


IMF. <Women, Work, and the Economy: Macroeconomic Gains from Gender Equity> 2013.09


이게 정확히 무슨 의미일까? 사회학 수업을 들었을때 교수님이 이런 말을 하셨다.


"고학력 전업주부를 엄마로 둔 딸들은 자신들의 꿈을 제한하는 경향이 있다. '공부 열심히 해서 능력을 키워봤자 전업주부가 될 것' 이라고 엄마를 보면서 생각하기 때문이다." 


같이 수업을 들은 여자사람친구는 이 말에 격한 동감을 표했다. IMF 보고서의 주장이 바로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여성일자리 증가와 유리천장 제거를 통해 자신의 위치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여성들이 증가할수록, 여자 어린이들이 자신들의 능력을 제한하지 않고 꿈을 펼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여성일자리 지원정책을 통해 여자 어린이들의 "유인"을 바꾸는 것이다. 자신들의 능력을 제한하려는 유인에서 능력을 발휘케하는 유인으로. 


무상보육제도는 직장맘들의 부담을 덜게하는 정책이다. 그럼으로써 직장에서 능력을 펼칠 기회를 증가시키고, (IMF가 주장하는) 선순환이 세대를 이어 발생케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결국 중요한건 무상보육제도를 "어떻게 설계" 하느냐의 문제이다. 미국의 상해보험 사례도 마찬가지이다. 실업자에 대한 지원 자체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실업자들을 돕느냐의 문제이다. 미국 상해보험과 한국 무상보육제도의 부작용을 본 뒤, 단순히 "복지제도는 나태와 도덕적해이를 불러온다. 복지병을 유발할 뿐이다" 라고 진단한다면 올바른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다.


우리는 위에 언급한 3가지 사례를 통해, "유인변화"가 경제주체에 끼치는 긍적적 & 부정적 효과를 알 수 있었다. 복지제도의 장점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필요한건 "어떤 방향의 유인변화를 일으킬 것이냐" 이다. 경제주체들의 유인을 긍정적 방향으로 변화시키면 되는 것이다.



  1. "2013년 6월자 Fed의 FOMC - Tapering 실시?". 2013.06.26 [본문으로]
  2. "고용률 70% 로드맵". 2013.06.06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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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노동소득분배율" 기사의 문제점<경향신문> "노동소득분배율" 기사의 문제점

Posted at 2013. 9. 9. 18:47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2013년 9월 9일 오늘, <경향신문>이 "노동소득분배율"을 주제로 기획기사를 발행했다. <경향신문>은 1면, 3면-4면에 걸쳐 기사를 실었다. 





1면 20대 기업 ‘노동소득분배율’ 50% 못 미쳐 


2면 [500대 기업 고용과 노동 분석]‘노동자의 몫’ 기업 규모 클수록 적어… MB 정부 때 ‘노동 홀대’ 심화 

[500대 기업 고용과 노동 분석]30대그룹 중 노동소득분배율 평균 이상은 9곳 불과 


3면 [500대 기업 고용과 노동 분석]100대 기업 중 9곳만 성장·분배 ‘균형’… 기업·노동자 동반성장 ‘먼 길’ 

[500대 기업 고용과 노동 분석]1인당 영업이익 1위 고려아연, 인건비 지출은 ‘가장 인색’

[500대 기업 고용과 노동 분석]백화점·대형할인점 노동 의존 높아도 분배율 낮아 

[500대 기업 고용과 노동 분석]어떻게 조사했나… ‘영업이익률 4.8%·노동소득분배율 59.7%’ 기준 삼아 




<경향신문>은 기사를 통해 ① "한국의 노동소득 분배율은 OECD 다른 국가에 비해 현저히 낮으며② 게다가 "상위500대 기업의 노동소득 분배율은, 한국 전체의 노동소득 분배율 보다 낮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결론으로 ③ "500대 기업에서 절반 수준인 노동소득분배율을 보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인건비를 더 부담할 여력이 있다는 뜻" 라고 말한다.


<경향신문>의 이 기사, 무엇이 문제일까?


① (한국은행이 집계한) 한국의 노동소득 분배율이 OECD 국가들에 비해 낮은 이유는 "자영업자 소득" 때문이다. 자영업자 소득은 자본소득으로 간주[각주:1]기 때문에, 노동소득/(자본소득+노동소득) 으로 집계되는 노동소득 분배율이 낮을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자영업자 소득을 노동소득으로 간주할 경우, 한국의 노동소득 분배율은 OECD 평균과 유사[각주:2]하다.


② 그리고 "상위 500대 기업의 노동소득 분배율이 낮으므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인건비를 더 부담할 여력이 있다" 라는 결론이 제일 큰 문제이다. 이러한 결론은 마치 대기업이 부당하게 초과이익을 차지하고 있고, 일자리 창출에 노력하지 않는다 라는 것처럼 들린다. 


내가 <경향>의 결론을 곡해해서 받아들인 걸까? 결정적으로, <경향>은 기사 내에서 "기업이 번 돈 중에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게 절반이 안되는 것이다." 라고 말하며 기사의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실제로 포털에서 이 기사를 본 사람들의 반응은 단순히 "대기업을 비난"하는 걸로 나타난다.[각주:3]



그런데 정말 <경향신문> 기사에서 나타나는 늬앙스처럼 대기업이 부당하게 초과이익을 차지했기 때문에, "기업이 번 돈 중에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게 절반이 안되는 것" 일까?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1. 

<경향신문>은 기사내에서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는 근로자들이 가져간 이익이 총부가가치액의 3분의 1에 불과했다." 라고 말한다. 


그러나 알다시피 삼성전자의 이익을 책임지는 건 스마트폰인 "갤럭시 시리즈" 이다. 삼성의 갤럭시 시리즈는 스마트폰 라인업 중에서도 High-End 제품이다. 안드로이드 OS 라인업에서 High-End 스마트폰은 삼성 갤럭시 시리즈 뿐이다. 그 덕분에 삼성은 높은 가격을 책정할 수 있고 그 결과 높은 이윤을 거둘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High-End 스마트폰을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건 "대량의 저숙련 인력 Low-Skilled Workers"이 아니다. OS, 디자인, 마케팅, 프로그래밍 작업 등등을 할 수 있는 "고숙련 인력 High-Skilled Workers"이 필요하고, Low-End 제품에 비해 많은 수의 근로자가 필요하지 않다. 게다가 "세계화 Globalization"의 영향으로 세계 여러나라 인력들과 협업을 하면서 제품이 만들어 지게 된다.


삼성전자가 "나빠서" 노동소득 분배율이 낮은게 아니라는 것이다.


2. 

그리고 <경향신문>은 ". S-OIL(23.3%), 한국가스공사(17.3%), LG화학(32.7%) 같은 업종별 대표 기업들도 10~30%대의 낮은 노동소득분배율을 기록했다." 라고 말한다. 장난하나?  이런 산업은 애초에 "장치산업" 으로서 대량의 근로자가 필요하지 않다. 노동소득 분배율이 당연히 낮을 수 밖에 없다.




경제학계가 "증가하는 경제적 불균등 Economic Inequality" 을 다루면서 주목하는 원인은 "기술발전 Technological Changes" 과 "세계화 Globalization" 이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경제 전체의 생산성을 증가했고 일자리 수는 늘어났다. 문제는 일자리 내부의 양극화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고숙련 일자리 High-Skilled Jobs 와 저숙련 일자리 Low-Skilled Jobs 로 나뉘게 되었다.


