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배정책은 성장을 가로막는가?분배정책은 성장을 가로막는가?

Posted at 2014. 2. 28. 23:42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지난 포스팅 ''성장이냐 분배냐'는 무의미한 논쟁'을 통해서, "성장이냐 분배냐의 논쟁 자체가 무의미하다" 라는 말을 했다. 그 글에서는 "경제성장은 거의 모든 경제문제를 해결해준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성장하느냐 이다." 라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성장을 터부시하는 일부 정치세력을 비판적으로 다루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성장과 분배에 대한 초점을 반대로하여, "분배정책은 경제성장을 가로막지 않는다. 오히려 경제적 불균등이 증가할수록 경제성장은 지속불가능하다." 라는 주장을 다룰 것이다. 다시말해, 분배는 경제성장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성장과 분배를 이분법으로 나누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각주:1]




※ 분배정책은 경제성장을 가로막지 않는다


보통 사람들은 "분배정책은 효율성을 훼손시켜 경제성장을 가로막는다" 라고 생각한다. 완전히 틀린 생각은 아니다. 어느정도의 경제적 불균등(Economic Inequality)은 "OO처럼 나도 더 나은 삶을 누리기 위해 열심히 일을 해야겠다" 라는 유인(incentives)을 경제주체에게 제공함으로써 사회의 발전을 이끈다. 인류는 "모두가 경제적으로 평등한 사회" 라는 이상이 실제로는 어떻게 구현되었는지를 이미 경험했다.


그러나 그렇다고해서 분배정책을 실시하지 않고 경제적 불균등을 그냥 방치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IMF 소속의 Jonathan Ostry, Andrew Berg, Charalambos Tsangarides는 <Redistribution, Inequality, and Growth>(2014.02) 보고서를 통해, "'경제적 불균등 그 자체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분배정책이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라는 결론을 성급히 내려서는 안된다. 균등을 추구하는 정부개입도 경제성장을 도울 수 있다.[각주:2]" 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재분배정책이 親성장적인지 反성장적인지는 실증적 연구대상(an empirical question)이다.[각주:3]" 라고 말한다.


Ostry 등은 보고서에서 경제적 불균등을 ① Market Inequality 와 ② Net Inequality 로 구분한다. 


  • Market Inequality - 정부의 분배정책 이전에 측정된 지니계수  
  • Net Inequality - 정부의 분배정책(세금징수, 이전지출 등등) 이후에 측정된 지니계수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정부의 분배정책 이후에 측정된 Net Inequality 이다. Ostry 등은 세계 여러국가의 데이터를 이용한 실증분석 결과를 통해, "Net Inequality가 낮은 국가일수록 더욱 더 빠르고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경험했다. 분배정책은 경제성장을 가로막지 않는다.[각주:4]" 라고 주장한다.




※ 경제적 불균등과 경제성장의 관계


그렇다면 경제적 불균등 그 자체는 어떤 경로를 통해 경제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아래에 첨부된 그래픽을 통해 경제적 불균등, 분배정책이 경제성장에 미치는 상관관계를 파악할 수 있다.           



< 출처 : Ostry, Berg, Tsangarides. 2014. 'Redistribution, Inequality, and Growth'. 9 >


  • A 경로 : Market Inequality가 큰 국가일수록 더욱 더 많은 분배정책을 시행하는 경향이 있다.[각주:5]
  • C 경로 : 재분배정책은 Net Inequality를 감소시킴으로써, 경제성장에 간접적인 영향(indirect effect)을 미친다.
  • D 경로 : 게다가 재분배정책은 경제주체의 유인(incentives)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경제성장에 직접적인 영향(direct effect)을 미친다.
  • E 경로 :  Net Inequality 증가는 인적자본 축적과 정치적 불안정성 경로를 통해 경제성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즉, 재분배정책은 유인왜곡을 통해 경제성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수도 있고, Net Inequality의 경로를 통해 경제성장에 간접적인 영향을 끼칠수도 있다. 그리고 Net Inequality 그 자체는 경제성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Net Inequality가 경제성장에 끼치는 영향' 이다. '경제적 불균등 증가는 경제의 불안정성을 키운다' 에서도 다루었듯이, 경제적 불균등 증가는 여러경로를 통해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경제적 불균등 증가는 정치에 대한 접근 기회에 있어 계층별 차이를 가지고 온다