게다가 "숙련편향적 기술발전 Skill-Biased Technological Changes"가 아닌 "자본편향적 기술발전 Capital-Biased Technological Changes[각주:4]"가 일어나면서 문제는 심각해졌다. 과거의 기술발전은 "교육"을 통해 "고숙련 근로자"를 배출하면서 대처가 가능했다. 그러나 오늘날의 기술발전은 단순한 "숙련정도"로 대처할 수가 없다. 과거에는 사람이 생산라인에 투입되었지만, 오늘날에는 기계 Robots 가 생산라인에 투입된다. "생산수단 Capital" 을 보유하고 있느냐가 경제격차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리고 "세계화 Globalization"은 불균등현상을 악화시킨다. 저숙련 일자리 Low-Skilled Jobs는 개발도상국으로 향하고, 선진국에 남는건 고숙련 High-Skilled Jobs 일자리 이다. 그런데 선진국의 저숙련 노동자가 해외이민을 쉽게 가지는 못하지 않는가?




<출처 : Yukon Huang. "Understanding China’s unbalanced growth". <Financial Times>. 2013.09.04 >


"대기업의 노동소득 분배율이 낮은 이유는 근로자를 착취해서가 아니라 자본편향적 기술발전 Capital-Biased Technological Changes 또는 세계화 때문" 이라는 주장이 실제로 어떤 원리로 작용하는지, 인포그래픽을 통해 살펴보자.


왼쪽 Farmer와 오른쪽 Factory Worker 를 비교하면, 농부는 10,000 가치의 쌀을 생산하고 그 중 9,000을 자기소득으로 가진다. 다들 알다시피, 전자산업에 비해 농업은 고도로 발전된 생산수단 Capital 과 기술 Technology 이 투입되지 않기 때문에, 농부가 가져가는 소득비중이 크다. 따라서, 농업의 노동소득 분배율은 90% 이다.


Apple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60,000 가치의 제품을 생산한다. 그 중, 근로자가 가져가는 임금은 30,000 이다. 전자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생산수단 Capital 과 기술 Technology 이 필요하기 때문에, 근로자가 가져가는 임금비중이 줄어든 것이다. 따라서, 공장 근로자의 노동소득 분배율은 50% 이다.


농업의 노동소득 분배율은 90%, 공장 근로자의 노동소득 분배율은 50%. 농업=중소기업, 공장 근로자=대기업 으로 나타내보자. 중소기업의 노동소득 분배율이 더 높다는 것만 보고서, "대기업이 근로자를 착취한다" 라고 말할 수 있을까? 중소기업 근로자의 임금은 9,000 이고 대기업 근로자의 임금은 30,000 인데?


<경향신문>이 비판한 삼성전자 사례를 다시 살펴보자. <경향신문>은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는 근로자들이 가져간 이익이 총부가가치액의 3분의 1에 불과했다." 라고 말한다. 그런데 내가 앞서 말했던대로


①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중 상당수는 High-End 제품인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에서 나온다. 안드로이드 진영에서 유일한 High-End 제품인 갤럭시 시리즈는 높은 가격을 책정할 수 있다. 삼성전자 근로자가 창출하는 부가가치가 클 뿐더러


② 스마트폰은 대량의 저숙련 근로자 Low-Skilled Workers가 아니라 고숙련 근로자 High-Skilled Workers가 필요하다.  투입되는 근로자의 비중이 작다.


③ 따라서, 당연히 노동소득 분배율이 낮을 수 밖에 없다.


④ 그런데, 위에서 살펴본 농부와 공장 근로자의 사례- 공장 근로자의 노동소득 분배율이 낮지만, 임금은 더 높다- 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삼성전자 근로자의 평균임금은 대한민국 상위 수준이다.


단순히 노동소득 분배율 하나만 가지고, 기업이 근로자를 착취한다는 식의 판단을 내릴 수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자본편향적 기술발전 Capital-Biased Technological Changes은 대기업을 닥달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진보진영에 아쉬운건, 어떤 문제에 대해 "왜"라는 물음을 던지지 않고, "책임자"를 찾아 "비난"만 하는 것이다. 어떤 현상이 발생했을때 중요한건 "왜 그런 일이 생겨났을까?" 라는 질문을 던짐으로써,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대기업의 노동소득 분배율이 다른나라에 비해 낮은 것을 봤다면 그 뒤에 해야하는건, "왜 우리나라 대기업은 노동소득 분배율이 낮을까?" 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경향신문>은 큰 수고를 우리나라의 기업별 노동소득 분배율 데이터를 구했다. 무려 7개의 관련기사를 작성해서 세 면을 꽉 채웠다. 하지만 "왜" 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 <경향신문>의 논리는 단순하다. 


"우리나라 대기업의 노동소득 분배율을 구해보니까 다른나라에 비해 낮네? → 대기업 이놈들 영업이익도 많으면서 근로자에게는 임금도 많이 안주네? → 영업이익을 임금으로 지불하면 몇십만명을 더 고용할 수 있을텐데 !!!"


7개 기사가 전부 이런식이다. 그저 "대기업을 비판하는 게 목적"인 기사들이다. "왜 우리나라 대기업은 노동소득 분배율이 낮을까?" 라는 질문은 던지지 않는다.




흥미롭게도 <경향t신문>이 기사를 발행한 날과 정확히 같은 날 !!! <New York Times>가 운영하는 경제블로그 <Economix>에 같은 주제를 논하는 글이 올라왔다. 경제학자 Jared Bernstein은 "Why Labor’s Share of Income Is Falling" 라는 제목으로 글을 썼다.


<경향신문>과 달리, <Economix>에서는 "왜"를 다룬다. 노동소득 분배율이 하락하는 "원인"을 이야기한다. Jared Bernstein은 다른 사람이 쓴 기사, 블로그 포스팅, 보고서 등을 인용하면서 "노동소득 분배율이 하락하는 원인"을 탐구한다.


① Robert Samuelson은 금융업의 발달로 인해 노동소득이 자본소득으로 이동했다고 주장하네?


② 그러나 Timothy Taylor의 주장을 살펴보면, 노동소득 분배율 하락은 전세계적인 현상인데? 자본집약적 Capital-Intensiveness 이지 않은 국가들도 노동소득 분배율이 하락하네? 그렇다면 금융업의 발전을 원인으로 단정할 수 없다.


③ 그러고보니 Lawrence Mishel의 보고서가 생각난다. Mishel의 보고서는 생산성 성장에 비해 임금의 인상 크기가 적다고 지적한다. Mishel은 그 이유로 임금노동자 간의 경제적 불균등 확대라고 말하는데..


④ 그러나 Mishel의 보고서에서 중요한건, 노동시장이 완전고용을 달성했던 1990년대 후반에는 노동소득 분배율 상승폭이 생산성 향상 크기를 따라갔다는 사실이다.


⑤ 그러니까 중요한건 "완전고용 달성" 아닐까? 현재 노동시장이 침체상태이기 때문에 노동소득 분배율이 하락하는 것이고?


⑥ 경기적 실업률 (현재 실업률-자연 실업률) 상승이 노동소득 분배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해보자. 데이터를 구해 시뮬레이션을 해보니, 경기적 실업률이 상승하면 노동소득 분배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


⑦ 그러니까 노동소득 분배율 회복에 중요한건 완전고용 달성 (자연 실업률 수준의 실업률) 이다!! 완전고용을 달성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다음에 글을 쓰겠다 !!




<경향신문>과 <Economix>의 차이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경향신문>은 "노동소득 분배율 하락" 이라는 주제를 단순히 대기업 비판 용도로 사용했다. "왜" 하락하는지에는 관심이 없다. 대기업을 비판하면 끝이다. 그러나 <Economix>는 "왜" 하락하는지를 탐구했다. 물론, Jared Bernstein의 가정과 결론이 틀렸을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건, "문제의 원인"을 연구했다는 그 자체이다.


지금보다 살기 좋은 세상을 꿈꾸는 진보진영. 다 좋다. 그런데 "문제의 원인"을 알아야 문제를 고치고 세상을 바꿀 것 아닌가. 어떤 사회경제적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것을 고치기 위해서는 "원인"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물론, 그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기란 어렵다. 그래도 원인을 찾으려고 노력이라도 해야한다.


"왜 가계소득은 계속해서 둔화될가?"

"왜 경제성장률은 높은데 삶은 힘들어지는 것일까?"

"왜 무역수지는 흑자인데 삶의 질은 하락하는 것일까?" 등등.


단순히 대기업을 비난하고 신자유주의 운운한다면 문제의 원인을 알지 못한다[각주:5].



  1. "'사상 최악' 노동소득 분배율, 한국은행 자료엔 없는 이유". <프레시안>. 2010.09.14 [본문으로]
  2. "언론사가 '주가지수 상승을 경제성장의 지표'로 나타내는 게 타당할까?". 2013.03.18 [본문으로]
  3. 물론, 포털 댓글의 수준이란게 애초에 낮긴 하지만. [본문으로]
  4. Paul Krugman. "Rise of Robots". 2012.12.08 [본문으로]
  5. "가계소득 둔화,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2013.01.15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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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성공은 스스로의 능력과 노력 덕분입니까? - <청담동 앨리스>와 The lucky-take-all society당신의 성공은 스스로의 능력과 노력 덕분입니까? - <청담동 앨리스>와 The lucky-take-all society

Posted at 2013. 7. 27. 04:31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타고난 운을 이어간거겠죠...


올해 초 SBS에서 방영됐던 드라마 <청담동 앨리스>에 등장했던 장면 하나. 


재벌총수 아버지를 떠난 뒤 유럽에서 무일푼으로 지냈던 차승조(박시후 분). 그는 자신이 그린 그림이 3만 유로에 팔린 이후 승승장구의 길을 걷고, 명품유통회사의 한국지사 회장이 되어 돌아온다. 차승조는 스스로의 "능력과 노력"이 자신의 성공을 만들었다고 굳게 믿고 있다.


보잘것 없는 집안에서 태어나 계약직 디자이너로 일하는 한세경(문근영 분). 한세경은 차승조의 성공이 "타고난 행운을 이어간 덕분" 이라고 지적한다. 


한세경 : 

승조씨는 사랑을 믿고 싶어하지만, 난 세상을 믿고 싶었다구요.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가난한건 절대 네가 잘못한 것이 아니야." 나한테 그렇게 말해주는 세상은 없었으니까요.


승조 : 

가난이 벼슬이야? 가난하면 사람 진심 갖고 이용해도돼? 

가난하고 사랑이 무슨 상관이야. 가난... 벼슬 아니야.

나도 똑같이 겪었어. 잘 곳 없고 먹을 것 없는 상황에서 견뎌냈어. 그리고 이 자리까지 왔어.

가난... 핑계 대지마. 


한세경 :

승조씨한텐 행운이 있었잖아요.


차승조 :

행운...?


한세경 :

그림이요. 그런 행운 아무한테나 오는 거 아니에요.


차승조 :

그게... 행운이었다고? 어떤 미친놈이 가치도 없는걸 3만 유로나 주고 사. 3만 유로의 가치를 봤으니깐 산거야.

어떻게 그걸 행운으로 매도하지? 아니... 그래 좋아. 설사 행운이라 해도 그 말도 안되는 상황에서 열심히 살았으니깐 그 대가로 세상이 준거야.


한세경 :

승조씨... 우리한텐 그런 세상은 없었어요.

열심히 노력하면 엄청난 일이 벌어지는 세상 같은건... 한 번도 살아본 적 없었다구요.


차승조 :

그럼, 내가 운좋게 얻어걸려서 운으로 여기까지 왔다는거야?


한세경 :

타고난 운을 이어간거겠죠...


차승조 :

타고나? 내가 혼자 힘으로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알잖아!


한세경 :

승조씬 행운을 믿을 수 있는 사람이니깐요. 근데 난 행운 같은거 쉽게 믿을 수 없는 사람이에요.


차승조 :

그런 루저들이 하는 소리 그만해!!!


한세경 :

!!! 그럼 승조씨도...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가난한건 자기 잘못이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노력해도 가난한건, 그냥 어리석어서 그런것이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발버둥쳐도 가난한건, 내가 내 인생을 잘못살았기 때문이라는 거네요...?


차승조 :

그러네.... 


<청담동 앨리스> 15회 中


차승조의 성공은 스스로의 "능력과 노력" 덕분일까? 아니면 "(타고난) 행운을 이어간" 덕분일까?




※  Rational Herding & Bandwagon Behavio



오른쪽 그래프를 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알 수 있다. 실업상태에 빠져있던 기간 Months of Unemployment 이 길었던 사람일수록 1차 서류심사에 통과할 확률 Call-back rates in US job application 이 낮다. 즉, 장기실업자는 재취업에 성공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노동시장 혹은 구직시장은 구직자 (노동공급자)와 인사담당자 (노동수요자) 간의 정보비대칭 information asymmetric 이 발생하는 공간이다. 인사담당자는 구직자의 능력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능력이 뛰어나고 생산성이 높은 구직자를 선발해야 하지만, 인사담당자가 수많은 구직자들 개개인의 능력과 생산성을 온전히 파악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인사담당자는 다른 인사담당자들의 행동을 참고하여 구직자를 선발한다. 쉽게 말해, "다른 많은 회사들이 오랜 기간동안 뽑지 않았던 구직자는 능력이 없을 것이다" 라고 추정하는 것이다. 단기실업자에 비해 장기실업자가 능력이 실제로 뒤떨어지는가는 중요치않다. 다른 인사담당자들이 오랫동안 뽑지 않았다는 그 사실이 중요할 뿐이다[각주:1][각주:2]  


경제학자 Abhijit Banerjee 는 인사담당자의 이같은 행동이 나타나는 Rational Herding Model을 고안했다. 이 모델 속에서 인사담당자는 구직자를 선택할 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보 their own information 보다 다른 사람의 행동 the actions of others 을 참고한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Bandwagon Effect[각주:3] 는 상황을 악화시킨다. 인사담당자가 "다른 인사담당자들의 행동을 참고"하여 구직자를 선발하기 때문에, 한 인사담당자들의 선택을 받은 구직자가 다른 인사담당자들의 선택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다르게 말하면, 노동시장 첫 진입에 실패한 구직자는 계속해서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장기실업 상태에 머물러 있을 가능성이 높다. 


어떤 이유로든 단지 노동시장 첫 진입에 실패했을 뿐인데,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장기실업 이라니.   


A TRULY informed diner would choose a restaurant based on the quality of the menu and the chef’s experience. The discerning investor would decide which company to back after studying the business plan and meeting the founders. In reality, people often copy the choices of others. Diners pick the crowded restaurant over the empty one. Investors go with the company that already has multiple backers.