- 2001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Joseph Stiglitz는 저서 『The Price of Inequality』(2012)를 통해 "경제적 불균등은 정치에 대한 접근 기회에서도 차이를 가져오는데, 고소득층은 로비를 통해 정부가 커지는 것을 막는다. 경제적 불균등이 정치적 불균등·경제의 불안정성을 가져오고, 이것이 경제적 불균등을 더 확대시킨 것이다." 라고 주장한다[각주:6].  

경제학자 Daron Acemoglu 또한 "민주주의 정치제도 하에서 경제적 불균등 현상이 심화된다면 국민들은 재분배정책을 지지하는 정치세력에게 투표를 할 것이다. 따라서 '민주주의 정부는 재분배정책을 실시함으로써 경제적 불균등을 완화시킬 수 있다' 라고 많은 사람들은 생각한다. 그러나 민주주의, 재분배정책, 경제적 불균등 간의 관계는 복잡할 뿐더러, 경제적 불균등에 민주주의가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상위계층은 정치적 힘을 가지고 있고, 중산층 또한 하위계층이 아니라 자신들을 위한 정책을 지지한다." 라고 지적[각주:7]한다.    


신용대출 확대로 경제적 불균등 현상을 해결하려는 정치권

- 경제적 불균등이 계층별 정치적 접근에 있어 차이를 가지고 오는 가운데, 정부는 세금징수 등의 재분배 정책을 제대로 실시할 수 있을까? 불가능 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선택한 방법은 신용대출 확대 였다.

現 인도중앙은행 총재 Raghuram Rajan『폴트라인』(2011)을 통해, "국민의 소득 불평등이 점점 격화됨에도 의회 내부 의견이 점점 더 양극화되고, 그 결과 조세 제도 개혁 및 소득 재분배에 대한 제대로 된 정책을 도입할 수 없게 되었다. 그리하여 정치인들은 유권자의 생활수준을 개선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정치인들에게 1980년대 초 이래로 가장 매력적으로 보인 대안은 대출 규정 완화였다." 라고 말한다.  

실제로 IMF 소속인 Michael KumhofRomain Rancière의 연구 <Inequality, Leverage and Crises>(2010)을 살펴보면, '정부의 신용대출 확대정책이 하위계층의 부채비율을 증가시켜 2008 금융위기를 불러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각주:8]


교육기회의 차이를 가져오는 경제적 불균등. 인적자본 축적을 방해하다

- (이 글을 통해 소개하는 보고서를 쓴) Jonathan OstryAndrew Berg는 2011년에 쓴 <Inequality and Unsustainable Growth: Two Sides of the Same Coin?>을 통해서, "가난한 계층은 교육을 받기위해 필요한 돈을 가지고 있지 않다. 소득이 더욱 더 균등하게 배분된다면 (하위계층의 교육수준이 높아지기 때문에)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가 증가하게 되고, 그 결과 경제가 성장할 것이다." 라고 말한다. 


다시말해, 경제적 불균등 증가는 이러한 경로들을 통해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 경제적 불균등, 분배정책이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실증적 연구결과


Ostry, Berg, Tsangarides는 2011년 보고서에서 나아가서, <Redistribution, Inequality, and Growth>(2014.02)에서 경제적 불균등과 분배정책이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세계 각국의 데이터를 참고한 실증적 연구결과를 제시한다. 