Such bandwagon effects are not necessarily irrational. Often, the buyer knows less about a product than the seller; the collective wisdom of the crowd can correct for such “asymmetric information”. It can also be a way of coping with a surplus of choice: rather than study 100 models of music player, why not assume the market has already figured out the duds?


(...)


Although such bandwagon behaviour may be rational, it can also be deeply harmful. Two decades ago Abhijit Banerjee, now at the 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 devised a model of “rational herding” in which market participants base their decision on a combination of their own information and the actions of others. Over successive rounds of transactions, participants responded less to their own information and more to the herd.


That can lead to poor outcomes. Imagine a newly unemployed worker who narrowly misses out on the first job he applies for. That initial failure reduces his odds of landing the second job he applies for, and so on, until he ends up as one of the long-term unemployed. 


"Bandwagon behaviour". <The Economist>. 2013.07.20  




※ The lucky-take-all society


위에서 다룬 Rational Herding Model과 Bandwagon Effect는 깊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단지 어떠한 불운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실업자는 갈수록 재취업의 기회가 줄어들게 된다. 반대로, 운좋게도 경제가 호황이고 실업율이 낮을때 졸업한 구직자는 첫 직장을 구하기도 쉬울 것이다. 노동시장에 성공적으로 첫 진입한 구직자는 Rational Herding Model과 Bandwagon Effect가 일으킨 선순환 Virtuous Cycle 덕분에, 일생동안 풍족한 생활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10년 전, Lehman Brother와 J.P. Morgan을 사이에 놓고 진로를 고심하고 있는 한 구직자를 생각해보자. 이 구직자는 5년 뒤에 무슨 일이 발생할지 상상할 수 있었을까? (운에 기초한) 단지 한번의 결정으로 인해 그의 생애소득 자체가 변하게 될 것이다.

 

If their inference is correct, the implication is troubling: someone who ends up unemployed through bad luck, and for some idiosyncratic reason doesn’t quickly land a job, finds his chances of reemployment diminish until he’s part of the long-term unemployed.


The opposite almost certainly holds true, as well. Someone lucky enough to graduate when the economy is booming and unemployment is low will spend relatively little time searching for his first job, creating a virtuous cycle that leads to more time employed at higher wages throughout his life. Or imagine someone who ten years ago could choose between working for Lehman Brothers or J.P. Morgan; it would have been impossible to know that, five years later, one would be bankrupt and the other not, but that decision would have profound consequences for his lifetime earnings.


"The lucky-take-all society". <The Economist>. 2013.07.22



오바마행정부에서 경제자문위원회의장 the chairman of Barack Obama's Council of Economic Advisers을 맡은 Alan Krueger는 음악시장을 예로 들며 행운의 중요성설명한다. Alan Krueger는 사회학자 Matt Salganik과 Duncan Watt의 연구를 소개하는데, 그 내용은 간단하다. 


연구참가자들에게 음악 다운로드 순위를 보여준채 무료 다운로드 이용권을 부여한다. 이때, 750번째 참가자들까지는 진짜 다운로드 순위를 보여주고, 이후 참가들에게는 거꾸로 작성된 순위를 보여준다. 48위 곡이 1위 곡으로 제시되고, 47위 곡이 2위 곡으로 제시되는 식이다. 그 결과, 놀라운 현상이 벌어졌다.



다운로드 순위가 정확하게 제시됐더라면, 1위 곡은 500회 이상 · 48위 곡은 29회의 다운로드를 기록했을 것이다. 그런데 연구참가자들에게 단지 다운로드 순위를 거꾸로 제시했을 뿐인데 (실제) 48위 곡의 다운로드 횟수가 급격히 증가한 반면에, (실제) 1위 곡의 다운로드 횟수 증가세는 (다운로드 순위가 정확하게 제시됐을 경우에 비해) 완만한 모습을 띄었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능력뿐 아니라 (행운과 같은) 임의적인 요소 arbitrary factors 가 성공과 실패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당신의 밴드가 곡을 출시했는데, 같은 시점에 인기가 더 많은 다른 밴드가 곡을 출시한다고 생각해보자. 음원이용자에게 보여지는 다운로드 순위권에서 당신의 곡은 아래에 위치할 수도 있다. 음원이용자에게 제시될 다운로드 순위 그 자체로 인해, 당신 밴드의 노래 다운로드 횟수가 (크게) 달라질 것이다.


Both good and bad luck play a huge role in the rock ‘n roll industry. And the impact of luck is amplified in a superstar economy.


This was clearly demonstrated in a fascinating experiment conducted by the sociologists Matt Salganik and Duncan Watts.9 With the musicians’ permission, the researchers posted 48 songs in an online music library. Subjects were invited to log on to the library and sample the songs, with the opportunity to download the songs for free (slide 4). Participants could see the list of songs, ranked by the number of times each one had been downloaded up to that point. They could also see the exact download counts, so they were aware of the popularity of each song based on the collective opinions of other participants (slide 5). From there, the subjects could click on a song to play it, and then were given the option to download the song for free (slide 6).


For the first 750 participants, the researchers faithfully tallied and displayed the number of downloads. However, the subsequent 6,000 participants were randomly – and unknowingly – assigned to one of two alternative universes. In one universe, they continued to see the true download counts (slide 7).


For the other participants, the researchers deviously created an alternative universe where the download counts had been flipped, so that the 48th song was listed as the most popular song, the 47th song was listed as the number two song, and so on.10 After this one-time inversion in the ranking, the researchers let the download tallies grow on their own. They wanted to see if the cream would rise to the top, or if the boost in ranking that the worst song received would lead it to become popular.


Here’s what happened in the world where the download counts were presented accurately (slide8). By the end of the experiment, the top song (“She Said” by Parker Theory) had been downloaded over 500 times, while the least popular song (“Florence” by Post Break Tragedy) had been downloaded just 29 times – so the natural outcome of the experiment was that the most popular song was nearly 20 times more popular than the least popular song.    


Now let’s see what happened when the download counts were flipped, so that the new participants thought the least popular song was actually the most popular. As you can see, the download count for the least popular song grew much more quickly when it was artificially placed at the top of the list. And the download count for the most popular song grew much more slowly when it was artificially placed at the bottom of the list.


In the alternative world that began with the true rankings reversed, the least popular song did surprisingly well, and, in fact, held onto its artificially bestowed top ranking. The most popular song rose in the rankings, so fundamental quality did have some effect. But, overall – across all 48 songs – the final ranking from the experiment that began with the reversed popularity ordering bore absolutely no relationship to the final ranking from the experiment that began with the true ordering. This demonstrates that the belief that a song is popular has a profound effect on its popularity, even if it wasn’t truly popular to start with.


A more general lesson is that, in addition to talent, arbitrary factors can lead to success or failure, like whether another band happens to release a more popular song than your band at the same time. The difference between a Sugar Man, a Dylan and a Post Break Tragedy depends a lot more on luck than is commonly acknowledged. 


Alan Krueger. "Land of Hope and Dreams: Rock and Roll, Economics and Rebuilding the Middle Class". p 5-6. 2013.06.12



물론, 개인의 성공을 온전히 행운 덕분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앞서 언급한 연구결과들은 경제적 불균등을 해소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을 시사한다. 사회의 낙오자들에게 "다시 학교로 돌아가서 행운을 쟁취하렴!" 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Taken far enough, one could gloomily conclude that luck is the dominant determinant of labour market outcomes. This is surely an exaggeration. The rock song experiment found that the most popular song, even when falsely labeled least popular, clambered its way back up the popularity rankings once enough people had listened to it. And as has been well established, there is strong and growing correlation between education or skills on one hand and wages on the other. (Of course, luck and skill are not mutually exclusive). Moreover, the age old observation that successful people make their own luck applies; as “most popular” lists proliferate, so do efforts to game them, and counter-efforts to game the gamers, as Derek Thompson at the Atlantic describes here in the case of Yelp.


Nonetheless, this research opens a new and troubling dimension on  inequality. Unlike deficiencies of skill, it’s hard to tell society's  losers they should go back to school to become luckier. 


"The lucky-take-all society". <The Economist>. 2013.07.22




※ 차승조는 깨달았을까?


다시 드라마 <청담동 앨리스>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한세경의 충고를 들은 차승조는 "타고난 행운"이 자신의 성공에 큰 기여를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까? 차승조의 前 여자친구 서윤주(소이현 분)는 3만 유로를 주고 그림을 사준 사람은 바로 재벌회장인 "차승조의 아버지" 일 것이라고 말한다. 차승조 아버지는 말한다. "이런 애비 타고난 게 네 능력이야! 다 타고난 네 능력이라고!"


차승조 :

아버지라고???


서윤주 :

어. 나라면 아버지부터 의심했을거야.


차승조 :

왜???


서윤주 :

정말 한번도 생각 안해봤어?


차승조 :

아니 그러니까, 내가 왜 우리 아버지를 의심했어야 했냐고.


서윤주 :

재벌가 아들이니깐.

아버지가 너 밑바닥에서 그러고 살게 그냥 뒀겠어?


차승조 :

그래서 뒤를 봐줬다? 우리 아버지가 그럴 사람 같애? 상속포기각서 까지 쓰게한 사람이야.


서윤주 :

정말 한번도 생각 안해봤나보네. 뭐... 아닐수도 있어. 

근데, 그런 일 생기면 당연히 아버지부터 의심했어야 하는거 아니야?

하긴, 그게 너랑 나랑 다른 점이지. 너는 그런 일 아무 의심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고, 

나같은 사람들은 겁부터 나. 나한테 왜 이런일이 생기지 하고 말이야. 


<청담동 앨리스> 16회 中


차승조 :

이 그림.. 아버지가 사셨어요?


차승조 아버지 :

음... 그래. 얼마 전에 샀다. 보는 사람마다 그림 좋다 한마디씩..


차승조 :

2008 빠리 보자르, 익명으로 낙찰받은 사람이 아버지 였냐구요.


차승조 아버지 :

허허.. 그것도 알았냐... 왜 그러냐?


차승조 :

왜요...


차승조 아버지 :

응??


차승조 :

왜 그러셨어요. 왜 샀냐구요! 내 그림 왜 샀어요!

나 설계한거에요?


차승조 아버지 :

뭐해?


차승조 :

나 몰래 그림 사서 여기까지 오게끔 판 짠거냐구요.


차승조 아버지 :

누가 판을 짜. 네 놈 거지꼴로 사는거 못보겠어서 그림 하나 사준거야. 

대놓고 돈 줬으면 안 받았을거 아니야.


차승조 :

이게 그림 하나에요? 이 그림 때문에 여기까지 왔는데?

결국 나.. 아버지 때문에 여기까지 온거에요.


차승조 아버지 :

그게 왜 나때문이야. 내가 아르테미스에 꽂아줬어? 회장을 만들어줬어?

다 네 힘으로..


차승조 :

재밌으셨죠? 아버지한테 복수한다고 날뛰는거 보면서 재밌으셨냐구요


차승조 아버지 :

대체 뭐 때문에 이러는거야!


차승조 :

10년을 도망쳤어요! 로열그룹 후계자가 아니라 인간 차승조로 살고 싶어서!

아버지 없이 오로지 내 힘으로, 내 능력으로 살고 싶었다구요!


차승조 아버지 :

이런 애비 타고난 게 네 능력이야! 다 타고난 네 능력이라고!

남들은 못가져서 난리인데, 너는 가졌다고 이 난리냐!


차승조 :

타고난 행운... 결국 그거였네요. 

난 아무리 날고 기어도 아버지 없인.... 아무것도 못하는 놈이었어요.


<청담동 앨리스> 16회 中

 

  1. 이러한 결과를 도출해낸 Kory Kroft의 설명에 따르면, ① 단기실업자와 장기실업자의 배경, 교육수준, 지원일자리에 대한 경험은 유사하고 ② 단기실업자와 장기실업자들은 모두 구직을 위해 노력을 하였으며 ③ (뒤의 각주에 상세히 설명) 고용주가 '실업기간과 구직자의 기술수준 저하'를 동일시하지 않고 있다. 즉, Kory Kroft의 연구결과는 '다른 사람의 행동을 참고'하는 인사담당자의 선택이 (단기실업자에 비해 능력이 뒤떨어지지 않은) 장기실업자의 실업탈출을 어렵게 만든다는 것을 보여준다. 장기실업 그 자체는 일종의 self-fulfilling 현상 이라는 것이다. [본문으로]
  2. Cities with high unemployment 그래프를 보면 Cities with low unemployment에 비해, 단기실업자와 장기실업자 간의 1차 서류통과 확률차이가 그다지 크지 않다. 이는 대다수 구직자가 실업상태에 있을 때, 인사담당자가 '다른 인사담당자들의 행동을 참고' 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드러내준다. 그러나 구직자 대부분이 취업상태에 있을 때는 '다른 인사담당자들의 행동을 참고하여' 장기간 실업상태에 머물러 있는 소수 구직자들의 능력을 낮게 추정하기 때문에 장기실업자들을 선발하지 않는다. Cities with low unemployment 와 Cities with high unemployment 간의 이러한 차이는 "인사담당자가 실업기간과 구직자의 기술수준 저하를 동일시 하기 때문에, 장기실업자의 재취업율이 낮다" 라는 가정이 틀렸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가정이 옳다면, 경제가 호황이든 불황이든, 장기실업자의 재취업율이 단기실업자의 그것보다 확연히 낮아야 하기 때문이다. [본문으로]
  3. the probability of any individual adopting it increasing with the proportion who have already done so.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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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의 목표를 각각 경제성장률 / 실업률 / 고용률 로 지향하는 것의 차이정책의 목표를 각각 경제성장률 / 실업률 / 고용률 로 지향하는 것의 차이

Posted at 2013. 6. 7. 15:45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앞선 포스팅에서 "고용률 70% 로드맵 정책의 핵심은 "정책의 목표를 경제성장률이 아니라 고용률로 삼은 것" 이라고 말했다. 경제성장률은 성장우선 이고 고용률은 분배우선 이기 때문에 고용률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일까? 그런 의미가 아니다. 


또한, 정부는 "예전과 같은 고성장이 불가능하고 수출주도형 대기업으로부터의 낙수효과가 미발생" 했다는 점을 들어 "고용률 중심 정책"을 내놓았다. 그런데 경제성장률 중심 정책은 이러한 현실적 제약을 떠난 문제가 존재한다. 바로, 애초에 작은 개방경제 Small Open Economy를 가진 일국의 정부가 "인위적으로 높게 책정한 경제성장률"을 정책의 타겟으로 삼는 것 자체가 근본적인 문제이다.