< 출처 : Ostry, Berg, Tsangarides. 2014. 'Redistribution, Inequality, and Growth'. 16 >


  • 좌측 Figure 4 - 윗쪽 그래프는 Net Inequality와 향후 10년간 경제성장률의 상관관계 · 아래쪽 그래프는 분배정책과 향후 10년간 경제성장률의 상관관계
  • 우측 Figure 5 - 윗쪽 그래프는 Net Inequality와 경제성장 지속성의 상관관계 · 아래쪽 그래프는 분배정책과 경제성장 지속성의 상관관계  


좌측 Figure 4를 살펴보면 Net Inequality가 증가할수록 향후 10년간 경제성장률은 하락하는 모습, 다시말해 Net Inequality와 향후 10년간 경제성장률은 음(-)의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분배정책과 향후 10년간 경제성장률은 약한 상관관계가 보일 뿐더러, 약간의 양(+)의 상관관계가 나타남을 확인할 수 있다[각주:9]


보고서의 저자인 Ostry 등은 "이러한 연구결과는 '분배정책을 통한 경제적 불균등 감소는 (효율성과 경제주체의 유인에 영향을 미쳐) 경제성장을 하락시키는 상쇄효과(trade-off)를 불러온다' 라는 일반의 관념과 일치하지 않는다[각주:10]." 라고 말한다. 게다가 분배정책이 경제적 불균등을 감소시켜 경제성장에 간접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전체적으로 분배정책은 親성장적(pro-growth)이다[각주:11]



< 출처 : Ostry, Berg, Tsangarides. 2014. 'Redistribution, Inequality, and Growth'. 18 >


이번에는 그래프 대신 Ostry 등이 세계 각국의 데이터를 이용해 분석한 통계표를 살펴보자. 좌측열에 제시된 Net Inequality, Redistribution 등이 독립변수이고 1인당 GDP 성장률(growth rate of per capita GDP)이 종속변수이다. 


첨부한 통계표를 보면 Net Inequality 라는 변수가 1인당 GDP 성장률에 대해 음(-)의 값을 가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게다가 Net Inequality라는 변수가 경제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은 99% 신뢰수준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하다(*** 표시)


반면 분배정책 변수가 경제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은 90%, 95%, 99% 신뢰수준에서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다고 나온다(*, **, *** 표시 없음)[각주:12]. 이러한 결과는 "분배정책은 효율성을 훼손시켜 경제성장을 가로막는다" 라고 사람들 사이에 널리퍼진 관념을 반박하는 것이다. 분배정책은 경제성장에 직접적인 영향(direct effect)[각주:13]을 끼치는 변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위에서 다루었던 '분배정책이 유인왜곡을 통해 경제성장에 직접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로(D경로)'는 통계적으로 의미가 없을 뿐더러, Net Inequality 증가는 경제성장률에 대해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분배정책은 Net Inequality 감소를 통해서 경제성장에 대해 간접적인 영향(indirect effect)을 끼치고, 그 결과를 종합하면 분배정책과 경제성장은 양(+)의 상관관계를 가진다. 


Jonathan OstryAndrew Berg, Charalambos Tsangarides의 <Redistribution, Inequality, and Growth>(2014.02) 보고서의 결론은


  • 분배정책은 경제성장에 해롭지 않다.
  • 경제적 불균등 증가는 경제성장에 해롭다.
  • 분배정책이 경제적 불균등을 감소시킨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분배정책은 親성장적(pro-growth) 이다[각주:14].    



※ '성장이냐 분배냐'는 무의미한 질문

다시 반복하지만 성장과 분배는 동떨어진 개념이 아니다. 경제성장은 사회후생의 대폭적인 증가를 가져오고, 분배정책은 경제성장을 이끈다. 성장과 분배를 이분법으로 구분하기 시작하면, 어떤 정치세력은 성장을 터부시하고 다른 정치세력은 분배정책을 폄하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보고서 저자인 Jonathan Ostry, Andrew Berg, Charalambos Tsangarides도 필자의 주장과 마찬가지로 "경제성장에만 초점을 맞추고 경제적 불균등 현상을 방치하는 것은 실수이다. 경제적 불균등이 윤리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경제적 불균등 현상을 방치한다면) 경제성장이 낮을 뿐더러 지속불가능 하기때문이다.[각주:15]" 라고 말한다. 



<참고자료>


경제적 불균등 증가는 경제의 불안정성을 키운다. 2012.10.28


'성장이냐 분배냐'는 무의미한 논쟁. 2014.01.28


Jonathan Ostry, Andrew Berg, Charalambos Tsangarides. 2014. 
<Redistribution, Inequality, and Growth>. IMF Staff Discussion Note

Jonathan Ostry, Andrew Berg. 2011. <Inequality and Unsustainable Growth: Two Sides of the Same Coin?>. IMF Staff Discussion Note

Daron Acemoglu, Suresh Naidu, Pascual Restrepo, James A Robinson. 2014. <Can democracy help with inequality?>. VOX

Joseph Stiglitz. 2012. 『The Price of Inequality』

M. Kumhof, R. Ranciere. 2010. <Inequality, Leverage and Crises>. IMF working paper. 

라구람 라잔. 2011. 『폴트라인』



  1. 저번 포스팅 댓글을 통해 어떤 분이 "학계에서 충분한 검증과 동의를 얻지 않은 이상 이걸 패러다임으로 섣불리 취급하면 무리가 옵니다." 라고 지적해주셨는데 이에 공감한다. 따라서 이번 포스팅의 주제 "분배정책은 성장을 가로막지 않는다"는 경제학계의 패러다임 이라기 보다는 "이런 연구결과도 있다." 라는 측면에서 받아들이면 될 것이다. [본문으로]
  2. "we should not jump to the conclusion that the treatment for inequality may be worse for growth than the disease itself. Equality-enhancing interventions could actually help growth." (4) PDF 파일기준 [본문으로]
  3. "it would appear to be an empirical question whether redistribution in practice is pro- or anti-growth." (5) [본문으로]
  4. "lower net inequality seems to drive faster and more durable growth for a given level of redistribution. (...) redistribution appears generally benign in its impact on growth; only in extreme cases is there some evidence that it may have direct negative effects on growth." (6-7) [본문으로]
  5. "more unequal societies tend to redistribute more." (6) 이것은 Market Inequality와 Net Inequality를 구분하기 위해 필요한 중요한 정보이다. [본문으로]
  6. 자세한 내용은 '경제적 불균등 증가는 경제의 불안정성을 키운다' http://joohyeon.com/116 참고. [본문으로]
  7. Daron Acemoglu 등. 2014. 'Can democracy help with inequality?' http://www.voxeu.org/article/can-democracy-help-inequality [본문으로]
  8. 자세한 내용은 '경제적 불균등 증가는 경제의 불안정성을 키운다' http://joohyeon.com/116 참고. [본문으로]
  9. "We can observe in Figure 4 that there is a strong negative relation between the level of net inequality and growth in income per capita over the subsequent period (top panel), and there is a weak (if anything, positive) relationship between redistribution and subsequent growth (bottom panel)." (16) [본문으로]
  10. "These results are inconsistent with the notion that there is on average a major trade-off between a reduction of inequality through redistribution and growth." (17) [본문으로]
  11. "This implies that, rather than a trade-off, the average result across the sample is a win-win situation, in which redistribution has an overall pro-growth effect, counting both potential negative direct effects and positive effects of the resulting lower inequality." (17) [본문으로]
  12. "Our basic specification is a stripped-down standard model in which growth depends on initial income, net inequality, and redistribution (column 1 of Table 3). We find that higher inequality seems to lower growth. Redistribution, in contrast, has a tiny and statistically insignificant (slightly negative) effect." (17) [본문으로]
  13. 앞서 다루었던 D경로가 의미가 없다 라는 것이다. 분배정책은 D경로를 통해 경제성장을 훼손시킨다 라는 것이 일반의 관념이었다. [본문으로]
  14. "In sum, then, inequality remains harmful for growth, even when controlling for redistribution. And we find no evidence that redistribution is harmful. The data tend to reject the Okun assumption that there is in general a trade-off between redistribution and growth. On the contrary, on average—because with these regressions we are looking only at what happens on average in the sample—redistribution is overall pro-growth, taking into account its effects on inequality." (21) [본문으로]
  15. "It would still be a mistake to focus on growth and let inequality take care of itself, not only because inequality may be ethically undesirable but also because the resulting growth may be low and unsustainable." (25)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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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이냐 분배냐'는 무의미한 논쟁'성장이냐 분배냐'는 무의미한 논쟁