● 경제성장률을 정책의 목표로 삼는 경우


① 경제성장률은 이미 정해져있다


지난 이명박정부의 대표적인 공약은 바로 "747 정책" 이었다. 경제성장률 7% 달성 · 소득 4만 달러 · 세계 경제 7대 강국 진입. 바로 여기서 "경제성장률 7%"를 목표로 삼은 것이 많은 화제가 됐었는데, 경제학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은 이것이 얼마나 어이없는 소리인지 잘 알 것이다.


한 국가가 1년동안 달성할 수 있는 경제성장률 범위는 애초에 정해져있다. 바로 "잠재성장률 Potential Growth Rate" 때문이다. 잠재성장률이란 '한 국가가 주어진 물적자본 physical capital · 인적자본 human capital · 조직자본 organizational capital 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했을 경우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이다. 쉽게 말해, 일종의 "제한된 능력 limited capacity" 이다. 


잠재성장률은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노동자수"와 "생산성"에 의해서 결정되는데, 노동시장에 참여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생산성이 증가할수록 잠재성장률이 올라가는 구조이다.


< 출처 : 서강대학교 경제학과 조장옥 교수, 거시경제학 수업자료 >


위에 첨부한 그래프는 경제 내의 장기 총생산 Long-run Aggregate Production 이 결정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1번 그래프는 노동시장 Labor Market 에서 노동공급자 (P*MRS=물가수준*한계대체율)와 노동수요자 (P*MPL=물가수준*한계노동생산)가 만나 균형노동량 를 달성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즉, 기업의 인력수요와 노동자의 구직의사가 만나 일정한 수의 노동자가 취직에 성공하는 모습을 뜻한다.


2번 그래프는 경제체제 내의 생산성 Productivity 정도를 나타내는 생산함수 Production Function 이다. 노동 · 자본 생산성이 증가할수록 생산함수  상향이동 하고, 1번 그래프의 노동시장에서 결정된 균형노동량 가 장기 총생산량 를 이끌어낸다. 이러한를 45도 직선 그래프에 대응하면, 4번 그래프 모양인 장기 총생산량 를 가진 장기 총공급 곡선 Long-run Aggregate Supply Curve 이 도출된다. 


이때, 장기 총생산량  완전고용 산출량 혹은 잠재성장률 상황에서 달성할 수 있는 장기적인 산출량을 의미한다. 다르게 말해, 잠재성장률이란 장기 총생산량 를 증가시킬 수 있는 정도를 뜻한다.

  

그렇기 때문에, 잠재성장률은 "단기적인 기간내에 변하지 않는다"한 국가의 인구규모는 제한되어 있고 생산함수를 상향이동 시키기 위해서는 인적자본 · 물적자본 · 조직자본에 대한 투자investment가 필요한데, 이는 단기간에 달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각주:1]


교육을 통해 노동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교육제도의 변화와 더불어, 새로운 교육의 영향을 받은 세대가 노동시장에 참여해야 하는데 이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기술개발에 따른 자본생산성 향상도 마찬가지이다. 새로운 기술이 탄생해 실제 현장에 적용되고 산업 전체를 변화시키는 것은 장기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더군다나, 경제개발 초기와는 달리 노동투입증가에 한계가 있고 획기적인 생산성 증가가 어려운 경제개발 성숙기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점차 하락하고 있다. 국내 주요 민간경제연구소에 따르면 1990년대 6% 중반에 달했던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최근 3%대 중후반까지 하락했다. 그런데 임기 내에 7% 경제성장률을 달성하겠다? 이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이다. 


그럼 연초에 각국 정부가 발표하는 경제성장률 목표는 무엇일까? 이것은 "이만큼의 잠재성장률을 달성하도록 노력하겠다" 라는 의미이다. 


물론, 단기적인 기간 내에 잠재성장률을 뛰어넘는 경제성장률을 달성할 수는 있다. 그러나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초과해 확장갭 Expansionary Gap 이 달성되는 경우 인플레이션이 발생해 경제에 악영향을 끼친다. 인위적으로 높은 수치의 경제성장률을 목표로 하고 이를 달성하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 아니다.


만약 이명박정부가 "우리는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위해 임기 내에 묵묵히 노력하겠다" 라고 발표하고 정책을 수행했으면 납득 가능하다. "묵묵히 노력한다" 라는 의미는 "장기적인 시간이 걸리더라도 노동 · 자본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교육제도의 변화 · 기술투자 · 제도변화를 위해 노력하겠다" 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명박정부는 그저 수치상 높은 경제성장률 달성을 위해 4대강 사업 등 무리한 일만 벌리고 물러났다.


② 작은 개방경제인 한국, 대외여건 변화에 취약


게다가 작은 개방경제 Small Open Economy를 가진 한국의 단기 경제성장률은 대외여건의 변화에 의해 좌우된다. 한국의 무역의존도는 GDP 대비 110%에 육박하는 반면, 내수시장 크기를 결정하는 민간소비는 GDP의 53%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가 높은 경제성장률을 한해의 목표로 정하더라도 미국 · 중국 · 유럽 등의 경제상황이 좋지 않으면 목표달성이 어렵다. 핵심은 작은 개방경제 국가가 처한 대외여건을 대통령 혹은 정부가 크게 좌지우지 할 수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정책의 목표를 단순히 인위적으로 높게 설정한 경제성장률로 정할 경우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고, 대통령과 정부는 5년 임기 내에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위한 노력 등을 등한시하게 된다.   




● 실업률을 정책의 목표로 삼는 경우

- 비경제활동 인구는 어떻게?

실업률의 문제는 "실업률의 측정 방식" 때문에 생긴다. 실업률은로 측정한다.


여기서 용어의 정의가 필요한데,


생산가능 인구 = 15세 이상인 자

경제활동 참가자 = 생산가능 인구 중 구직활동에 참여한 자

실업자 = 최근 4주간 구직활동에 참여했고, 일자리가 생기면 일을 할 수 있고, 현재 일자리가 없는 자


를 의미한다. 여기서 "경제활동 참가자"를 측정하는 것이 상당히 애매한데, 최근 4주간 구직활동에 참여하지 않은 "공무원시험 준비생 · 전업주부" 등은 비경제활동인구로 실업률 측정에서 빠지게 된다. 공무원시험 준비생 등을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실업자에서 제외할 수 있을까? 


즉, 애초에 경제활동참가율 자체가 낮다면 실업률을 유의미한 지표로 보기 어렵다현재 우리나라의 실업률은 3% 대로 OECD 최상위 수준이지만, 고용률은 60% 초반대로 OECD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 해준다. 따라서 정책의 목표를 실업률로 잡아버리면 어찌됐든 낮은 실업률을 달성할 수는 있지만, 실질적인 삶의 질 증가를 달성하기 어렵다. 


  • OECD의 실업률 데이터. OECD 주요국 가운데 밑에서 두번째에 위치한 Korea
  • 데이터 가공출처 : Google Public Data


  • OECD의 고용률 데이터. OECD 주요국 가운데 밑에서 일곱번째에 위치한 Korea
  • 데이터 가공출처 : Google Public Data



 고용률을 정책의 목표로 삼는 경우

- 적극적인 노동시장 참여를 촉진


이러한 문제를 가진 실업률을 대신하기 위해 쓰이는 것이 "고용률" 이다. 고용률은이기 때문에, 실업률과는 분모가 다르다. 경제활동 참가율에 영향을 받지 않고 순전히 "취업자수"에 영향을 받는 지표이다. 