Posted at 2014. 1. 28. 10:09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경제와 관련된 첨예한 논쟁 중 하나가 바로 "성장이냐 분배냐" 이다. 보수성향 사람들은 성장을 중시하고, 진보성향 사람들은 분배를 중시한다. 이러한 의견이 극단적으로 대립한다면, "분배주의자는 북한이나 가라 / 자본주의적 경제성장은 착취이다. 탈성장을 도모해야 한다" 라는 과격한 발언이 나오게된다. 


성장과 분배를 둘러싸고 보수진영과 진보진영 사이에서만 갈등이 발생할까? 진보진영 내부에서도 이를 둘러싼 대립이 많다. 특히나 노무현정부 시절, 경제정책을 둘러싸고 Liberal 성향의 인사들과 Progressive 성향의 인사들 간의 충돌이 빈번했다.   


김대중정부 시절 재정경제부 장관을 역임했던 강봉균은


강 전 장관은 22일 문화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노무현 정부 중간쯤부터 선거에서 계속 졌다”며 “민주당 일부 강경 세력들이 이념논쟁, 진영논리에 빠져 당내에서 변화라는 것을 찾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강경파들의 입지 확보를 위한 장외투쟁 같은 것에 반대를 했지만, 민주당을 변화시키지 못했다”며 “민주당을 변화시키는 데 결국 실패한 것”이라고 반성했다.


강 전 장관은 민주당의 실패 원인으로 국민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경제임에도 이를 정치의 핵심으로 만들지 못한 것을 꼽았다. 


강 전 장관은 “경제전문가로서, 국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부터 풀어나가고 상대 당과도 해결이 가능한 것은 해결하려고 했다”면서 “하지만 (강경파들은) 상대 당이면 무조건 안된다는 식이었고, 경제와 타협을 강조하면 ‘왜 여기 있느냐. 차라리 한나라당으로 가라’고 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금 와서 생각을 해도 민주당이 스스로 변할 수 있겠느냐에 대해 회의적”이라며 “민주당이 뭐 그렇게 달라지겠느냐는 생각들을 많이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봉균 “민주, 강경파 진영논리로 망가져”. <문화일보>. 2014.01.22


라고 말하면서 강경파(대개 시민단체/활동가 출신들로 유추된다)들이 경제정책에서 보여줬던 이념논쟁, 진영논리를 비판한다.


노무현정부 시절 청와대 정책실장을 역임한 변양균 또한 성장을 폄하하는 목소리를 비판한다.


"그분(문재인 국회의원)만큼 정직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작년 대선 때 문제가 있었어요. 저는 당시 건강이 안 좋아 사이드에서 조언만 했는데, 이정우 교수(문재인 캠프 좌장)와 다툰 적이 있어요. 제가 내놓은 정책을 전해들었는지 '후보의 정체성을 훼손한다'며 발끈하더군요. 선거가 뭡니까. 51대49 아닌가요? 문재인이 학잡니까? 정체성 운운하게?" (...)


"1998년부터 우리나라는 성장만 가지곤 살아갈 수 없는 수준의 국가가 됐습니다. 그렇다고 장에 반대하는 것은 바보들이죠. 1000년, 2000년 된 나무도 성장을 해야 살 수 있습니다. 사람도 성장을 멈추면 죽음을 향해 가잖아요. 성장은 국가에 필요조건입니다. 충분조건은 아니지만요."


변양균. '불륜 스캔들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변양균 前 청와대 정책실장'. <조선일보>. 2014.01.11




경제학을 공부한 사람들은 "성장이냐 분배냐의 논쟁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왜일까? 경제학을 공부한 사람들이 자주 하는 말 중 하나가 바로 "경제성장은 거의 모든 경제문제를 해결해준다" 이다. 경제가 성장하면 일자리도 늘어나고 임금도 상승한다. 근로자들의 후생이 증가하게 된다. 또한 경제가 성장하면 정부의 세입기반도 확충되고 정부지출의 여력도 증가한다. 이를 통해 사회안전망을 갖출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장은 거의 모든 경제문제를 해결해준다" 라는 명제 자체에 납득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조선시대, 1950년대의 한국 그리고 2014년 현재의 한국을 비교해보자. 2014년 한국인들은 '경제성장의 과실'을 누리고 있다. 절대적인 생활수준 자체가 크게 개선되었다. 장기적인 경제성장은 경제주체가 누리는 후생 그 자체를 대폭 상승시켜준다. 


경제학자 David Romer는 


"장기 성장이 후생에 끼치는 영향은 거시경제학이 전통적으로 초점을 맞추어 온 단기적 경기변동의 모든 가능한 효과를 삼켜 버린다" 


Howard R. Vane, Brian Snowdon. 2009. 『현대거시경제학-기원, 전개 그리고 현재』. 51쪽에서 재인용  


라고 말한다.


1995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Robert Lucas 또한 


"이런 문제(장기적인 경제성장)가 인간의 후생에 갖는 결과는 그야말로 엄청나다. 이런 문제들을 생각하기만 하면 다른 문제들은 생각에서 멀어져 버린다" 


"더 나은 장기 공급우선 정책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잠재적 후생의 이득은 단기적 수요관리의 개선에서 얻어질 잠재적 이득을 훨씬 상회한다" 


Howard R. Vane, Brian Snowdon. 2009. 『현대거시경제학-기원, 전개 그리고 현재』. 51쪽에서 재인용  


라고 말한다.




그런데 두 경제학자의 발언에서 주목해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장기(↔단기)'와 '공급우선(↔수요관리)' 이라는 용어이다. "경제성장은 거의 모든 경제문제를 해결해준다" 이것은 절대명제에 가깝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성장이 내가 살아가는 동안 달성되지 않는다면 어떻게될까? 조선시대 사람에게 (경제성장을 달성한) 2014년 한국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John Maynard Keynes의 유명한 발언이 여기서 등장할 수 있다. "장기에는 우리 모두 죽는다. (In the long run we are all dead.)따라서, 지금 이 시점을 살아가는 경제주체들에게 중요한 건 '경기변동의 관리'와 '단기적인 경제성장' 이다. 기변동의 진폭을 축소하고 경제를 안정화 시킴으로써 단기적인 경제성장을 달하는 것, 그리고 경제의 단기균형을 장기균형 수준으로 수렴케 하는 것.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총수요관리 정책' 이다. 총수요관리 정책이란 소비 증가, 정부지출 증가 등을 통해 경제의 단기균형을 장기균형으로 수렴케하여 경기불황에서 벗어나는 정책을 뜻한다.





장기총공급곡선(LRAS)이 만들어내는 Y bar는 잠재성장률 수준에서 달성가능한 산출량을 의미한다. 현재 이 그래프는 단기총공급곡선(SRAS1)와 총수요곡선(AD1)이 만들어내는 '단기균형 A점, 산출량 Y1'이 '장기균형 Y bar'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즉, 경기불황(Recession) 상태이다.


이때, 경기불황 수준에 있는 단기균형이 장기균형으로 수렴하는 법은 2가지.


1.

시장의 '자동조절기능'의 힘으로 단기총공급곡선(SRAS1)이 오른쪽으로 이동하게 하는 것이다. 경기가 불황이면 경제주체들의 기대물가수준이 하락하는데, 이것의 영향으로 단기총공급곡선(SRAS1)이 오른쪽으로 하향이동(SRAS2)한다. 그 결과 단기균형 A점은 C점으로 옮겨지고, 단기균형과 장기균형이 일치하게 된다.