따라서 정책의 방향도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정책의 목표를 실업률로 삼는 경우, 단지 "실업자수"를 줄이는 "소극적인 정책"이 나오게 된다. 그러나 고용률을 목표로 삼는 경우, "비경제활동 인구의 노동시장 참여를 독려하는 적극적인 고용정책"이 나오게된다즉, 경제활동에서 소외된 전업주부 등의 여성들이나 20대 청년 등의 고용촉진을 위해 노력한다.


고용노동부의 "고용률 70% 로드맵" 정책이 "여성 일자리" 문제나 "높은 대학진학률로 인한 20대 청년층의 늦은 노동시장 참여" 문제를 개선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출처 : 6.3 고용률70% 로드맵1 PDF 자료 4페이지 > 


그리고 비경제활동인구의 노동시장 참여를 이끌어내려면 제도 및 문화 개선이 필수적이다. 기업의 부당노동행위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법조항을 새로 만들거나 노동법 적용을 엄격히 해야 할 것이다. 또, 여성에게 불리한 가부장적인 기업문화를 고치기 위해 노력하거나 여성채용을 늘리는 기업에게 인센티브를 줄 수도 있다. "고용률 70% 로드맵"에 나온 것처럼 국가가 공공 보육 · 육아시설을 늘릴 수도 있다. 아니면 국가가 재정을 투입하여 복지서비스를 늘리고 이를 통해 일자리와 시장가치를 창출할 수도 있다. 


이러한 제도 및 문화 개선은 5년 임기의 대통령과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고, 균형노동량과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경제성장에 도움되는 일이다. 그리고 내수소비시장을 키워 대외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 


이것이 정책의 목표로 경제성장률을 지향하는 것과의 결정적인 차이점이다. 잠재성장률의 획기적인 증가는 5년 임기의 대통령과 정부가 달성할 수 없는 것이고 경제성장률 그 자체는 대외여건의 변화를 크게 받는데 반하여, 여성 · 청년 · 중장년층의 고용률을 늘리기 위한 제도 및 문화 개선과 재정투입은 5년 임기의 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고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위해 "묵묵히 노력"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고용률 중심의 경제정책을 펴면 GDP 증가는 따라오게 되어있다고용률 증가를 위해서는 여성의 일자리 참여나 내수서비스업 발전이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소득이 증가"해 "소비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바로 "소득 중심 성장 Wage-Led Growth", "수요 중시 Demand-Side 경제정책" 이다.




정책의 목표가 경제성장률이냐 고용률이냐가 던져주는 물음은 이것이다. 바로 "무엇을 위해 경제성장을 하는가" 이다. 


고용률 정책도 경제성장을 달성하기 위해 시행하는 것이다. 경제가 꾸준히 성장하지 않는다면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고 소득이 줄어들어 사람들의 삶의 질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경제성장은 필요하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경제성장은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수단일 뿐이다. 경제성장률에 초점을 맞추는 정책은 경제성장을 위한 경제성장일 뿐이다. 수치적으로 높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해도 사람들의 삶의 질 증가가 없다면 무의미할 뿐이다. 반면 고용률에 초점을 맞추는 정책은 실질적인 삶의 질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수단이 본래 목적을 압도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아무런 의미가 없다.



 

<같이 읽을거리>


고용률 70% 로드맵. 2013.06.06


정체된 기술의 혁신 - 저성장의 길을 걷게 될 세계경제. 2012.09.01


잠재성장률 하락 너무 빠르다…韓 성장동력 '비상'. <연합뉴스>. 2013.02.21


"무역 의존도 높은 한국, 0%대 성장시대 올수도". <한국경제>. 2012.11.14


경제활동 참가율 50%대로 추락 전망. <연합뉴스>. 2013.03.11


언론사가 '주가지수 상승을 경제성장의 지표'로 나타내는 게 타당할까?. 2013.03.18


복지서비스를 국가주도로 해야하는 이유. 2012.11.28


세금을 줄이고, 규제를 풀고, 법질서를 바로 세우면 경제가 살아날까?. 2012.12.11


  1. 경제개발에 착수하기 시작한 개발도상국이 높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경제개발 초기에 노동시장에 참여하는 사람이 급속도로 많아지기 때문에, 성장률이 높게 나온다. 그러다가 경제가 성숙해질수록, 노동자수 증가에 한계limit가 있기 때문에 경제성장률이 둔화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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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률 70% 로드맵고용률 70% 로드맵

Posted at 2013. 6. 6. 22:30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6월 4일(화). 고용노동부가 "고용률 70% 로드맵" 이라는 정책을 발표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고용노동부는 60% 초반에 머물러 있는 고용률을 박근혜정부 임기 내에 70% 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정책의 목표라고 밝혔는데, 언론들은 "시간제 일자리 확대" 라는 점에만 주목하여 보도를 하였다. "고용률 70% 로드맵"은 단순히 시간제 일자리를 확대해서 고용률을 올린다는 정책일까?




"고용률 70% 로드맵" 에서 주목해야 하는 건, 박근혜정부가 국정 중심을 "경제성장률"이 아닌 "고용률"로 삼았다는 점이다. 


<출처 : 6.3 고용률70%로드맵(FN) PDF 자료 12 페이지 > 



이전 정부들에서는 "고용률"을 정책의 목표로 명시적으로 다루지 않았고, 막연한 "일자리 창출 구호"나 "7% 경제성장률 달성" 같은 허무맹랑한 목표만 내세웠었다. 이는 대기업 중심 성장과 낙수효과 발생을 전제로 한 것인데, 고용노동부가 지적한대로 


"성장률이 하락하고 있고, 성장해도 일자리가 이전만큼 늘지 않는 구조

"기업 성과가 국내 고용창출로 이어지지 않고, 중소기업과의 임금 및 노동생산성 격차도 지속 확대


되는 상황 속에서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았다.  


<출처 : 6.3 고용률70%로드맵(FN) PDF 자료 8 페이지 >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고용노동부는 "수출 · 제조업 중심의 경제구조" 에서 "내수 · 서비스업 ·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로 변화시키는 것 또한 "고용률 70% 로드맵"의 목표임을 드러내고 있다. 


< 출처 : 6.3 고용률70% 로드맵1 PDF 자료 2페이지 > 



이를 달성하기 위해 중점적으로 다루는 것은 "여성 일자리"와 "일 · 가정 양립을 위한 근로시간 단축"이다. 

즉, 고용률 70% 로드맵은 단순히 시간제 일자리 증가가 아니라, "여성 일자리" 개선을 위한 정책이다. 




노동시장에서 대한민국 여성들의 일반적인 생애경로는 


"20대 초중반 취업 → 결혼적령기인 28세 이후 퇴사 → 30대는 가정에서 육아에 전념 → 40대, 50대에 자식들의 사교육비나 생활비를 벌기 위해 노동시장 진입 → 대부분 마트, 음식점 등의 저임금 일자리"


내가 근무하는 노인복지관에 여성 사회복지사가 많아서 이를 쉽게 관찰할 수 있는데, 사촌형수님의 예와 함께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1. 연세대 영문학과를 졸업한 뒤 통역 프리랜서를 하는 사촌형수님


: 사촌형수님은 명문대를 졸업하고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덕분에 "진짜 프리랜서"로 통역일을 하고 있는데... 피해갈 수 없는 건 바로 "육아 문제" 아이를 출산한 뒤 육아에 전념하느라 일을 잠시 쉬게 되었다. 대부분의 여성은 이 단계에서 노동시장에서 이탈하고 마는데, 사촌형수님은 전문성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경력단절" 없이 계속해서 일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애초에 "통역 프리랜서"라는 직업 대신에 일반 대기업에 취직했다면 어땠을까? 그래도 노동시장에 쉽게 재진입 할 수 있었을까? (대기업에 취직한) 대부분의 고학력 여성들도 출산과 육아를 거치면서 노동시장에서 이탈하고 만다.