2. 

정부의 '총수요관리 정책'에 의하여 총수요곡선(AD1)을 상향이동 시키는 방안도 있다 .경기불황 상태를 타개하고자 정부는 재정정책 · 통화정책을 통하여 총수요를 증가시키는데, 그 결과 AD1 곡선이 상향이동(AD2)다. 따라서 단기균형 A점은 B점으로 옮겨지고, 단기균형과 장기균형이 일치하게 된다.




장기적인 경제성장은 '생산의 증가'를 뜻한다. 노동, 자본의 투입량을 늘리고 생산성을 개선함으로써 달성할 수 있는 장기적인 경제성장. 이는 '공급중심 성장(Supply-Side Growth)'을 의미[각주:1]하기도 한다.


'공급중심 성장(Supply-Side Growth)'은 시장의 '자동조절 기능'을 믿는다. 경기불황 상태인 단기균형(A점)이 빠른 시간내에 장기균형(C점)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총수요관리 정책은 필요치 않다고 말한다. 단기균형에 신경쓰기보다 장기적인 경제성장, 즉 장기총공급 곡선(LRAS)를 오른쪽으로 이동시켜 Y bar를 우측이동 시키는 것을 중점에 둔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생산요소(자본, 노동) 투입 증가와 생산성 향상이다. 즉, 공급측면의 성장을 달성하려면, '기업의 자본투입'이 증가해야 한다. 기업이 자본을 투입하여 생산력을 늘리는 행위가 발생해야 한다.


단기적인 경제성장(단기균형의 장기균형으로의 수렴)은 '유효수요의 증가'를 뜻한다. 소비를 늘리고, 정부지출을 늘림으로써 수요를 증가케 하는 것. 그 결과 경기불황에서 벗어나 경기변동의 진폭을 축소케 하는 것. 이는 '수요중심 성장(Demand-Side Growth)'을 의미[각주:2]한다. 


'수요중심 성장(Demand-Side Growth)'은 소비증가, 정부지출 증가 등 '총수요증가'를 통해 경기불황 상태인 경제를 성장시킨다. (정부지출 증가는 이자율과 환율에 미치는 구축효과를 발생시킨다. 그렇지만 경제가 불황상태, 즉 단기균형이 장기균형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부지출의 승수는 1보다 크다[각주:3].) 구체적으로, 경제주체의 소비를 늘리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우선 실업을 줄여야 한다. 그리고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높여야 한다. 정부지출 또한 증가해야 한다.




여기에서 "성장이냐 분배냐" 라는 논의가 의미가 있을까? 실제 경제학계의 논의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일어나고 있다. 바로 "공급중심 성장(Supply-Side Growth)이냐, 수요중심 성장(Demand-Side Growth)이냐"[각주:4] 이다.  


"성장이냐 분배냐"의 논의는 마치 성장과 분배는 별개라는 것처럼 여기게한다. "성장이냐 분배냐"의 주장 속에는 "성장은 기업에 좋고, 분배는 근로자에게 좋다" 라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과연 그런가? 수요중심 성장(Demand-Side Growth)의 방법(경제주체의 가처분소득 증가)에서 알 수 있듯이, 분배는 성장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다


게다가 "성장이냐 분배냐"의 논의는 경제성장을 터부시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일부 진보진영에서 가지고 있는 이러한 목가적인 인식은 정치적으로도 불리하다. 먹고 살기 힘든 이때에 "돈은 중요한 게 아니다. 성장은 중요치 않다. 마음이 중요하다." 라고 말하는 게 정치적으로 호소력 있는 행위일까? 


문재인 국회의원 또한 성장을 터부시하는 진보진영의 이러한 근본주의가 대선패배의 원인이라고 말한다.


왜 선거에서 지는 것일까요? 왜 국민들이 더 많이 지지하지 않는 것일까요? (...) 저-문재인-는 제 자신도 포함해서 우리 안에 남아 있는 일종의 근본주의에서 해답을 찾고 싶습니다. (...) 독재권력에 맞서 싸우던 민주화운동 시절 우리가 지켰던 원칙이나 순결주의 같은 것이 우리 내부에서 우리를 유연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


국민들에게 무엇보다 큰 관심사가 경제성장입니다. 분배도 복지도 일자리도 경제성장에서 비롯되니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국민들의 가장 큰 관심사인 성장에 대한 담론도 부족했습니다. 경제성장 방안이나 국가경쟁력에 대해서는 관심을 덜 가졌던 게 사실입니다. 성장은 보수 쪽의 영역이고, 우리가 관심 가져야 할 것은 분배와 복지라고 생각하는 듯한 경향이 없지 않았습니다.


저는 대선 출마선언문에서 포용적 성장, 창조적 성장, 생태적 성장, 협력적 성장이란 4대 성장 전략을 제시했습니다. 그러자 어느 진보적 매체는 "또 성장 타령이냐?" 고 힐날하는 칼럼을 싣기도 했습니다. 성장을 바라보는 진보 진영의 근본주의 같은 것을 보여 주는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성장과 안보에 관한 담론 부족은 확실히 우리의 큰 약점이었습니다. (...) 보수 진영의 신자유주의 또는 시장만능주의 성장론을 따라가자는 것이 아닙니다.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 전략을 뒷받침하는 새로운 성장 전략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우리의 사고를 확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제부터라도 우리의 확장을 가로막았던 근본주의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더 유연한 진보, 더 유능한 진보,더 실력 있는 진보가 돼야 합니다. (...)


지속 가능하면서 더 정의롭고 더 따뜻한 성장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입니다. 저는 지난 대선 출마선언문에서 그 방안으로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을 주장했습니다.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경제성장에 기여한 많은 사람들을 배제하고 경제성장의 혜택을 일부가 독점하는 배제적 성장은 더 이상 성장을 지속시킬 수 없습니다. 


그에 대한 반성으로 성장의 과실이 사회 전체에 골고루 분배되고 경제성장에 기여한 모든 사람들이 다 함께 혜택을 누리도록 하자는 성장 전략이 포용적 성장입니다. 그래야만 사회 전체의 소비능력이 늘고 내수가 진작돼, 경제가 성장하고 일자리가 늘어나는 선순환이 가능해집니다. (...)


국제노동기구(ILO)가 제시하는 '소득주도 성장(Wage-led growth)'이 대안의 하나일 수 있습니다. 일자리를 확충하고 고용의 질을 개선해서 중산층과 서민들의 소비능력을 높이는 것을 주된 성장 동력으로 삼는 것입니다. 


문재인. 2013. 『1219 끝이 시작이다』. 285-309 


누차 말하지만 "경제성장은 거의 모든 경제문제를 해결해준다." 중요한 건 어떻게 성장 하느냐이다.


장기적인 경제성장 달성에 중점을 두고 공급측면을 강화할 것이냐 (기업의 자본투입 증가)

단기적인 경기변동 관리에 중점을 두고 수요측면을 강화할 것이냐 (경제주체의 구매력 증가)




  1. 2008 금융위기 이후, Fed의 양적완화 정책에 대한 비판으로 "(단순한 유동성 증가가 아니라) 새로운 기술 개발, 제3차 산업혁명, 정보기술의 발전 등을 통해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이끌어내는 정책이 우선시되어야 한다" 라는 주장이 등장하는 이유이다. [본문으로]
  2. 2008 금융위기 이후, Fed의 양적완화 정책은 유동성 증가를 통해 실질금리를 인하함으로써, 소비를 늘리케 하려는 '총수요관리 정책' 이다. [본문으로]
  3. '정부지출, 재정적자와 관련하여 고려해야할 요인들'. 2014.01.01 http://joohyeon.com/183 [본문으로]
  4. 여기에는 경제가 빠른 시간 내에 자동적으로 균형을 이룰 수 있느냐가 주요 논점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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