([왜 지금 ‘여성 일자리’인가]유리벽·유리천장… 대리급 여성 76% “여성 직속 상사 없어요”. <경향신문>. 2013.05.10

[왜 지금 ‘여성 일자리’인가]기업 간부급 독신녀들 “결혼했다면 이 정도 위치까지 못 왔다”. <경향신문>. 2013.05.10

[왜 지금 ‘여성 일자리’인가]20대에 질 좋은 일자리, 30대에 경력단절 최소화, 40대에 저임 해소. <경향신문>. 2013.05.10)


2. 노인복지관 사회복지사


: 우리 복지관의 여성 사회복지사들은 대부분 26살-28살에 결혼을 하는데, 결혼 후 몇개월간 더 일하다가 퇴사하는 비율이 상당히 높다. 바로 "출산과 육아 문제" 때문. 간호사 같은 일종의 전문직은 출산 후에 노동시장에 재진입 하기가 비교적 쉽다. 


그러나 (비교적 전문성이 없는) 사회복지사는 그렇지 않다. 사회복지사들의 일자리는 한정되어 있고, 각 대학의 사회복지학과를 통해 젊은 사회복지사들이 꾸준히 공급된다. 게다가 애시당초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의 임금이 높지 않다보니, 출산 후 노동시장 재진입에 대한 유인이 적다.




육아비용을 벌기 위해 맞벌이를 하면 안될까? 그럼 맞벌이를 하는 동안 어린이집 등의 육아비용은 누가 대줄까? 결국 월급에서 나가는 거다. 외벌이를 하나 맞벌이를 하나 결과적으로 똑같은 경우가 생기게 된다.


어린이집 원장이 “그때까지 남아 있는 애가 없다”며 “오후 5시 전에 애를 찾아가야 한다”고 했다. 친정부모와 시부모도 맞벌이라서 도움을 못 받는 상황이다. 어쩔 수 없이 보모를 고용했다. 보모가 오후 4시 전후에 아이를 데려와서 오후 7시 반 최씨가 퇴근할 때까지 돌본다. 서너 시간 돌봄 비용으로 월 70만~80만원이 나간다. 최씨는 “국가 보조금은 의미가 없다. 이것저것 따지면 직장생활하는 게 손해인 것 같다”고 말했다.


맞벌이, 오후 3~6시가 두렵다. <중앙일보>. 2013.05.29


시어머니나 친정어머니가 대신 돌봐준다? 그건 서로 가까이 살때만 가능한 경우. 그리고 시어머니나 친정어머니에게 용돈을 주지 않고 그냥 아이를 맡길 수 있을까?


공공기관 직원 이영미(37·여·서울 서대문구)씨와 아이 둘의 하루 일정이다. 시어머니가 없으면 이씨가 직장생활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린이집이 일찍 애를 받아주지 않고, 늦게까지 제대로 돌봐주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침과 오후는 시어머니에게 신세를 진다. 


시어머니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아이 둘이 귀가한 후에는 미술학원에서 1시간을 보내도록 한다. 시어머니께 미안해서 야근할 때는 친정어머니의 신세를 진다. 시어머니께 수고비 조로 월 70만원, 두 아이의 학원비로 30만원이 든다. 매월 100만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돈도 돈이지만 이씨도, 시어머니도, 아이들도 모두 힘들다.


"옷 다 입고 혼자 남아있는 딸 보면 죄인된 느낌". <중앙일보>. 2013.05.29


결국 "육아문제"로 인해 30대 여성들의 "경력단절"이 생기고 만다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살펴보면, 30대 들어 급격히 하락했다가 40대에 회복하는 M자형의 모습이 나온다.


<출처 : 정부가 발표한 '고용률 70% 로드맵'. <조선일보>. 2013.06.05 >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고용률 70% 로드맵"은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이다.

이 정책은 "고용률 증가를 위해서는 여성들의 경력단절을 최소화 해야 한다" 라는 문제의식에서 만들어졌다.


정책의 디테일을 살펴보면


① (여성노동자 친화적인)[각주:1] "교육/의료/사회 서비스업 일자리 증가" + 서비스업의 고부가가치화 → 보건의료 · 사회서비스 일자리 각각 25만개 창출[각주:2]


"일 · 가정 양립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장시간 근로시간 해소" →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창출


보육문제 해결을 위한 육아휴직 제도 및 공공/직장 보육서비스 개선 &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 지원 → 여성들의 "경력단절 해소"


라고 나온다. 


여기서 "시간제 일자리"를 두고 "비정규직 증가 아니냐" 라는 말이 나오는데, (정책이 현실화 되었을 때 의도와는 달리 어떻게 왜곡되느냐가 문제이긴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시간제 일자리란 단기 계약직이 아니다. 정년, 보험혜택 등이 정규직과 똑같지만, '일하는 시간'만 적은 일자리이다" 라고 말하고 있다.


결국, 시간제 일자리 증가의 핵심은 "보육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30대 여성들의 경력단절 방지" 이다. 고용노동부는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을 중심으로 고용률이 크게 증가" 하는 것이 정책의 목표라고 밝히고 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고용률 70% 로드맵 정책의 핵심은 "여성 일자리"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청년층의 경제활동 참가율 증가나 은퇴세대의 정년연장/재취업 등도 다루고 있긴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주로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가율 증가"에 중점을 두고 있다.


물론, 이러한 정책이 여성 일자리 문제를 모두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다.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에 대한 낮은 인식

가부장적 문화

낮은 서비스업의 임금

특정 학과에 편중된 여성들의 대학 진학

내수시장 성장을 가로막는 부동산


등등 여러 장벽이 많다.


그러나 이전 정부들과는 달리, 박근혜정부가 국정운영의 중심을 "고용률 증가"과 "내수 서비스업 성장"와 맞추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 그리고 이를 위해 "여성 일자리의 적극적인 개선"을 노력하는 것.


정책이 현실에 적용됐을 때, 어떤 모양으로 왜곡되느냐가 문제이긴 하지만.... 

고용률 70% 정책을 단순히 "비정규직 증가"로 바라보는 건 논의의 핵심을 가린다는 생각이 든다.


  1. "여성들은 사회 서비스업에만 복무해야 하는가?" 라는 지적도 나올 수 있음. 고용노동부의 정책을 보면 "여성들에 대한 적극적인 우대조치"도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고, 여성들에게 "유리천장"으로 작용하는 기업문화도 바뀌어야 할 필요가 있음. 그런데 이것은 근본적이면서 장기적인 과제. [본문으로]
  2. 국가주도의 사회서비스업이 어떻게 시장가치를 창출하느냐에 대해서 작년에 쓴 포스팅. "복지서비스를 국가주도로 해야하는 이유" http://joohyeon.com/121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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